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도덕적 기초 예일대학 최고의 명강의 오픈예일코스
이안 샤피로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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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정치철학자로 미국 예일대학교의 정치철학과 교수인 이언 샤피로의 ‘정치의 도덕적 기초’를 일독했습니다. 이 책은 예일대학교에서의 그의 정치학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 지난 2003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책의 제목이 뜻하는 바대로 정치학에 관한 일종의 합리적으로 받아들일만한 윤리 도덕적 잣대로 오늘날 정치학의 기초를 쌓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조와 여러 인물의 사상을 서사분석적 설명으로 풀어내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책을 다 읽고 느꼈던 점은 학부생들이 이 강의를 이해하기 위해선 많은 독서가 선행되어야 할텐데, 만약 그렇다면 미국의 학부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수준이 어떤지 대략 짐작이 되더군요. 예일대학의 수준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이 정도의 수준으로 수업진행이 된다니 놀라웠습니다.

여기에서 샤피로 교수가 주장하는 것은 크게 몇가지가 있는데요. 자연과학은 학문의 특성으로 진보하기 마련이고, 정치학이 그것에 영향을 받으며, 마찬가지로 가류주의에 대해 논하는데요. 즉 우리가 가장 소중히 간직해 온 신념들이 논박되었을 때 그것을 개조하고 수정하며 폐기시킬 수 있는 용기가 그 핵심인데, 이것은 얼마전 읽었던 번스타인의 ‘악의 남용’에서 갖고 왔습니다. 많은 학문의 범주에서 진리라고 알려져 있는 것들은 다수가 이 가류주의적 측면을 전제해야 하고 이것을 부정하는 논조나 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샤피로 교수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통주의적인 공리주의부터 프랑스 혁명을 잉태한 루소로 대표되는 사회계약론과 이 모든걸 아우르는 사상으로서 계몽주의를 언급하며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일상의 정치성을 갖게 된 배경과 사회학과 정치학에서의 이 계몽주의가 어떤 영향을 끼치고 인간 사회를 발전시켜 왔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곁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계몽주의의 비판자들인 무정부주의자, 여성주의자, 실용주의자, 자유주의자, 사회민주주의자나 버크 같은 전통주의적 보수주의자들에게 일정 부분 비판적 의견을 갖고 있는 일부 독자들에게는 다소 논쟁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그가 주장하는대로 정치사회적 진보에 그동안 계몽주의가 큰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그 영향력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전제에 앞서 설명한 반 계몽주의자들에 언급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더욱이 지나친 탈계몽주의는 파시즘을 불러올 수도 있다며 경고하고 있습니다. 과학의 진보주의적 입장이 인간 역사의 발전과 진보를 이뤄냈고, 그것에 계몽주의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하는 샤피로에게는 자신의 정치 사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런 마지막 여정에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운명적 귀결이라 여겨질 수도 있을텐데요. 초기의 단순 사회계약적 정치 이론이 민주주의를 통해 위임된 정치 권력에 대한 해석으로까지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날의 현대 민주주의는 소위 특수 이익 집단으로 알려진 다소간 은폐된 이익 집단들과 정치인들이 노골적으로 부패하지는 않았다 해도 대가가 충분히 크다면 대중에게 신뢰받는 지위와 사익을 맞바꿈으로써 예외 없이 앞서 특수 이익 집단을 만족시키려 들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더 일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일침이 와닿았습니다. 샤피로 교수도 앞서 글에서 미국이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의 본류로 자처함에도 매우 심각한 불평등 국가라고 인정했듯이 마국 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시킬 요인들이 많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그래서 민주주의 꽃이라 부를 수 있는 시민 구성원들의 활발한 토론과 정치 참여가 민주주의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이 노교수는 말합니다. 이 책과 어제 서평을 쓴 작고한 월린 교수의 글이 뭔가 지향이 비슷하지 않나 싶더군요. 나날이 가면 갈수록 이해력이 결핍되어 어려운 현실이지만 이렇게 좋은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일독을 한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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