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계급투쟁 - 난민과 테러의 진정한 원인
슬라보예 지젝 지음, 김희상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오늘날 경제학의 피케티와 함께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슬라보예 지젝의 ‘새로운 계급투쟁’을 읽었습니다. 지젝은 우스개로 동시대의 슬로베니아인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고 평가받는 것처럼 일반인들에게 적지 않은 영감과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요. 저 역시 요즘 유럽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중영합주의적 정치 현상과 시리아와 리비아를 비롯한 지역에서의 난민 발생과 이 난민들이 유럽에 유입되는 현상에 대해 좀 더 이해가 필요해서 이번에 지젝의 글을 처음으로 잡았습니다.

일단 번역은 참 나무랄데가 없었다고 밝히고 싶습니다. 평소에도 지젝의 글쓰기가 그렇게 난해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문과 번역이 잘 맞아서 그런지 일독이 꽤 즐거웠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글을 전체적으로 요약해 본다면, 파리를 비롯한 유럽 각지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 시리아, 리비아 사대로 비롯된 유럽의 난민 유입 등에 유럽인들에 의한 (다소 기계적인) 문화종교적 상대주의, 난민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일부 사람들과 이를 악용하는 대중영합주의적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을 매우 받아들이기에 더할나위 없이 효과적으로 독자들을 설득하고 있는데요. 합리적이고 이해가 쉬워 개인적으로는 지젝의 주장에 수긍이 가더군요.

요즘의 많은 문화 상대론자들이 이슬럼 성전인 쿠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슬람 근본주의적 배타성’에 비판을 가하지 않고 있고, 여기에 여성 성폭력의 대상이 되는 이슬람 제3세계 여성들에 대한 입장 또한 묵인에 가까운 상황에 진보주의와 좌파인사들의 동일한 행동에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는데요. 이에 좌파는 ‘신앙인은 아니지만 광신에 반대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문화를 존중하는 교인은 존중하자고, 흥미로운 것은 이슬람 자체가 이 구분을 명확히 했고, 오늘날까지 이를 지켜왔다는 것이다.’ 라는 주장을 지젝은 빗대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이해에 관해 이슬람에 있어서 공적인 영역이 사적인 부분까지 간섭하는 종교의 세속화를 감안하지 않는 판단에 비판적 입장입니다. 소위 좌파가 이런 입장을 계속 유지해 왔고 저 역시 이 부분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사실 이슬람의 이러한 측면도 기독교 근본주의와 매우 유사하며 일련의 성당 사제들의 소아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문제를 예로 들며 바티칸이 이러한 현실에 눈감고 당시에 이를 은폐하기 급급한 진정한 이유도 병적인 현실에 비롯된 것이 아니라 로마 가톨릭 제도의 보존을 위해 소아성애가 필요했다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논란이 될만한 부분이지만 세계 가톨릭의 본산이라는 바티칸의 지위와 그로인한 기독교 근본주의적 시각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래에는 바티칸이 미국 시카고와 뉴욕 등지에서 벌어진 사제들의 이러한 문제에 차츰 공개적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꽤 용기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지젝은 교회가 이러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에 눈을 감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그리고 팔레스타인 지역에 나가 있는 현지의 이스라엘 군이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사람이 거주하고 있다고 여기는 가옥을 폐쇄하고 제거하는 상황에 여기에 투입되는 병사들의 개인적인 죄책감을 상쇄시키기 위해 가까운 가족들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다소 동일시 하는 수단을 이용하고 있는 것에도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즉 제도가 뒷받침되는 이러한 일종의 교묘한 폭력에 일개 개인이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종교와 문화의 상대적인 부분이라고 용인하는 부분이 현실을 더 극단으로 치닫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현재의 유럽이 이러한 이슬람 난민들의 유입과 더불어 이런 난민 진입에 반대하는 대중영합주의적 정치가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차별 테러에 사심없이 비판하고 반대하며 최소한의 인권의 측면에서 여성과 아이들의 보호받을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좌파들과 진보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억압받는 자들의 세계적 연대를 통해 단순히 종교라는 이유만으로 그 그늘에 도사리고 있는 폐해들에 눈을 감지 않고 비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글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꽤 얇은 분량의 글이지만 근래 논란이 되고 있는 유럽의 현상과 배경을 잘 설명하고 있는데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용된 것들도 비교적 평이하고 이해가 빠른것도 글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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