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애덤 스미스 - 21세기의 계보 프런티어21 9
조반니 아리기 지음, 강진아 옮김 / 길(도서출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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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리뷰했던 ‘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의 공저자였던 조반니 아리기의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를 일독했습니다. 이 책은 약 6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갖고 있습니다. 간단히 요약할 수 있는 소감은 그렇게 수월히 읽혀지는 책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번역은 상당히 잘 되어 있는 편이라 이를 탓할 수는 없구요. 다만 ‘동아시아 역사에서 오래전 중국과 지금의 현대 중국을 해석하고 분석하기 위해 도입된 애덤 스미스와 홉스를 비롯한 여러 이론과 주장에 대해 논하는 것으로 시작되서 서론부터 3장, 그리고 그외 다른 장에서도 곳곳의 왠만큼 사회 경제학적 배경지식이 축적되어 있지 않으면 몇번을 계속 읽어야 될 만큼 난이도가 있었습니다. 또한 여기에 포함된 ‘그 범위‘가 실로 광범위한 문제여서 사회, 경제적인 지식 뿐만 아니라 유럽과 동아시아의 역사와 인용되는 사상가들의 핵심 주장 정도는 알고 있어야 됩니다. 그럼에도 아리기 선생이 꽤 친절한 편이라 사상가의 언급과 배경 설명에도 상당부분 할애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꽤 진지한 독서가 될 수 있을듯 합니다. 저자인 아리기 선생은 ‘세계 체계론‘의 유명한 이론가이며, 본인 스스로 놀라운 만한 독서를 선행한 증거로 이 책에서도 그러한 연구 노력이 녹아 있습니다. 주위에 많은 학자들이 이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를 역작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는데요. 참으로 놀랄만한 연구 성과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흥미로운 부분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몇 가지 소개해드리자면, 기존의 애덤 스미스의 이론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해석을 달리해서 근래 자유주의 비판으로 뮤명한 칼 폴라니의 주장에 애덤 스미스가 이에 동의하리란 주장과 그는 ˝강한 국가의 존재를 전제‘ 했는데요. 이 책의 중심 논지는 이런 테제를 수정하고 확대한 버전이라고 저자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해석 기반을 바탕으로 네덜란드와 영국으로 이어지는 유럽의 초기 자본주의적 경제와 유럽 전반의 시장과 자본의 생성과 축적 및 흐름을 시대적 구분과 함께 여러 사상가들을 인용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럽의 자본주의를 거쳐 영국을 대신해 미국의 헤게모니 획득과 그 이후의 세계의 양대 대전을 언급하고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분석한 영국의 패권이 미국에게 평화적으로 이양된 시기와 지금의 중국의 굴기가 미국의 패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거의 최후의 세계 패권에 대한 개입 작업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실패로 미국의 전세계 영향력의 충격적 쇠퇴를 가져왔고 이 전의 미국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부시 행정부의 전임 행정부였던 클린턴 행정부는 매우 양호한 경제 지표를 만들어 놓고 이임했는데요. 이렇게 비교적 양호한 상태에서 네오콘의 패착과 부시 대통령의 결단으로 시작된 이라크에서의 실패가 미국의 힘이 크게 꺾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에 전통주의적인 동아시아의 중국과 현대의 중국은 주변의 영향력이 상대한 국가였으나 지금의 미국이 양자간 동맹으로 유사시 그들이 원하는 군사 개입과 오랜 미국 외교의 지침이었던 역외 균형 전략을 국익의 제일 우선 과제로 삼고 그러한 동맹 블럭화에 힘써왔다면 중국은 전통의 역사에서도 지금까지 그러한 측면의 확장을 하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존 미어샤이머가 강하게 주장하는 ˝중국은 평화롭게 부상할 수 없을 것이다˝ 라는 논리에 수긍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중국의 평화적 부상에 대한 아리기 교수의 평가는 이후로도 명확히 찾아볼 수는 없었는데요. 중국이 오늘날 성공적으로 시장 경제를 발전시킨 배경에 향진 기업과 화교 경제가 큰 기여를 하고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 테제를 따르지 않고, 스티글리츠가 평가한대로 이 워싱턴 컨센서스가 옹호하는 충격 요법을 지지하지 않고 점진주의를 채택해 중국이 세계의 권력을 동아시아로 향하게 했다 말합니다. 이처럼 곳곳에 중국 경제와 경제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런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가 보다 평등하고 평화적으로 힘을 구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마찬가지로 중국의 부상 또한 평화적으로 이뤄지리라는 희망과 예견을 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21세기는 미국의 퇴조와 중국의 부상으로 설명하는 아리기 교수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2025년이 큰 분수령이 될 해라고 간단히 언급하고 있는데요. 2023년의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추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2025년에는 과연 미중 사이에 어떤 국제 정치경제적 결과가 나타날지 지켜보는 재미도 나름 있겠군요. 이제 전세계를 아우르는 것은 헤게모니가 아니라 헤게머니의 흐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우리가 보고 있는 중국의 경제가 실제로는 더 크고 대규모이지 않을까 여기에 글들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으로 기존의 애덤 스미스에 대한 전통적인 이론을 아리기 교수가 반박한 경우가 많아서 따로 애덤 스미스와 관련된 책 몇 권을 더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467페이지 마지막 부분의 문장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공백으로 되어 있어서 편집상의 문제인지 아니면 제가 구입한 책만 그런건지 약간 의아했습니다. 한가지 더 부언해 드리면 서론부터 3장 까지는 꽤 인내심을 갖고 보셔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해가 미진한 부분은 다른 책을 찾아가며 읽었는데요. 이를테면 애덤 스미스와 관련된 책들입니다. 그래서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었는지도 모르겠군요. 책을 일독하고 나니 왜 이 책이 역작이라 불리고 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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