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주주의에 관하여
로버트 달 지음, 배관표 옮김 / 후마니타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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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학교 정치학과의 명예교수였던 세계적으로도 매우 정교하게 민주주의를 분석했던 학자인 로버트 달 교수의 ‘경제 민주주의에 관하여’를 읽었습니다. 달 교수는 지난 2014년에 작고를 했는데요. 8월에 이곳을 통해 리뷰했던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에 이어 두번째로 접하는 달 교수의 글이었습니다. 민주주의에서 자유와 평등이 과연 양립할 수 있느냐는 주제는 여러 학자들간의 논쟁이 되곤 했는데요. 좀 더 확장된 자유와 평등의 개념간 논쟁인 ‘재산권과 부의 분재 및 법인 자본주의에서의 민주화’ 등에 관한 논점들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첫장에서 저자는 초기 민주주의 이론의 아버지인 토크빌을 우회 비판하며 ‘평등은 자유를 위협하는가?’ 에 대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간접적으로 토크빌의 딜레마로 언급되는 평등이 명백히.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자유의 필요 조건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인데, 거꾸로 평등이 다수의 독재를 부추긴다며, 이런 민주주의 필요조건이 자유를 항상 위협한다면 우리는 민주주의와 자유 중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그 어떤 이상적 체제도 민주주의 만큼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그토록 폭넓은 범위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없으며, 질서 정연한 사회라면 적어도 정치적 평등과 정치적 자유 그리고 경제적 자유라는 세가지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즉, 이 정치적 평등과, 정치적 자유, 경제적 자유 이 세가지 요소는 서로 대등하고 독립적인 가치라고 여기고 각자를 중요하게 취급해야만 민주주의적 가치와 질서를 수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계적 평등만을 주장하고 그것을 추종하게 되면 일견 독재 정치가 출현할 수 있으므로 그것에 대한 견제와 대비가 필요합니다. 중우정치를 포함하는 민주주의의 대중 독재를 만들어 내는 온상이 될 수도 있는데 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달 교수도 지적하는데요. 민주주의 체제가 쉽게 권위주의 체제라 탈바꿈하는 사례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그것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 자유 권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개인의 재산권에 대해서는 ‘재산권이 과연 자연적인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인 것인가’ 라는 질문에 애초에 헌법에서 자연적인 것이라 확대해석해 ‘법인 자본주의’의 정당성을 확립했던 기업들의 실례들을 들며 이러한 재산권의 제한없는 명백하고 확정적인 인정은 시민들이 경제적 자원에서 불평등하다면, 정치적 자원에서도 불평등하기 쉽고 정치적 평등을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평가하는데요. 이것은 198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의 파고가 휩쓴 전세계의 민주주의 국가에 해당됐던 내용으로 일부 계층의 부의 집중은 경제적 불평등과 함께, 정치적으로도 일반 시민간의 불평등을 조장하기 쉽고, 이렇게 고착화 된 기득권층들은 보통 선거를 비롯한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이념에 대해 적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와 사회 그리고 조직적인 시민 결사체 등이 균형자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요청하며, 이에 폴란드의 예를 들고 있습니다.

뒤이어 기업내의 민주적 권리에 대해 분석하며 기업을 정치 통치 형태의 민주적 운영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의 권리는 대체로 보호해야하나 현대의 기업 경영은 전세계적으로 경영자에게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고, 그것을 지난 20여년간 견고하게 쌓아온 재산권 행사의 한 형태로 매우 정당한 권리라는 경영 논리가 지배해왔던 관계로 이것을 일방적으로 주입하기란 어려운 실정입니다. 다만 그러한 대안으로 협동 조합과 같은 예를 들고 있는데요. 이것은 앞으로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책이 전체적으로 결론을 내고자 하는 것은 평등이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민주주의 이론의 기본적인 조건인 평등을 과거 토크빌이 ‘시민들의 조건적 평등’을 민주주의 기본이라고 인식했던 것처럼 평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부분입니다. 자유와 평등이 이론적으로 갈등하며 약간의 모순적 결과가 나타나긴 하지만 민주주의가 추구 하는 다수의 행복과 이언 샤피로 교수가 ‘정치의 도덕적 기초’에서 민주주의의 필요한 역할 중에 하나가 부의 재분배에 있다고 믿는 것이라면 개인의 평등 더 나아가서 시민의 정치적이고 경제적 평등이 당연하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봐야되겠죠. 폭넓은 논리와 매우 합리적인 자료들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에서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자유와 평등에 관해 이 책은 좋은 해답을 내놓고 있다고 저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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