1945 중국, 미국의 치명적 선택 - G2 시대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리처드 번스타인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미국에서 유명한 현대 중국학 권위자인 존 K, 페어뱅크 교수가 있던 하버드 대학에서 중국 역사를 공부하고 이후 베이징의 공산 중국에 파견된 미국 언론인으로 이름을 알린 리처드 번스타인의 1945 중국, 미국의 치명적 선택’을 일독했습니다. 원제는 ‘China 1945 Mao’s Revolution and Ameriac’s Fateful Choice’ 인데요. 우리말로 번역한 제목과 원문이 뭔가 비슷하면서 다른 느낌을 주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오의 중국이 될 수 밖에 없는 의미가 있더군요. 물론 역사적으로도 마오의 공산당이 중국의 권력을 손에 쥐게 된 것이죠. 약간 논외로 얼마전에 소개해 드린 리처드 J. 번스타인의 ‘악의 남용’을 기억하실겁니다. 철학자가 중국 현대사에도 관심있었나 하는 호기심을 절로 느꼈는데, 알고 보니 이 전자와 후자의 번스타인이 서로 다른 사람이더군요. 저는 ‘악의 남용’의 인상이 뇌리에 깊게 남아서 같은 저자인 줄 알고 좋아했었는데요.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이 책의 전체 분량은 약 680여 페이지입니다. 인용된 주와 출처가 표시된 분량이 비교적 적은데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본문의 분량이 그만큼 적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일에 쫓기다보니 완독이 너무나 늦었던 것 같습니다. 거의 8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네요.

개인적으로도 적잖은 중국 관련 서적을 읽어봤지만 번스타인의 이 글은 좀 더 1941년부터 1945년 시기의 사실에 근접한 중국과 미국 정치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는 점에 의미를 주고 싶습니다. 소련의 스탈린과 미국의 루스벨트, 중국의 장제쓰와 마오쩌둥의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진면목들을 수많은 자료들과 역사적 분석 등을 통해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데요. 범위를 한정짓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지만 중국의 국공 내전이나, 왜 국민당의 장제쓰는 몰락했는가 등의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한 이해가 드실겁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세계는 루스벨트와 처칠의 유럽에서의 나치 독일의 축출을 위해 과거 히틀러와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불가침 조약을 맺은 스탈린의 소련과 전략적인 고려에 힘입어 손을 잡는데요. 이는 여러 학자들이 제기한 대로 루스벨트와 처칠의 정치도덕적 입장을 크게 훼손시킨 사건으로 그만큼 유럽 전선에의 상황이 심각했기에 그와같은 매우 정치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 즈음에 중국은 일본에게 밀리고 있던 장제쓰와 국민당 정부에 세력에 밀려 잠시 도태되어 있던 마오쩌둥이 주요한 정치 행위자들이었습니다. 미국의 루스벨트 행정부는 처음에는 장제쓰에 대한 노골적인 불신이 이 시기에는 거의 없었으나, 국무부 중국 전문가들은 장제쓰의 국민당 군과 장제쓰 개인의 권력에 대한 야심 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는데요. 소련의 스탈린도 마찬가지로 장제쓰와 마오쩌둥의 대립은 일본군과의 전황에 하등 좋은 이유가 없으며, 길게는 중국에서의 불리한 전황이 만주의 100만 일본군으로 하여금 과거 1904년과 같은 일본 제국주의에 침략 구실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제쓰와 마오쩌둥의 합작은 매우 시급한 요구였습니다.

거의 특사로 파견된 패트릭 헐리 상원의원이 양 측 사이의 중재자로 노력하면서 초기에 장제쓰와 마오쩌둥 간의 협력의 분위기가 시도되긴 하지만 미국 정부의 중국에 대한 조심스럽고 복잡한 이해관계와 헐리 대사와 미 국무부 중국 전문가들과의 대립으로 루스벨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헐리의 안을 채택하면서 마오쩌둥의 공산당과 거리를 두는데요. 이 시기의 마오쩌둥은 자신이 대외적으로 민주주의적 이념을 선호하는 이미지를 선전하면서 미국과 중국 공산당이 협력할 수 있음을 내비치지지만, 저자인 번스타인이 지적한대로 마오쩌둥 그는 후에 자신이 수많은 반대파와 정적들을 제거함으로써 이것이 하나의 정치적 술수에 지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충동적이고 기만과 술책에 능수능란했던 마오쩌둥의 면모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제쓰의 국민당은 버마에서의 일본군을 효과적으로 제압한 것을 들어 미국 조야에 퍼져있던 ‘무능하고 대책없는 수준’은 처음에는 아니었던 것으로 재조명을 하고 있는데요. 그는 중국인들에게 ‘대원수’라 불리우며 중국 서해안 지역 일대의 일본군에 맞서 비교적 고립된 상태의 상황에서 지원된 소수의 물자로 잘 버티고 있었다는 점으로 저자는 재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100만이 넘는 효율적이며, 훈련과 장비가 잘 되어 있는 일본군으로부터’ 몇년간의 전선 유지를 맡아 온 것은 폄훼받을 일은 아니겠지요. 다만 1945년 이후 매우 실망스런 공산당과의 대결은 전반적인 부분에서 군의 무능과 부패를 바로잡지 못한 수장의 책임은 피할 수는 없을것입니다.

이처럼 눈앞에 보이는 듯한 미국과 중국의 양 거두 정치인들간의 정치 게임과 많은 자료들을 적시 적소에 배치하고 당시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일목요연한 분석은 당시 상황을 주제로 한 여느 역사 서적보다 탁월하다고 여겨집니다. 읽다 보면 눈앞에 잡히는 현실감에 저역시 놀라웠습니다. ‘중국인들은 잘못된 미신의 일환으로 죽은자의 피로 적신 빵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자료처럼 꽤 놀라운 것이 많습니다.

끝으로 1949년 중국 공산당의 내전 승리와 소련의 핵실험은 미국 정부에게 있어선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는데요. 당시 미 의회는 중국 대륙에서의 국민당 정부의 패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정치인들간에 온갖 정치 설전과 비난전이 있었습니다. 의회를 통해 상응하는 그 책임을 묻겠다는 소리도 들렸는데요. 여기에 저자는 이러한 분석을 합니다. ‘루스벨트는 처칠과 달리 스탈린이 전후 미국과 우호 협력의 관계로 남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1945년 4월 그가 죽는 순간까지 이를 놓지 않았으며, 그가 위독한 시기에 중국 국공 내전에 대한 리더십이 실종되어 미국 정부 고위층에 있는 어느 누구도 중국 문제에 관해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뒤이어 트루먼 행정부에 들어서도 중국 인식에 대한 혼란이 지속되었다’ 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1949년의 중국 공산당의 내전 승리가 뒤이어 1950년 한국 전쟁에 영향을 미쳐 이 사건의 소회가 작다고 할 수 없겠습니다. 논외가 되겠지만 번스타인의 이 책은 여러 위키 백과에서 인용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만큼 일독하시면 중국 현대사와 관련해 보다 타당한 시각이 갖춰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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