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인들은 복지를 싫어하는가 세미나리움 총서 26
마틴 길렌스 지음, 엄자현 옮김 / 영림카디널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프린스턴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마틴 길렌스의 ‘왜 미국인들은 복지를 싫어하는가’ 를 일독했습니다. 원제도 Why Americans hate Welfare 로 의미가 명백히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지난 대선에서 뿐만 아니라 정부의 복지 지출에 대한 쟁점이 현안으로 나올 때마다 미국 사회의 복지에 대한 자료들이 여기 저기에 나오는데요. 국내의 보수를 자임하는 정치권이나 그 지지자들이 특히 이런 미국의 복지에 대해 논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 내의 전반적인 복지 제도와 가치관에 대해 미국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게 생각해 왔는데요. 그런 궁금증을 채워줄 역할을 바로 길렌스 교수의 이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의 구성은 이론과 그에 수반되는 자료와 설문조사 통계 등을 제공하여 독자들에게 폭넓은 이해를 구하고 있는데요. 미국인이 아닌 국외의 독자들이 미국의 일반적인 현실을 알려주고 있어 꽤 흥미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주 직접적으로 왜 미국인들이 복지와 복지제도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그 뿌리깊은 연원과 분석을 하고 있는데요. 그들은 원칙적으로 복지에 대해 동의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사항에서 빈곤층에 대한 현금과 현물을 포함한 지원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러한 지원이 개인을 게으르게 만들고 소위 복지여왕과 같은 다소간의 프로그램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사회에 신자유주의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건국 이래로 개인에게 더 많은 자유를 보장하려는 기저에 깔린 인식과 부와 관련된 부분은 개인에게 더 재량을 부여해야 한다는 가치관도 언급하고 있는데요. 이런 부분은 전세계에서 일본을 제외하면 가장 작은 정부의 복지 지출로 표출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길렌스 교수의 분석에 잠시 의아했던 것은 복지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를 포퓰리즘적 문제로 바라 보고 있는 한국의 현실과는 사뭇 대비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요. 이처럼 미국인들의 복지에 대한 반감은 꽤 오래되고 묵은 가치관의 문제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복지와 그 대상 계층에 대한 왜곡된 시선도 존재하는데요. 그것은 미국 사회에서 빈곤층의 대부분이 흑인이라는 편견과 지난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각종 잡지와 텔레비전을 비롯한 매체에서 왜곡된 시선으로 이를 조장했고, 이러한 편견이 결국에는 인종적 악의로 확장되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미국 사회의 빈곤층 가운데 흑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 내외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흑인들의 대부분이 직업 윤리가 결핍되어 있고, 게으르고 일을 하지 않는다는 다수의 백인들에게 편견으로 남아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편견이 오늘날에는 다소간 불식되고 있지만 아직도 노령층과 백인 중산층에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복지 자체에 대한 핵심적인 논점 일탈과 더불어 왜곡 해석된 논쟁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해결책이 미국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사회는 오랫동안 아메리칸 드림으로 대표되는 개인주의적 이상의 발현과 성공에 매달려 왔고 아직도 개인의 노력으로 부와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국민들의 빈곤 문제가 자본주의의 모순과 사회적 문제로 발생하는 요인이 크다고 보고 있지만 미국 사회는 이러한 인식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일찍이 토크빌은 ‘의기양양한 개인주의가 사회의 퇴보를 이끌 수 있다’고 경고한 것처럼 개인의 이기심과 개인주의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미국의 사회 발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우리 사회에서의 복지 제도에 대한 논의를 자칭 보수권에서 포퓰리즘적 잣대로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더불어 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적절한 감시와 연구도 선행되어야 한다고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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