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내부의 적 - 자유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다
츠베탕 토도로프 지음, 김지현 옮김 / 반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민주주의 체제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시민이라면 읽어볼 만한 그리고 그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의 ‘민주주의 내부의 적’ 을 일독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츠베탕 토도로프는 그 개인의 인생 여정이 남다른 면이 있는데요. 냉전 시기의 동유럽 불가리아에서 태어나 1963년 프랑스로 이주한 다음 구조주의 이론가로 연구에 몰두했으며, 자기 자신이 이 책에서 스스로 인정했듯 사상가로서 문명의 교류나 충돌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약간의 논외지만 자기 자신을 사상가라고 지칭하는 스스로의 평가에 뭔가 신선한 느낌이 들더군요. 글의 맥락과는 다소 관계가 상이할 수도 있지만 사상가적 삶을 살아왔다고 담담하게 인정하는 태도가 어쩐지 부럽기도 하더군요.

냉전시기의 폐쇄된 공산 독재 사회에서 생활하다 사사롭게는 개인의 자유와 의지를 존중하는 자유 세계에 안착한 토도로프의 일전의 소회가 어땠을지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만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사유 스펙트럼이 꽤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고려할 만한 기본 여건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더불어 실제로도 이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애정과 관심 또한 이 글 전체에 잘 녹아 있다고 여겨지더군요.

토도로프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들 중에 (정치적) 메시아주의, 신자유주의, 포퓰리즘, 다문화주의에 대한 극단적 배격 등을 로마시대의 아우구스티누스와 펠라기우스의 대립으로 시작하고 있는데요. 인류 역사상 일찍이 법에 의한 인간 자유에 대한 규제와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의 대결이 위의 두 인물에게 시작되어 투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결과론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자연 상태에 풀어놓는 것을 거부한 ‘일종의 법에 의한 자유 규제’로 사실상 추가 기울었다고 봐야하는데요. 14세기 르네상스와 그 이후 계몽주의의 확립과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지는 근대 민주주의의 확립에 ‘인간의 의지’에 의한 논쟁이 지금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자는 더불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는 9. 11 테러 이후 영국과 미국에서 개인 경제 주체들에게는 자유를 허용한 반면, 반대로 시민의 자유는 점점 더 통제했다고 평가하며 신자유주의를 자발적으로 채택한 이 서구의 두 강대국은 시민의 권리와 자유에 있어서는 ‘거대한 정부’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요즘 우리가 느끼는 감상일겁니다. 또한 하이에크와 애덤 스미스와 그들에게 동조하는 많은 사람들은 사실상 ‘사회적 균형’애는 관심이 없으며 오로지 시장주의하에 자율적 경쟁과 이윤 추구가 오늘날 ‘극도의 사익화 인간’을 만들어낸 주범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신자유주의가 민주주의에 있어서 얼마나 해악이 되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이 민주주의 체제의 선도 국가를 자임하면서 그들이 정치적 메시아주의를 내걸고 우리가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슬로건으로 이라크,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유고슬라비아에 예방주의적 개입과 적극적 전쟁으로 일관하면서도 결국에는 해당국의 석유 자원과 지리적 고려를 통한 자국의 이익 추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토도로프는 꼬집고 있는데요. 서구 언론과 여론이 너무나도 민주주의를 확대시키고 해당 국민들을 민주화의 대열에 동참시킨다는 명분으로 결과적으로는 큰 희생과 파괴가 동반되었다는 점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자의적인 프로파간다 시대에 놓여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유럽에 확산되고 있는 이슬람 인구의 유입과 그로 인한 종교적, 인종적 거부, 다문화주의에 대한 배격과 이를 토양으로 세를 넓히고 있는 포퓰리즘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역사가 진보하는 것은 선이라고 여기면서도 오늘날 민주주의 내부를 황폐화시키고 분리시키는 것들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있어야만 하고 이들을 어떻게 하면 개선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진정한 고민이 각자의 몫으로 남겨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도 마찬가지로 요즘의 유럽의 변화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으며, 과거부터 오랫동안 쌓아온 ‘유럽의 다양성의 전통’에 기대를 갖고 여기에 시민들이 ‘지금 당장 민주주의를!’ 이라고 나서서 외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진정 서로 존중하는 이들이 모여 만든 정치체제라면 우리들의 자유와 인권, 평등을 위협하는 모든 것을 거부할 권리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거대한 정부나, 이익집단, 기득권층들이라 하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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