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그리고 동아시아 (반양장) - 신흥 강대국의 부상과 지역질서
김재철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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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로 재임중인 김재철 교수는 국내에서 이미 국제정치학계의 권위있는 학자인데요. 그는 강단에서 중국의 정치 외교와 국제 관계에 대해 강의 하고 있습니다. 지금 소개 드릴 ‘중국, 미국 그리고 동아시아‘ 라는 이 책은 그런 김재철 교수의 학문적 성과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2016년에는 대한민국학술한 선정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더군요. 책은 두 가지 형태로 출간되었는데요. 신국판과 양장본 형태인데, 저는 좀 더 저렴한 비양장본으로 구입을 했습니다.

이틀전에 책을 받아서, 거의 3일 정도 천천히 정독을 했습니다. 빠르게 읽다가 두 번 읽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해야할까요. 제목으로 보이듯이 이 글의 전체적인 주제는 경제적 발전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과연 평화적으로 소위 ‘화평굴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동아시아지역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의 이익을 침식해 양국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분석이라고 봐야 할텐데요. 결론에서 저자는 양국이 계속해서 갈등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 이익을 함께할 가능성이 크다고 잠정적으로 논하고 있습니다. 양국 어느 국가도 충돌해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부연 설명과 함께 말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립픽을 치루고 이후 뉴욕발 세계금융위기가 터진 지음에 중국 내부에서 중국이 이제는 세계에 국력에 걸맞는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다소 민족주의적 요구가 시작됩니다. 아마 복합적으로 이러한 자신감이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당시 미국은 대 테러 전쟁으로 인한 중동에의 여러 미해결 문제들로 동남아시아 및 동아시아 지역의 중국의 ‘유소작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는데요. 여기에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국방비를 큰 폭으로 감축해야만 하는 시점이어서 여력 또한 그 전과 같지 않았습니다. 이어 2010년에 아세안국가들과 우리나라와 일본에 적잖은 충격과 분노를 안겨줬던 중국의 외교적 공세에 ‘중국위협론‘이 크게 대두되고 일본, 필리핀, 베트남은 경제를 무기로 삼아 대응하는 중국의 공세에 정신을 못 차리고, 특히 일본의 민주당은 그 즈음의 센카쿠/댜오위다오 에서 중국 선장의 억류 문제로 인한 중국의 희토류 보복 때문에 정권까지 끝나게 됩니다.

이처럼 중국은 연례적으로 홍콩과 대만에 한정된 자신들의 이익이 이제는 남중국해의 거의 대부분이 중국의 영향력 범위라고 여기는 듯 합니다. 이는 싱가포르와 미국의 군사적 협력, 호주 북부의 다윈의 미 해병대의 순차적 주둔 등 중동에서의 원유와 각종 자원을 실은 자국의 배들이 유사시 상황에 차단될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이러한 남중국해에 대한 확장에 나섰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만 실상은 이 지역에 매장되어 있는 자원 때문인것으로 여겨집니다. 아세안의 회원국들도 이미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매우 중요한 이익이 되고 있어서 책의 저자가 분석하다시피 이러한 중국의 배타적 확장에 연대하여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대한 중국의 자본 투입과 경제 협력은 사실상 분열을 낳고 있는데요. 아세안의 주요 행위국인 말레시이아와 인도네시아는 대체로 중립을 선호하고 태국은 미국과의 동맹이지만 위의 양국과 비슷한 입장이고, 베트남과 필리핀 만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벌이며 중국을 견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외교적 전략은 별로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지요.

2013년 일본은 방위백서에서 중국을 안보상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얼마전에 읽은 문정인 교수의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에서도 나오지만, 한국이 왜 자신들과 연대해 중국을 견제하지 않는지에 의구심을 보이는 것처럼 일본 내부의 입장은 대체로 중국을 견제하고자 합니다. 이미 일본이나 우리나라도 중국과의 교역이 중요해지고 말았습니다. 양국에게는 이미 중국이 제1교역국이 되었습니다. 얼마전에 저팬 핸들러로 유명한 리처드 아미티지는 왜 한국은 경제적 이익과 안보 안정을 위해 일본과 협력하지 않고, 오래된 역사 문제로 갈등을 빚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글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요. 일본과의 경제적 이익보다 역사와 과거 청산 문제에 있어서 일본에 대한 국민 감정이 썩 좋지 못하다는 것을 미국 관리나 지식인들은 다소 이해 하기 힘든 모양입니다.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그 진정성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자신들의 족쇄와도 같았던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지렛대로 삼고 있는 것을 미국이 모를리는 없겠죠. 거기에다 현격히 돌출된 미국의 경제적 문제로 인해 일본이 이 지역의 안보에 기여를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즉 재무장을 통해서요. 과거에 일본은 중국이 부상하기 전에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에서 강대국의 지위를 누려왔습니다. 돈과 외교적 영향력 수월하게 발휘했고 이 지역의 주도적 국가로 자임했는데요, 그것이 중국의 부상으로 다소간 뒷전으로 물러난 상황입니다. 이렇게 복잡한 변화가 일본이 중국에게 갖는 본심일지도 모릅니다.

미국에게 있어서 태평양은 거의 내해에 준하는 인식으로 되어 있는데요. 자신들의 안보를 위해서도 꼭 현상태를 유지해야만 하는 ‘사활적 이익‘입니다. 거기에 한국과 일본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동맹 체제가 버티고 있고, 전통적으로 미국의 안보에 기대어왔던 아세안 국가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냉전 시대를 거쳐오는 동안에 미국 유일한 영향력이 있어 왔습니다. 그러므로 중국의 이러한 비약적 부상은 지역 내의 복잡한 변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이 요구하는대로 국제 사회의 이해당사자로서 평화롭게 이해관계를 조정하느냐 아니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산재해 있는 지역에서 물리적으로 해결을 보려 할 것이냐는 앞으로 2025년 전후로 중요한 논쟁거리가 될 것입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상호 보완관계가 심화되고 있고, 미국은 중국이 자신들의 채권을 지속적으로 사주지 않으면 경제 전반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2기 집권 기간에는 중국에 대한 유화책을 지속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제일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오바마 행정부의 기조를 따를지는 매우 의문이죠. 이미 오바마 색깔 지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트럼프의 행동을 봤을때 말입니다.

끝으로 근래에 읽었던 ‘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의 주재우 교수의 전망과 비슷하게 저는 중국이 앞으로 평화적으로 부상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현재의 중국 공산당 권력 체제가 내부의 민족주의 배타성을 제대로 관리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이 책에서도 언급되어 있지만 센카쿠/댜오위다오 에서 중국과 일본 전투기들의 우발적 접근이 다소 있었는데요. 비대칭 동맹인 일본과의 관계에서 미국이 연루의 위험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혹여라도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한다면 미국이 이를 방관할 것인지는 알 수가 없죠. 각국의 관계에서 전쟁이 명확한 시점과 적대행위로 벌어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지난 세계 역사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례들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숱하게 많죠. 애초에 우발적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고 관리하려는 의지와 전략적 협력이 지속되지 않으면 위험한 것인데, 반대로 미국과 중국은 전략적 신뢰가 전혀 없는 관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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