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가전략과 동아시아 안보 - 아베 신조의 탈 전후체제와 안보정책의 대전환
정구종 지음 / 논형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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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부산 동서대학교 국제학부 석좌교수 겸 일본연구센터 고문인 정구종 교수의 논문 모음집은 ‘일본의 국가전략과 동아시아 안보’를 일독했습니다. 동시에 이 책은 논형 출판사에서 연간물로 출간하고 있는 ‘논형일본학’ 의 일부인데요. 최근에 서울대학교 출판부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본 정치사회학 서적을 시리즈물로 간행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꽤 의미있는 연구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정치 연구와 사회 연구는 우리가 현재 인지하고 있는 것보다 상이한 것이 많기 때문이죠. 그 인식의 간극을 생각하면 이러한 춢간이 더욱 더 많이 이뤄져야 생각합니다.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제목대로 여기에 공통된 연구는 일본의 국가전략 측면에서 외교와 안보, 군사적 부분의 분석과 이해를 담고 있는데요. 1부는 대략 냉전 시기부터 1993년 이후까지의 시기가 포함되고, 2부는 현재의 시점이 주요 범위라고 보면 됩니다. 앞선 1부에 해당되는 내용들은 오늘날 현실에 비춰 참고할 만하다고 여겨지지만, 대체로 급격한 중국의 부상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해석상의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6장 헌법개정에 대한 부분은 꽤 중요하다고 여겨졌는데요. 현재 일본 정치에서 헌법의 개헌과 관련한 호헌론과 개헌론에 대한 연원과 그 과정에 대해 제법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3년여간의 민주당 정권 이전의 자민당 정권 시절의 개헌 시도와 관련된 내용들을 접할수 있었고, 꽤 복합적인 개헌에 대한 내용들이 나와있더군요. 일본 국민의 여론이 분열되어 있고, 일본이 민주주의 국가임에도 이러한 헌법 개조에 대한 부분을 정치권의 역할 해석론적 한정은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오늘날 아베 정권을 비롯한 일본 정치권이 과거 2차대전 종전 이후에 이식된 사회 기초와 헌법을 소위 ‘탈각론’에 근거하여 정상 국가화하겠다는 시도에 대해 아무런 역사도덕적 성찰이 없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은 외부 세계에서 보는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일본의 정상화’로 맞받아 치는 것은 일본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느끼게 합니다.

2부는 근 몇년간의 중국의 부상과 남중국해를 비롯한 센카쿠 열도 및 막대한 군비 증가에 대한 일본의 우려와 대응 및 앞으로 미일 동맹에 대한 예측이 주된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더 첨언하면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문제가 일본의 안보 불안의 지렛대로 작용하면서 중국과 북한을 대척삼아 미일 안보 동맹과 집단적 자위권 및 군비 증강에 나서고 있는데요.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 핵문제와 미사일 발사는 심각한 문제이긴 합니다만, 이것을 일본이 아주 적시적소로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지역 패권국이 발생하는 것을 절대로 용인할 수 없는 역외균형론의 입장이니 중국의 부상을 어느 정도 견제해야만 합니다. 동북아시아 및 태평양에서의 중국의 부상은 이러한 미국과 일본의 이익에 대한 심대한 침해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그것에 대한 대체제로 미일 동맹 및 일본에 대한 안보확대 및 안보군사적 참여의 길을 연 것으로 우리에게는 마냥 좋을 수 만은 없는 부분입니다.

저는 2부에서 관심깊게 본 것은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와 미일간의 논의로 발생된 일본의 집단적 안보 범위의 일환으로 우리 정부와 갈등의 문제로 ‘유사시 한반도에서의 일본 자위대 진출 가능성’ 문제였는데요. 과거 고노 담화를 무력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베 정권과 이러한 위안부 합의를 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유사시 한반도에서의 일본 자위대 병력의 미일 합동 작전 문제에서도 한국의 주권을 인정하고 요청 및 협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하기는 했지만 오로지 38선 이남 지역만이 한국 정부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입장을 교묘히 내세우며 이북 지역인 북한 지역에 대한 개입을 전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자도 이 부분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현재 한반도 전시 작전권이 미군에게 있어서 한반도에 유사시 상황이 발생하면 아무래도 우리 정부의 입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를 가지게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전시 작전권 전환은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끝으로 여태 접한 논문을 비롯한 학술서적들 가운데 정구종 교수의 이 책은 놀랄만큼 가독성이 좋았는데요. 문장들도 늘어지지 않고, 인용된 자료들도 핵심만 가다듬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술술 익혀져 만족스러웠습니다. 대체로 글이 내세우는 주장들이 크게 논쟁적이지 않고 근래 자주 언급되는 것들이라 특별히 독창적인 것은 없으나 독자들에게 쉬이 의미가 전달되어 큰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근래 일본이 안보를 잣대로 과거 역사를 망각하고 수정주의적 입장에 들어선 연유를 알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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