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환상 -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세계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이수현.천경록 옮김 / 책갈피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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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짐바브웨 태생으로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대학교 킹스 칼리지의 유럽학 교수인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2008년 뉴욕 발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유명한 분석 글인 이 책을 철지난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파리드 자카리아의 글을 통해서 캘리니코스 교수의 이름을 접했는데요. 이 분은 최근작 ‘그리스 위채위기와 사리자의 부상‘으로 국내 출판계에 반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책을 전체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주제에 대한 인용과 분석이 매우 깔끔하고 탁월해 보인다고 해야할까요. 아마도 번역의 느낌도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군요. 이것은 논외지만 전체적으로 오탈자는 한군데 발견되었습니다.

지금 소개하는 이 책도 2010년 당시에 독자들과 전문가들로부터 꽤 흥미를 이끌었는데요. 아마도 저자가 세계적으로 명망있는 좌파 지식인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제를 크게 3부로 개괄해 일종의 미괄식 구성이라 볼 수 있겠는데요. 1부에서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로 시작되는 뉴욕 발 세계 금융 위기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실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 대한 분석을 간단히 요약하면 자본주의적 모순에 의해 근래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기하게 되는 소위 그림자 경제라고 일컫는 ‘금융‘이 여러 상황과 맞물려 미국 경제를 붕괴에 이르게 했다는 결론입니다. 물론 2007년 이후로 미국은 지독한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고, 부동산 거품이 여기에 불을 질렀는데요. 사실 각 행위 요소에 대한 전후를 따지기도 뭐한 사정입니다. 워낙 각 요소 마다 긴밀히 상충되는 관계이기 때문일겁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당시의 금융인들의 지상 명제를 보더라도 자본주의의 속성상 자본을 통해 극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꽤 일반적인 내용입니다. 자본의 비인간성은 이런 모습에서 기인하는데요. 여기서는 금융 시장의 기반에 각각의 최대치의 이윤 요소를 결합하여 마찬가지로 최대한 뽑아내는 것에 각 금융 회사들의 목표였고 행동이었습니다. 결국에는 일종의 대가를 치루기 위해서라도 당국이 리먼 브라더스의 퇴출을 방관했지만 이는 결국 하이 리스크의 리턴으로 돌아와 심각한 세계 경제의 붕괴 초래를 예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당시 부시 대통령은 기존의 입장을 철회해 의회에 박대한 금융 지원안에 대한 동의를 요청하게 됩니다.

그 여파는 아이슬란드와 영국, 독일로 퍼졌고, 동아시아의 각국도 영향이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 같은 경우는 미국과의 300억 달러에 이르는 통화 스와프가 역할을 하여 종래의 IMF 구제 금융같은 위기는 없었습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과거 클린턴 행정부가 일본의 장기 불활을 타개시키기 위해 엔화의 절하를 용인하며 수출 증대를 통해 경기 부양을 돕게 하겠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를 통해 엔화가 절하되고 일본의 주요 수출품이 가격적 우위를 선점하게 되는데 이 점이 기저에 깔린 동아시아 경제의 위기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2009년 미국에게 있어서 러시아의 그루지야 사태와 금융 위기로 인해 세계에 대한 패권 감소로 이어지는데요. 금융 위기 이후에도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 수입을 올리면서도 그 흑자 수입을 미국 채권 등에 투자함으로써, 미국 국민들의 신용 생활과 미 정부의 적자 기조에 산소호흡기를 대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미국 FRB의 인사들은 이러한 중국의 비정상적인 국내 저축이 미국의 위기의 원인이었다고 비판하지만, 중국의 개방화 이후 지속적인 미국 경제와의 통합과 관계 깊이로 봤을 때 이러한 주장은 애초에 양국이 서로 긍정적으로 양해하는 과정에 있었다고 보고 앞선 이들의 주장은 뭔가 말이 맞지 않은 것이라 봐야 하겠죠. 이러한 2009년의 두 가지 사건이 미국의 패권을 감소시키고,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의존성으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시켜, 러시아 권력의 핵심부로부터 더이상 미국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재정적 원인으로 인한 군사력 지탱의 어려움이 미국의 전세계적 영향력 감소와 반대로 근래 대두하고 있는 브릭스의 5개국 가운데 중국의 상대적 돌출을 불러일으켰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건 저자인 캘리니코스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밀접성이 큰 만큼 앞으로 양국간의 전쟁이 수반되는 큰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러한 점은 조지프 스티글리츠나 칼 폴라니도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판단에는 동의하기 힘들더군요.

결과적으로 많은 지식인들은 레이건 시대부터 이어져 온 신자유주의적 논리가 2009년 이후엔 탈 신자유주의 내지는 수정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니까 미 행정부의 구제 금융 지원은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사망 선고라 할 수 있었으니까요.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미 정부의 대책을 환영했지만 신자유주의의 기조는 얼마간 수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바로 여기에 확장된 논의가 과연 이런 자본주의읨 모순에 대한 합리적 해결 방안 일 것입니다. 몰론 저자인 캘리니코스도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예전의 계획 경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은 무리인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즉, 건전한 자본주의를 위해 시민사회의 목소리라든지 전문가들의 주도 면밀한 연구가 합리적 대안 수단을 강구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 있는 많은 시민들이 같이 연구해보는 것도 동시에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 되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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