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슬람은 서구의 적이 되었는가
타마라 손 지음, 김문주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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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타마라 손은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이슬람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정통한 이슬람 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지금까지 100편이 넘는 논문과 글을 썼다고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는데요, 그래서 조금 기대를 안고 보게 되었습니다. 책은 작은 문고판 크기의 200페이지가 안되는 얇은 분량입니다.

원제는 Is Islam An enemy of The West 인데요.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니 원서판과 지금 이 국역판의 표지가 똑같더군요. 제목의 의미도 크게 벗어나지 않게 번역을 한 것으로 나오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여기 제목에서 이슬람을 서구의 적으로 대비시켜 표현되어 원제와는 달리 자극적으로 만들어 놓은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것은 저의 오해였습니다.

우선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평이한 편입니다. 흥미롭다거나 새로운 인상의 논점은 거의 없었는데요. 다만, 명백하게 이슬람인들과 이슬람주의적 테러 단체와의 구분을 명확히 해줄 것을 독자들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 책이 나오게 된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저자의 의도에는 공감하는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대로 이슬람을 믿는 평범한 이슬람교도들은 민간인들에 대한 테러와 살해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고, 이것을 코란이 내세우고 있다는 테러단체들의 주장에도 반대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죠. 더 본질적으로 저자는 알 카에다와 같은 이슬람주의 테러 단체가 코란을 비롯한 종교 해석과 이론 연구를 무시하고 오로지 마오쩌둥 식의 정치투쟁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는데요. 이는 얼마전에 사실상 격퇴당한 IS가 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 국가를 세우려고 한 것과 같은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와 메디나를 아우르는 칼리프 국을 건국하려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는 욕망을 기저에 놓고 있는데요.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봐야겠죠. 과거 이란이 팔래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정교 일치 국가를 세운것처럼 이란의 적대적이고 파괴적 형태가 IS 모델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에 거주하는 즉, 민주주의 사회에서 삶을 보내고 있는 이슬람인들은 세계의 민주주의 원조 국가인 미국이 다소 전제주의적이고 독재체제를 보이고 있는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을 국익의 명목으로 후원하고 지지하는 것에 대한 격렬한 비판 의식을 갖고 있는데요. 물론 2차대전 이후 냉전시기를 거치면서 핵전쟁의 위협을 안고 있던 동서 대립의 시기에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많은 독재국가를 묵인하고 지원한 것은 사실입니다. 거기에다 이스라엘을 위한 배타적이고 일방적인 정책을 미국 정치권이 그동안 보여왔기에 그런 부분에서도 많은 이슬람인들에게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타마라 손도 이 부분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2차대전 이후에 영국과 미국의 소위 ‘이스라엘 건국 지원’ 이후 수십만의 팔레스타인 난민을 발생시키고 자신들의 안보를 위해서라면 무슨짓이라도 하는 이스라엘을 보노라면 현실적인 분노를 느낄 수 밖에 없을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슬람인들의 국가가 인권과 민주 정치를 외면하고 현실 정치에 종교를 잣대로 삼는 비이성적인 행위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은 자신들도 되짚어 봐야하는 문제인데요. 종교인 이슬람 교리가 현실에 우선해 이를 기반으로 해석하는 것은 많은 이슬람인들이 생각해봐야 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유럽인들이 유럽에 이슬람인들의 이주가 증가하면서 종내에는 강고한 배타적 이슬람주의가 기승을 부려 역겨운 파시즘으로 오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에는 이 점이 문제라고 봐야겠죠.

아직도 서구 유럽인들과 이슬람인들이 이렇게 서로 터부시하는 시선과 몰이해의 측면이 이런 뿌리깊은 내재적 갈등을 수반하지 않았나 하는 해석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테러주의를 표방하는 이슬람 테러단체에 대해 반대하는 이슬람 내부의 일관된 태도가 있어야만 하고, 좀 더 세속의 일에 종교를 끌어들이는 일을 자제하면 좋겠지만 코란의 규율이 이런 반세속주의에 도움이 되지는 않겠죠. 그만큼 교리를 신봉하는 이슬람인들이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어려울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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