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충좌돌 - 중도의 재발견
김진석 지음 / 개마고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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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 철학과 교수이자, 계간지 ‘황해문화‘의 편집자인 김진석 선생의 ‘우충좌돌‘을 일독했습니다. 제목은 ‘좌풍우돌‘에서 약간의 패러디로 만든 것으로 ‘우파에 먼저 달려들고 다시 좌파에 충돌하는‘ 의미로 여기에 소개되는 주제에 우파(적 현상)와 좌파(적 이념)을 동시에 비판한 것으로 여기에서 대안은 중도적 접근 자체 라기보다는 위의 양자 사이에 일종의 타협과 토론으로 보여집니다. 김진석 선생은 철학을 전공한 학자인데도 접근과 비판이 꽤 현실적인 부분이 있는데요. 저자가 글에서 밝혔듯이 ‘이 현실을 있는그대로 직시‘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여기에 실린 주제들에 대한 배경이 아닌가 싶더군요.

이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아주 단순한 느낌은 일종의 우파 보수의 시스템적인 현실에 진보의 관념적이고 탈현실적인 접근은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읽혔습니다. 저자 자신이 진보 정권의 집권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도 그를 위한 진보 세력의 현실 이념적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식의 간절한 요청이 김진석 선생의 의도가 아닐까 감히 추측해봅니다.

책 출간년도가 2011년도라 지금 읽고 판단하기에는 조금 철지난 논제들도 있긴 합니다. 물론 무시를 해야한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전체는 11장으로 되어 있고, 마지막 11장은 따로 언급해서 실지 않은 일종의 후기와 소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글들을 형식적으로 구분하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봤을 때, 요즘 회자되는 강남좌파와 기존의 한국 사회의 좌파 혹은 진보세력, 반값 등록금 문제와 대졸자 주류 사회를 직시하자는 문제, 복지, 비정규직 문제, 부동산 경제, 신자유주의와 사회에서의 개인의 경쟁 등으로 요약했습니다. 여기서는 복지와 비정규직 문제, 한국 사회에서의 신자유주의의 논란 등이 인상이 깊었는데요. 철학을 공부하고 전공한 사람답지 않게 매우 현실적인 접근과 비판을 하고 있어서 꽤 신선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답지않다는 표현이 제 선입견일수도 있지만 사회학을 오래 천착한 학자가 쓴 글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근래 강남좌파로 소개되는 새로운 진보 현상에 대해 보수 우파와 같이 개인 소비와 이익 추구를 하는 이들이 사상과 이념적으로 좌파라고 커밍 아웃 하는 것이 관념적으로 봤을 때 진보와 좌파에 합당한가에 대한 의문과 전통적인 좌파는 전통적으로 돈과 개인적 이익에 대해 비판적인데 이에 대해 저자는 강남좌파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리버럴‘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 동의하구요. 사실 한국 사회에 좌파는 따지고 보면 3% 도 안 될 수치라고 볼 수 있죠. 그러니까 이런 미약한 수치로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느냐 하는 것에 대해선 매우 부정적이고 소위 과거 집권 여당과 기득권 세력에 대비되는 민주당과 사회 민주주의적인 태도를 지닌 세력들은 거의 리버럴로 지칭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극우 보수 정치인들이 민주당을 ‘좌파‘라고 규정짓는 것에 대해 저는 그동안 수없이 희극같은 장면이라 여겨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규정해도 불구하고 김진석 선생도 비교적 해석을 광범위하게 해서 리버럴을 진보로 여기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결국 한국 사회는 거의 대다수의 극우 보수와 보수, 우파 세력에 민주당과 같은 리버럴 우파가 이끌고 있으며 사실상 진보라고 부를 수 있는 세력은 정의당과 일부 좌파 정치인들과 지식인들 정도라고 할 수 있겠죠. 이처럼 한국 사회의 영향력적인 측면에서 진보와 좌파는 거의 미미하지 않나 싶은 전제를 깔면서 이곳의 저자의 논의들을 그런 점을 감안하여 해석해야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한국 사회와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경제와 사회 현상에 대해 매우 깊은 통찰력이 보여집니다. 한국 사회가 이미 대졸들이 다수인 직업계층 및 사회주도계층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현실적으로 직시해서 복지와 비정규직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복지와 비정규직 문제는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문제로 보고 있구요. 한국의 고용 시장이 지난 2000년대 이후로 많은 대졸자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 수많은 대졸 구직자들이 원하는 실질적 자리는 10% 남짓에 지나지 않는 현실 상황의 부조화와 더불어 복지 문제도 이런 점에서 고찰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용 문제가 해결되면 복지 문제도 꽤 신속하고 수월하게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는 이런 고용 시장과 연관이 깊다고 봐야겠죠.

그외에도 저자의 한국 사회에 대한 새로운 입장이 많이 있었습니다. 반값 등록금 문제는 사립 재단의 비리 문제와 경영 합리화를 통해 먼저 토대를 만들고, 북유럽의 사회 복지제도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작금의 한국 상황에 맞지 않는다면 포기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는 등의 논리들이 있습니다. 경쟁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현재 사회에 경쟁이 너무 과다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저자의 분석에 동의하며 이것을 개인적 차원에서만 한정 짓는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들의 제반적 안정을 저해하는 것으로 지금 한국사회는 이미 근간을 흔드는 살인적인 높은 이혼율, 자살, 빈부 격차 등의 사회 토대가 흔들리고 있기에 경쟁을 부추겨 여기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을 벼랑에 몰아서는 언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현실적인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과 관련해서 보수와 진보가 사실상 무능하기 때문에 좀 더 행동적 각성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끝으로 이미 한국 사회의 정치적 계급 지지가 다소 역전되어 있는 상황은 보수보다 오히려 리버럴한 보수와 진보의 책임일 것입니다. 다수의 가난한 하위 계층이 보수 우파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어떤 잣대로 들이대도 참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죠. 민주주의가 정착된 미국과 유럽 서구 사회는 각 시민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정치 이념적 행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는데, 우리 나라는 기득권을 대표하는 보수 우파의 ‘격차는 자연스럽다는 주장‘ 에 중도 보수와 진보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의 그 특유의 다면적인 무능으로 이런 한심한 현상을 불러 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경제적 하위 계층이 진보 정책을 믿고 투표할 수 있도록 소위 합리적 중도 내지는 진보를 자처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각성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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