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중국 - 중국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니와 우이치로 지음, 이용빈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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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중 일본 대사를 역임한 니와 우이치로의 지난 2014년 당시 일본의 베스트셀러였던 ‘중국의 대문제’를 2015년에 번역 출간한 ‘질주하는 중국’ 을 읽었습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뒷부분의 옮긴이가 쓴 후기에 역자가 2014년 일본 나고야에서 머물다가 발견한 이 책을 입수해 국내에 소개하는 작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해왔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출판사 차원의 작업이 아니라 이 책을 흥미롭게 본 역자가 개인적 차원에서 출간 노력을 기울였던 모양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알 수가 없으나 어찌됐든 흥미롭긴 하더군요.

일단 저 개인적으로는 일본인이 쓴 이러한 글들을 읽을 때, 최대한 집중을 해서 보는 편인데요. 소위 일본 지식인들이라고 불리우는 이들의 중국과 한국을 보는 관점에는 일견상 조금 차이는 있지만 일관된 관점이 있습니다.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이 역사문제를 정치 및 경제를 비롯한 여러 면에서 일본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과거의 문제로 해석해 보고 있다고 여기는 등의 작위적인 이해가 보입니다. 이를테면 근래의 한중일 삼국의 냉각기에는 이렇게 일본을 기저에 깔린 역사관으로 불편하게 생각하는 한국과 중국의 인식이 비롯되어 있다고 여기는 것이죠. 뭐 사실 이러한 관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속편하기는 하겠습니다만 일본 역시 민족주의적 관점이 매우 팽배한 내부 문제를 안고 있는데 자신들을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이웃 국가들의 책임 문제로 돌리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는 않겠죠.

다만 저자인 니와 우이치로는 조금 평범한 일본인들과는 조금 다른 이해의 폭을 갖고 있는데요. “명확히 기록하자면 일본은 무조건 항복했던 패전국이다. 일본은 ‘분할통치’되어도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미국이 없었다면 중국과 소련에 분할 통치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잊어서는 안된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이 문장이 의도하는 바가 정확히 뭔지 알기 위해 몇번을 계속 읽었는데요. 저런 저자의 관점이 립서비스가 아니라면 꽤 일반적인 역사로서 이해하고 있는 일본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책 소개의 앞서 사설이 조금 길었습니다. 책은 전체적으로 시진핑 시대의 중국과 앞으로 일본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관점과 일반적인 중국 정치와 사회에 대한 분석을 첨언으로 담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과 지방 분권, 관료들의 부패 문제, 농민공, 소수 민족 문제 등을 대사를 역임했던 시절에 중국 각 지역을 방문하여 바라보고 느꼈던 개인적 체험을 곁들이며 서술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의 일본 대사가 아주 특이하게 일본 중앙 정부의 눈밖에 날 각오를 하고 중국 각지를 돌아본 행동은 대단하다고 느껴지더군요. 자신의 소신대로 좀 더 중국과 중국인들을 명확히 알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들고 있는데요. 책상 앞의 책상물림은 아니어서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저자는 현재 일본이 중국과 당면하고 있는 문제로는 ‘센카쿠/댜오위다오’에 대한 영토 분쟁으로 보고 있으며, 일본측에서는 센카쿠/댜오위다오에 대한 영토 분쟁은 없다고 일관하고 있지만 중국은 1992년 영해 및 인접 구역 법이라는 볍률을 제정하며 “댜오위다오는 중국 영토”라고 명확히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와 관련한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2012년 9월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이후의 정상회담에서 회의를 마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복도에서 이른바 ‘복도회담’을 했다고 나오는데요. 센카쿠 지역에 대한 일본의 정부쪽 구입과 관련해 후진타오 주석이 이에 대해 물었고 그런 과정에서 두 정상이 복도에서 싸운 모양입니다. 저자는 이를 ‘복도에서 싸우며 헤어지는 유치한 외교’라고 빗대어 표현하고 있는데요. 저는 전에 몰랐던 사실이라 잠시 메모를 했습니다.

중국의 대두에 따른 일본의 영향력 쇠퇴는 이미 예견된 일입니다. 지금도 진행이 되고 있죠. 여기에다 2차대전 종전 후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은 일본의 수정주의적 역사 문제로 중일 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간의 관계에도 심각한 냉각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저자는 먼저 센카쿠/댜오위다오 문제에 있어서 양측간의 무력을 사용하지 말자는 선언부터 시작해 과거 저우언라이식의 묵인하고 넘어가는 방법으로 서로간의 신뢰를 쌓자고 주장하는 듯 한데요. 아주 전형적인 일본인의 관점입니다. ‘역사수정주의자 아베’가 총리 자리에 있는 한 자신들은 별로 바뀌지 않고 한국과 중국이 바꿔라는 식의 요청이죠. 저자 자신도 막상 그 한계를 인식했는지 최종적으로 힘들 경우에는 국제 사회에 의지해 국제적 공감대를 만든다는 식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과거 역사에 대한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부터 겸허히 받아들일만한 정치인을 추리는 작업을 일본 국민들이 먼저 하는 것이 선행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의 민족주의적 문제를 들고 나오기 전에 자신들의 내부 문제 먼저 반성하는 것이 이치에 맞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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