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국, 미국 - 글로벌화와 미국의 패권
이가라시 다케시 지음, 곽진오 옮김 / 역사공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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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대한 다소 거창한 수식어로 장식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일본에서도 상당히 주목받을 만한 이력으로 채워져 있는 도쿄대학 법학부 교수이자 명예교수인 이가라시 다케시입니다. 그는 비교정치와 특히 미국정치외교에 관한 일본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지명도가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미국 내에서도 여러 직함을 거쳐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것이 더 있는지는 아직 조사해보지는 않았지만, 일본 내에서도 미국과 유럽 정치와 관련된 여러 책들을 정력적으로 집필해 다수 출간했더군요.

다케시 교수가 이 책을 통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크게 미국 독립 혁명의 기초라고 볼 수 있는 공화주의와 다소 제약이 가해진 연방제, 세계 양대 대전을 거쳐 서유럽의 재건과 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발휘해 온 소위 ‘미국에 의한 글로벌화’와 좀 더 확대된 개념으로 동아시아 3국의 민주화에 영향력으로 발휘되었던 미국의 초국가적 정치력 등 이론적으로 만들어 놓은 개념들이 본래 기존의 학문적인 체계와는 다른 고유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뭐 어차피 이 글에서도 미국인들 스스로도 제국주의에 대한 적지않은 반감과 거부감 때문에 지금의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제국주의적 접근으로 해석하는 것에 일종의 ‘회피적 거부’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사실상 미국의 패권은 과거 유럽의 제국주의와는 달리 특유의 미국 고립주의에 기반한 체제를 뒤엎거나 강요하는 측면은 거의 볼 수 없다고 봐야겠죠. 물론 비밀스럽고 대놓고 밝힐 수 없는 과거 CIA의 공작들이 얼마간 있긴 했지만, 이것을 미국 제국주의의 한 측면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긴 합니다.

냉전 시기에 태평양을 자신들의 앞마당이라고 생각한 미국은 안보적인 측면에서 일본의 지정학적 위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미일 안보조약과 이후 한국 전쟁으로 비롯된 동서 냉전의 실질적 충돌에 한국을 자유주의 세력의 보호권으로 받아들이고, 1949년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쫓겨난 이후에도 대만 자체의 안보 보장을 위해 미국이 중국과 관계정상화를 거쳤음에도 이를 포기 하지 않은 것은 그것이 우연이듯 계획적이든 지역내의 안정에 이바지 한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에 다케시 교수도 필리핀과 한국, 대만의 민주화 과정을 예로 들며, 이러한 안보 공약과 자신의 시장을 이들 나라에게 제공해 아시아의 4마리 용이 경제 발전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산모 역할을 결과적으로는 맡았고, 이것의 가치도 인정해야할 부분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경제발전 단계에서 이러한 미국의 거대한 내수 시장의 득을 본 것은 분명 사실일겁니다.

소련과의 냉전이 갈수록 첨예화 되던 레이건 정부 시절에 미국은 당시 전두환 정권을 자유 진영의 중요한 교두보라 여기고 한국 국내의 민주화 요구를 거의 모른척 하고 있었는데요. 여기에 박정희 시기부터 고난을 당해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박해와 관련된 정치적 문제로 사실상 기존의 입장을 돌려 한국 정부에 개입함으로써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 이후 한국이 정상적으로 민주주의 국가로의 이행을 이끌었다고 이 책은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레이건 행정부를 비롯한 미국의 영향력은 기존의 군사력이 포함된 안보 보장 뿐만 아니라 상대국의 정치권에 초국가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경제적인 산파 역할까지 자임하여 실질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이 동아시아의 국가들이 정상적인 국가로의 이행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보고 있는 듯 합니다. 저 역시, 우리 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 개인의 삶까지 희생시킨 우리 부모님 세대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이토록 전세계에 인정받는 경제 대국이자 민주주의의 모범 국가로 인정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내적인 역량과 노력에 미국의 외적인 환경 지원과 안전 보장 등이 맞물려 거대한 시너지를 낸 게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전체적으로 여기에 언급되는 배경은 레이건 시기부터 오바마 행정부 초까지 그동안 있었던 세계 정치의 굵직한 사건들을 함께 분석하고 언급되는 당시 대통령들의 면모까지 서술해 내고 있어 흥미를 끄는 부분이 제법 있었습니다. 특히 조지 W. 부시에 대한 언급은 여기에서도 전혀 어긋나지 않아, 그 자신이 종교적 신념과 말도 안되는 예지력으로 무장해 이국 정치 역사상 책과 담쌓은 대통령중 아이젠하워와 더불어 유명하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여기에 교주 레오 스트라우스를 받드는 네오콘 무리들을 중용해 미국식의 일방주의를 세계에 강요한 것은 그동안의 미국식 정치에 어울리지 않은 면이라고 분석하고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케시 교수가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언급하고 있습니다.

책의 간략한 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꽤 창의적인 개념과 이론에 흥미로웠고, 꽤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나 서술을 포함한 문장들이 평이한 편이라 즐겁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국제 정치나, 외교사에 아직 배경지식이 없는 분들이라도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각국간의 국제 정치나 외교가 거의 무정부의적이고 힘에 기반한 뭔가 이성적인 측면에서 이해가 힘든 부분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측면에서 매력을 느끼는 분들도 적지 않으실 겁니다. 저도 그런 중독성 때문에 외교와 국제정치에 관련된 글들을 주구장창 찾아 읽는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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