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역사분쟁 - 갈등의 현장을 찾아 화해의 길을 묻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열린강연시리즈 2
안청시.최종호 엮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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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울대학교 아시아 연구소 시리즈 중 2번째로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당시 아시아 회귀 정책을 표명한 것을 바탕으로 기획된 제법 의미있는 연구물이라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에 실린 주제들과 관련해서는 특별히 새로운 논의는 없었으나, 일본이 벌이고 있는 영토분쟁과,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배타적 진출, 그리고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어 꽤 흥미를 끌고 있는데요. 다만 일본과 관련된 역사, 정치적 문제는 현재로서는 특별히 답이 없다는 결론을 다시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더군요.

우선 일본이 관련되어 있는 한일간, 한중, 한러간의 영토 분쟁에서 중국과 분쟁중인 댜오위다오/센카쿠를 실효지배하는 것처럼,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사이에 독도는 영토 분쟁은 없으며, 일본이 댜오위다오/센카쿠를 실효지배하고 있는바와 같은 동일한 입장이 독도에 대한 우리 정부의 그것이죠. 즉, 일본의 자가당착적 태도는 사실상 국제사회에서도 별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다만 이러한 영토 분쟁을 일본 내부의 지지층 결집과 민족주의적 배타성을 강화시키는데 이용하는 데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현재의 아베 정권의 현실이겠죠. 여기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와 같은 일본이 일으키고 있는 주변국과의 영토분쟁이 지난 일본제국주의의 역사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은 크게 동의할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국민들과 전문가들은 이런 일본의 독도와 관련된 도발이 단순히 영토적 측면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제대로된 역사 해결이 이뤄지지 않은 관계에서 간혹 가해자임을 망각하며 피해자 운운하는 현재의 일본의 민낯이 여기에 기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일본은 대동아 전쟁이 아시아 제국들을 서양의 지배로부터 독립시켰다고 선전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는 일본의 승리가 민족해방을 시켜준 쾌거라고 주장하고 있고, 아베 신조 총리는 최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Foreign Affairs)지와의 대담에서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것은 미국 대통령이 알링턴국립묘지를 참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부분도 책에 소개되어 있는데요. 이 책의 무지막 주제인 ‘일본은 좋은 이웃이 될까?‘ 라는 질문의 아주 회의적인 대답이라 생각합니다. 이것과 더불어 일본 내에서 역사 교육마저 명확하고 사실적인 방법이 아니라 위와 같이 왜곡되고 자기 기만적인 형태로 교육 현장에 교습되고 있는 것은 문제인 것이죠.

앞서 제가 말씀드린대로 일본과 관련된 이러한 분쟁에는 명확한 해결책이 전혀 없으며, 단지 이러한 역사 문제와 영토 분쟁이 더이상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지 않고 한중일 사이에 물리적인 갈등이 돌출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관리‘ 밖에는 없다고 여기에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뻔뻔한 가해자가 주변국에 있는 것만로도 어떠한 현실적 모순이 발생하는지 우리는 이미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글 내용들 중에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집필자 중에 한 사람은 2015년에 있었던 위안부 합의가 일종의 벼랑끝에서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것으로 그동안 한일 양국이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기울여 온 사과와 반성과 보상 등을 적절히 평가해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는데요. 워싱턴의 보이지 않는 압력 때문에 아베가 지난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무력화 하려는 시도는 감히 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 정치권의 문제는 진정성의 측면에서 사과와 인정을 얼마안가 스스로 뒤집는 행태 때문에 비판을 받는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도 이런 피해자들에 대한 민간 차원의 지원 의사는 있었던 걸로 압니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말을 수시로 바꾸고, 지금도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고 이웃 국가에 영토 문제나 일으키는 정치권의 그 후안무치한 태도가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동아시아 공동체‘를 운운하는 지식인들의 말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더군요. 이렇게 동아시아에서 역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날이 올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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