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논리 - 부활하는 강대국의 국가전략
다케다 요시노리 지음, 이용빈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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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러시아 일본대사관 2등서기관을 거쳐 현재 외무성 군축비확산, 과학부 군비관리군축 과정을 보좌하고 있는 관료인 다케다 요시노리의 ‘러시아의 논리‘를 일독했습니다. 학자 출신의 글이 아닌 현직 관리의 글을 접하는 것은 생소한 일인데요. 신국판 크기의 작은 양장본인 이 책은 분량이 그리 많진 않지만 그만큼 읽기에 쉽고 수월한 편이었습니다.

옐친 정권이 끝나고 푸틴의 1기부터 3기 초반까지의 러시아의 정치 동향과 그에 따른 분석 그리고 외교와 경제와 관련된 측면까지 개괄적으로 써내려가고 있는데요. 독자들이 러시아의 최근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한 것은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 저자의 의도도 긍정적인 편입니다.

푸틴은 스스로 정권을 잡고 나서 일종의 ‘게임의 법칙‘을 만들었는데요. 즉 ‘정치적 야심을 보이지 않고 합법적인 사업이나 정치 활동을 벌인다면 자유롭게 놔두겠다‘는 일종의 원칙입니다. 이것은 민주주의 이념을 체제로 받아들인 국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정치 권력자의 배타적 기준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과거 옐친의 권력 공백을 경험한 푸틴으로서는 권력 누수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강력한 정부 중심의 일원화된 체계를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봐야겠죠. 여기에 불복한 올리가르히였던 베레좁스키, 구신스키, 호도르콥스키 등을 축출한 것은 이런 맥락일겁니다. 여기서 올리가르히는 천연자원과 같은 돈줄에 지배력을 갖고 이것을 자신의 권력화하여 사적인 기득권 체제를 유지한 일종의 조폭 재벌과 같은 집단인데요. 이들을 분리 해체시키는데 푸틴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자신의 권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생각했고 더욱이 모스크바의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분석해 배제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시베리아로 추방된 호도로콥스키는 서방과의 연결고리가 있다고 여겨졌던 인물로 푸틴에게는 더욱더 제거 대상이었겠죠.

이렇게 권력 엘리트들을 차츰 도태시키고 러시아의 권력 일선에 나선 푸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의 미국이 양국간에 맺은 탄도탄요격미사일조약을 탈퇴하자 2001년 뉴욕 발 테러 이후 공감대를 형성하던 미국과 러시아의 화해 무드가 끝나게 되고, 이 시점을 기준으로 푸틴의 러시아는 본격적으로 국제 무대에서 소위 ‘다극 체제‘를 추구하게 됩니다. 더욱이 미국은 부시 2기에서 눈에 보일정도로 패권 쇠퇴를 겪게 되는데요. 이에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 등과 협력하여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패권을 견제하기 시작합니다. 이와 관련된 행보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개입이겠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안보와 집결된 문제로서, 우크라이나가 유럽과 나토에 가까워지려고 하자 친러시아 정권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파이프관을 막는 등의 실력 행사를 보이고, 조지아에 대해서는 친러시아 성향의 남오세티아에 개입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은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산업 전반을 비롯해 국민 생황에까지 의존하게 됨에 따라 우크라이나에의 러시아의 개입은 결국 유야무야 마무리됩니다. 과거 우크라이나는 냉전 이후 러시아의 핵탄두와 미사일 처리 문제가 대두하게 되고 미국과 러시아 양국은 구두로 우크라이나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맹세를 하게 되지만 모든 핵이 러시아로 철수하고 나니 이 동부 유럽의 국가가 어떤 결과를 받아들여만 했는지는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이것은 어느 한 국가 안보적인 측면에서 자신을 제대로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강대국 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겠죠.

이런 국제 정치 무대의 승리를 배경으로 시장에서 천연 가스 및 석유의 가격 고공 행진을 계기로 러시아는 막대한 부를 쌓게 되는데요. 이는 마땅한 기반 산업이 부재하는 상황에서 2008년 뉴욕 발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천연 자원의 가격 하락 및 그에 따른 자산과 주식이 폭락하면서 러시아는 거의 1000억 달러 대의 손실을 입게 됩니다. 이는 세계 금융 위기가 휩쓴 당시에서 미국을 제외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가 러시아였으며, 이 점은 앞으로 푸틴과 메드베데프의 큰 과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러시아 헌법에서 대통령의 3선 연임을 방지하는 조항을 교묘히 이용해 푸틴과 메드베데프가 번갈아 권력을 양분하고 있는데요. 실제적으로는 푸틴의 더 많은 권한을 갖는 체제라고 봐야하겠지만, 앞으로 정치, 외교적인 측면에서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보다 독립적인 러시아를 바라며 그것의 결과가 러시아의 고립이 될지 아니면 전략적인 차원에서 중국과 인도 등과 제휴하며 다극체제의 선두가 될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는 상하이협력기구와 같은 중국과의 협력이 크게 이뤄지고 있는데요. 중국과 아직은 긴장적 요소를 갖고 있는 인도를 껴안아 미국의 영향력에 대항하는 이런 기조가 과연 실현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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