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팝니다 - 무책임한 정부는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
폴 버카일 지음, 김영배 옮김 / 시대의창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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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예시바 대학의 법대 교수로 학장을 역임했고, 미국내 행정, 규제 분야에서 손꼽히는 학자로 손꼽히는 폴 버카일의 ‘정부를 팝니다‘를 일독했습니다. ‘무책임한 정부는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요. 원제는 Outsourcing Sovereignty 입니다. 간단히 해석하면 ‘주권의 아웃소싱‘ 정도가 되겠네요. 국내에 출판된 한글 제목은 일종의 반어법으로 정작 내용은 적절한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여러 민영화에 대한 비판으로 전체적으로 ‘민영화에 대한 비판적 개론서‘ 정도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의 도입부분에 너무나 흥미로운 이란-콘트라사건을 꺼내고 있는데요. 이 사건의 간단한 내용은 당시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로부터 구매한 미사일을 이란에 판매해 그 자금은 다시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정부를 무너뜨리려고 한 콘트라 반군에 지원한 사건입니다. 이 콘트라 사건은 미국 정부의 도덕성을 크게 훼손 시킨 사례로, 독재 정부를 무너뜨리고 민주 정부가 들어선 니카라과에 그에 반하는 반군 게릴라에 지원을 함으로서 친미 정권을 세우기 위한 미국의 매우 정당하지 못한 정치적 개입입니다. 이것을 진두지휘한 레이건 대통령은 의회에서 애매한 태도로 법적인 책을 피해 리처드 닉슨 이후 또다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오명은 벗었으나, 재임 내내 ‘책임 전가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저자는 레이건 행정부 각료들의 헌법상의 책임을 교묘히 전가하여 군사 안보 차원에서 일종의 민간의 위임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해 이러한 결과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민영화는 주권의 아웃소싱이라는 개념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미국 내에서 ‘공익의 민영화‘라고 알려진 사건이 부시 행정부 당시 뉴올리언스의 카트리나 피해와 거기에 투입된 민간 용역 회사 ‘블랙 워터‘ 사례입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 군을 파병해 가용할 병력이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치안과 여러 목적을 위해 블랙 워터를 고용했는데요. 저자는 여기에서 이 블랙 워터 군인들을 민간 군인들로 봐야하는가, 아니면 정부 경찰로 봐야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질문은 정말 중요하고 의미심장한데요. 공공의 질서나 공익을 위해 국민이 동의하고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갖고 있는 정부의 역할을 민간에 위임할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의구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입장과 태도의 연장선상에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영화에 대한 분석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민간의 교도수 운영도 이와 비슷한 맥락일텐데요. 이미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 안의 민간 교도소에 대한 묘사를 접해봤습니다. 현재 전체 국민 대비로 따져봤을때도 각 교도소에 수감된 인원의 비율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미국은 매우 높은 편입니다.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언론들이 정부가 아웃소싱을 통해 민간에 허용한 이러한 민영화 교도소들의 실태에 고발 기사를 다룬적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현재에도 미국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저자인 버카일도 이런 취지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감시 감독을 게을리 하고 있지 않지만, 미국 내에 민간 교도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어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죠.

뿐만 아니라 9,11 테러 이후 공항 보안에 대한 기존의 민간 위임을 철회하고 다시 정부가 조직을 정비해 행정력으로 대체한 경우의 예를 들며 안보와 군사적인 부분에서는 무분별한 민영화는 제한해야하며 기본적으로 정부가 해야만 하는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절차적 과정의 적법성을 갖춘다 하더라도 지금 현재 미국의 각 공공 목적의 업무에 대한 매우 광범위한 민영화는 문제라는 것으로 말하고 있는데요. 글의 결론에 ‘이유가 무엇이든 아웃소싱을 정당화하지는 못하며, 아웃소싱은 명백히 공익에 반하는 행위다.‘ 라고 평가하는 것에 저자의 입장이 어느쪽인지 알 수가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적 민주주의가 특유의 자유주의적 태도와 경제적인 측면에서 시장에서의 자율과 개방을 강조하는데요. 더욱이 전통적으로 미국인들은 정부가 보편적인 측면에서 공공과 복지를 위한 일에 개입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미국의 고유한 가치 체계 같은걸로 설명하는 모양인데요. 레이건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국가 전체에 파급시킨 영향도 있겠지만 개개인들의 삶과 사적인 생황에 정부나 공공의 개입이 제한되어야하는 어떤 불문율을 지키는 것이 초기 미국 민주주의의 요소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새삼 문제가 되고 있는 총기 소유 문제도 바로 수정 헌법을 통해 밝혀진 ‘개인의 자유와 방어권을 위한 침해할 수 없는 권리‘로 해석하며 거대한 이익 단체인 미국 총기 협회의 로비와 더불어 이런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 것으로 알 수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에서도 많은 영역에서 민영화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이러한 무분별한 민영화를 분석하고 해석해서 면밀한 연구가 있어야 된다고 여겨집니다. 앞으로 통상 압력의 측면에서 이러한 미국 관계자들의 의한 요구가 거듭될 가능성도 있고, 우리 관료들도 미국의 민영화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인지하고 있어야 그런 대응에 효과적으로 맞대응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새삼스러운 내용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런 여론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크게 이득이 될만하다고 평가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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