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의 정치학 - 기로에 선 유럽, 경제의 위기인가 정치의 위기인가
울리히 벡 지음, 김희상 옮김 / 돌베개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사회학에서의 후기근대론 내지는 근대사회정치학으로 대표되는 울리히 벡의 짧은 3편의 에세이를 실은 ‘경제 위기의 정치학’을 읽었습니다. 울리히 벡은 앞서 설명한 후기근대론을 대표하는 3명 중의 한 사람인데요. 앤서니 기든스와 지그문트 바우만이 나머지를 차지합니다. 저는 학부시절 때 ‘성찰적 근대화’를 인상깊게 읽었는데요. 1999년경으로 기억되네요. 식민주의로 비롯된 유럽의 근대적 발전에 대한 아주 총체적인 반성과 해석으로 유명한 글로 기억납니다.

지금부터 소개해드릴 이 ‘경제 위기의 정치학’은 2013년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는데요. EU통합의 역사에 대한 조홍식 숭실대학교 교수의 보론까지 들어가 있을정도로 독자들에게 보다 나은 이해를 제공하려는 출판사의 노력도 보입니다. 오늘날 사회학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울리히 벡이 2012년 그리스의 금융위기로 인한 당시 유럽사회에 비등했던 유럽 통합의 회의론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담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독일사회의 독일인들이 이 EU와 유럽 통합 과정 및 단일 화폐 유로화에 대한 입장 등을 벡의 글을 통해 접할 수 있었는데요.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한 정치적 평가라든지 남부 유럽의 국가들을 포함한 EU를 이루는 국가들에 대한 정치 상황의 객관적 입장과 그 이해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벡이 평생을 걸쳐 연구한 사회학의 입장에서 독일의 입장과 주요 EU의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해석은 남다른 부분이 있더군요.

그리스는 오랫동안 군부 독재 정치에 놓여 있었으나 EU에 가입하고 그 틀에서 경제적 번영을 누렸는데요. 많은 그리스는 자신들의 국가 경제 위기에 독일을 비롯한 주된 요구 즉, 강력한 긴축 재정에 대한 그리 정치권의 노골적인 불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국민들 자체는 EU의 탈퇴를 바라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없이는, 그 문화적 유산과 품위를 잃어버린 유럽은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언급되는 것처럼 국민국가의 전통적 해석에만 몰두해서는 유럽 전체가 중요시하는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등한시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으며 그리스의 표면적 상황도 이러한 가치 위에서 양자가 노력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사실상 그동안의 유럽은 미국과 영국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탈을 쓴 자본주의를 복지라는 무기로 길들여왔으며, 여기에 유럽적 보편주의로 다수의 회원국들과 이해의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저자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2차대전 이후 사과와 배상을 거듭해 온 독일은 메르켈 총리 대에 이르러 독일 자신이 주체가 되어 남유럽을 비롯한 주변국들에게 저축과 긴축 재정을 잠정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가 워낙 서로 상이하다보니 그동안 EU에서 독일이 프랑스와 더불어 노력해 온 과정이 녹록치 않았음을 알게 되더군요. 전후 주된 전범국가가 이런 지도국의 위치에 오른 것 만으로도 참으로 대단한 것인데요.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독일의 노력이 오늘날 우파 포퓰리즘 정치가 창궐하고 있는 시점에서 머리를 드는 자국의 국수주의를 억제하고 전통적인 유럽의 민주주의적 가치가 위협받게 만드는 위기가 일견 그리스를 비롯한 경제 불안 요인이 부채질을 하긴 했으나, 벡의 평가대로 단순히 오늘날 유럽의 위기가 통화의 위기만이 아님은 확실합니다.

저의 짧은 예견대로라면 조만간 울리히 벡 교수가 유럽의 포퓰리즘 정치의 확산에 대한 글을 내놓지 않을까 기대해 보는데요.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대중의 이러한 정치적 변화를 분석하는 것이 학자 자신에게도 꽤 매력적인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렇게 오랜만에 접한 울리히 벡의 글이 꽤 현실적이어서 저는 나름대로 의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사회학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이 일종의 객관화된 시각으로 사회를 분석하고 흐름을 연구하는데요. 지그문트 바우만 역시 참여하는 사회학이야말로 오늘날 너무나 요청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글들이 더욱더 많이 출판되기를 개인적으로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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