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팔아버린 남자 - 신자유주의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윌리엄 클라인크넥트 지음, 유강은 옮김 / 사계절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원제 ‘The Man Who Sold The World”와 매치되어 한국에 번역 출간된 ‘세계를 팔아버린 남자’를 일독했씁니다. 이 책은 2012년도에 출간되었구요. 저는 우연찮게 초판본을 구해 읽게 되었습니다. 약간의 호기심으로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니 원래 미국에서 출간된 책에는 젊은 시절 배우로 활약했던 로널드 레이건의 흡연 장면이 책표지로 장식되어 있는데요. 이상하게 묘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아마도 신자유주의를 통해 미국과 세계를 자유 시장에 맡기며 즐거워 하는듯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하게 이 책을 소화하는데 다른 책들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4일 동안 잡고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진도가 안나가서 괴로웠던 것 같습니다. 딱히 번역의 문제라기 보다는 몇몇 중요한 사건 중심으로 해석해 지은이가 의견을 내는 방식이 아니고 레이건 행정부 시절 당시의 관련된 인사들의 행적들을 신문 기사가 풀어내는 방법으로 글을 엮어내고 있어서 읽어내는데 적잖은 노력이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군요. 조지 슐츠나 캐스퍼 와인버거와 같은 당시 내각의 유명인들을 제외하면 귀에 생소한 인물들이 대부분이라 아마도 배경지식이 없어서 더 그랬을지도요. 반대로 일종의 르포 형식이라 이런 글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약간의 배경지식을 취합하여 읽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출연하는 영화의 단역으로 출발해 당시 배경으로만 봤을 때도 배우 치고는 꽤 정치적 성향이 있었던 인물이 레이건일텐데요. 초기 진보적인 성향에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활동할 시기에 적극적인 공화당주의자로 변신하고 특유의 이미지 정치와 많은 이들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게 만드는 장점 등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뤄 꽤 이슈를 만들기도 했는데요. 사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이 책의 저자도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은 영국의 대처와 더불어 전세계에 이른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항상 옳다’는 신념의 자유시장을 강조하여 신자유주의의 기치를 올린 정치인으로 유명한데요. 2008년 이 전까지 미국과 유럽이 거의 유일한 이념으로 생각한 전세계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파고에 대한 비판과 재평가는 오늘날 수많은 사상가와 학자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클라인크넥트의 이 책은 당시의 레이건과 그 주변인물들 특히 정책과 정치상황에서의 상황에 대한 독자들이 판단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일찍이 우드로 윌슨이 ‘서민을 실망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진보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천명했던 것처럼 레이건 행정부의 정치경제적 행위들은 사실상 소수의 부유 계층과 기업들을 위한 전반적 시장 재구성과 여기에 도태되는 많은 국민들을 무자비한 야생의 세계로 내몬 것이라 볼 수 있는데요. 거기에 해당되는 한때 왜곡 주장으로 밝혀진 ‘복지 여왕’의 오도와 복지 전반을 무위로 돌리고, 환경 규제와 금융업 전반의 규제와 기업 규제와 같은 최소한의 안전망을 갈아엎은 이른바 ‘제네럴모터스에 좋은 것이 미국에 좋은 것’이라는 주장까지 잉태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네오콘들의 대부인 레오 스트라우스와 비견되는 철저한 자유주의자 아인 랜드를 추종하는 자유시장 근본주의자 앨런 그린스펀을 연준 의장에 앉히고 종내에는 금융시장에서의 상업 은행과 투자 은행의 분리를 보장했던 글래스-스티걸 법안의 적잖은 무력화 시도와 부유층의 재산 증식 시도라고 봐도 무방한 무분별한 기업 합병을 통한 기업들의 주가 상승 시도 등 미국의 자유 시장 추종에는 이러한 의도가 있었는데요. 당시에도 낙수 효과(Trickle Down)를 믿는 미국인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복지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국 국민들의 왜곡된 정서도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정치권과 언론의 의도였던간에요. 저는 여기에 소개된 자료들 중에 충격이었던 것이, 1981년 한해 동안 (합병을 위한) 전체 대금 가운데 300~380억 달러가 미국 은행에서 대출한 것이라고 나와있는 것을 보고 이러한 인수 합병이 실로 소수의 부유층을 위한 수단이었다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밖에도 회계 부정으로 수십억달러를 휴지 조각으로 만든 엔론 사태나 저축 대부조합의 도산 사태 등 우리가 알아야 될 사항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사회 따위는 없다’고 일갈한 대처 전 영국 수상의 말처럼 레이건 대통령의 행적들에서도 묘한 기시감을 느꼈는데요. 무분별한 신자유주의화의 제 2부가 되지 않도록 많은 시민들이 이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하는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역시 중간에 내려놓고 한쪽으로 치워버릴까 하는 고민을 억누르고 끝까지 읽게된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