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전쟁 -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그리고 한반도의 운명
그레이엄 앨리슨 지음, 정혜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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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포드 대학으로 유학, 이후 여러 이력을 거쳐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학장을 역임, 전 미국 국무부 장관 헨리 키신저를 지도하고 오늘날에는 니얼 퍼거슨과 함께 응용역사학 선언문을 발표한 그레이엄 앨리슨의 ‘예정된 전쟁’을 일독했습니다. 원제는 Destined For War 인데요 번역된 국문 제목과는 약간 어감이 다르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았습니다.

책을 열자마자 다소 의외였던 것은 우리가 한번쯤은 해외 기사를 통해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인물들의 찬사들이 소개되어있는데요. 500페이지 분량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앨리슨이 인용하고 주장하는 내용들이 역사학을 전공한 학자 특유의 관점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예상못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요즘의 중국 대두론과 그에 따른 중국 위협론에 대해 꽤 강경하고 현실적인 대처를 미국에게 요구하는 내용들이 근래의 흐름이었다면 저자는 미국과 중국 양측이 서로가 원하는 부분을 겸허하고 진지하게 고려해보자고 말하고 있는데요. 이 책의 3부에서 그러한 내용으로 ‘중국도 미국과 똑같다고 상상하라’는 소제목으로 읽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책의 도입 부분에는 과거 그리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을 통해 도출된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대해 상세히 입장을 밝히면서, 이 패권국과 도전국의 긴장관계가 예상치 않은 결과로 이어졌고, 더욱이 동맹 관계의 도시국가들로부터 반강제적인 연루까지 당한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예기치 못한 전쟁에서 오늘날 미국과 중국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민주 평화론’과 함께 중국 위협론에 많은 학자들이 설명할 때 인용되는데요. 뒤이어 앨리슨의 세계1차대전의 상황에 대한 분석에도 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딱 들어맞는 사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1차대전하에서 프랑스와 영국과 대응해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사소한 결전이 결국에는 전유럽의 청년층을 말살시키며 최악의 인명 피해와 극심한 사회 침체, 정치 적 혼란을 잉태한 최악의 대전으로 우리도 알고 있듯이 현재의 미국과 중국의 있을지도 모를 패권 대립은 양국이 이미 핵보유국으로 핵강국의 사소한 대결은 과거 케네디와 흐루쇼프간의 핵전쟁 가능성까지 치달았던 상황을 다시금 밟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리 모두에게 경고하는데요.

미국은 대 중국 관계에서 동서 냉전시기 소련을 제어하기 위해 양국이 협력했듯이 아예 양국의 이해의 접점이 전무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더군다나 미국과 미국의 안보동맹국들이 참여하는 대 중국 봉쇄에 이르기에는 그 위험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앨리슨도 구 소련에 대한 봉쇄와 같은 방법을 중국에게 사용하기에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타이완과 남중국해, 센카쿠/댜오위다오. 한반도 등지의 가상 시나리오들을 상세히 언급하며 이 지역의 아주 사소한 불씨는 미국과 중국의 전면적인 대결을 야기시킬 것이고 양국의 핵무기가 사용되는 상황은 필연하게 방지해야만 하는 차원에서 양국간의 서로에 대한 겸허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즉, 오늘날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요즘의 트럼프 정부까지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은 ‘중국이 과거 독일과 일본의 전철을 밟지 모른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런 과정은 대체로 중국 관련 정책이 모순된 상황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이에 미국의 핵심 국가 이익에 관한 명확한 설명과, 중국의 목표가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하고 전략과 국내의 산적한 문제에 대해 먼저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미국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반도와 관련해서도 미국과 중국의 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제안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붕괴될 때, 워싱턴과 베이징은 한반도에 대한 서울의 통치를 받아들이고 미국은 이에 한국에 주둔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일종의 빅딜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사고의 전환이랄까요. 물론 그 가능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미중 서로간의 입장과 이해를 교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꽤 흥미롭고 생각해볼만한 문제가 아닌가 저는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이 책을 3일에 걸쳐 읽는 동안 앨리슨 교수가 설명하는 국제정치와 지경학과 비슷한 형세 설명에 끊임없이 저도 머리를 굴렸는데요.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제안일까하는 일종의 머릿속 연구를 즐겁게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한반도에 대한 현실과 우리와도 밀접하게 혹여 연루의 위험이 될지도 모르는 센카쿠/댜오위다오, 대만 문제 등에 대한 앨리슨 교수가 혹여 있을지도 모를 가상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려해보는 꽤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도 한번쯤은 읽어보시길 권유 드려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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