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당과 국가 - 정치체제의 궤적 중국연구의 쟁점 총서 1
니시무라 시게오 외 지음, 이용빈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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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나미쇼텐에서 발간되고 있는 전체 12권으로 구성된 총서 시리즈 중 가운데 제1권인 이 책은 역자가 책에서 밝힌대로 지난 170여년간의 중국 정치사에서의 그 구조적 분석에 탁월한 것인데요. 2012년 당시 한국에도 번역되어 출간 되었을 때도 많은 언론으로부터 중국 정치의 해박한 분석이라 평가를 받았습니다. 공동 저자인 니시무라 시게오와 고쿠분 료세이는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의 말엽부터 현재 시진핑 주석의 초기까지의 중국 정치사에서의 ‘당-국가 체제‘의 변용과 분석이 핵심입니다. 이것은 당체제로 나아가 국가를 통치한다는 이당치국의 예인데요. 과거 장제스가 러시아는 혁명을 이뤄 완전히 당에 의해 국가가 다스려진다고 보았고, 그의 국민당 또한 이러한 통치 체제를 중국에 이식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은 이 두 저자의 시각인데요. 특히 놀라울 만한 점은 마오쩌둥의 중국 공산당 또한 이러한 개념을 현실화 했던 점입니다. 물론 마오쩌둥과 생각이 다소 달랐던 덩샤오핑까지도 이런 당에 의한 통치를 견고하게 추진했는데요. 이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이 그러한 것을 염두해두고 그리 했다기보다는 1949넌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에도 스탈린을 추종했던 당시 중국 공산당의 분위기로 봤을때 이렇게 여러가지 측면에서 이러한 체제를 수립, 강화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몇가지 흥미로운 점은요. 장제스 치하의 국민당 정부는 다수에 의한 통치 개념을 인식하고 의회 수준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제도를 구축하려 했다는 점과 전반적으로 당시 각 지방의 군벌이 장제스의 지도력을 심각히 미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불안 요소로서 후에 항일 공동 전선으로서의 국공합작을 파기하는 실책을 범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장제스의 리더쉽은 이런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이미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입니다. 물론 미국의 전폭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그 개인의 부패 문제로 인해서도 제반 여건이 그에 미치지도 못하는 마오쩌둥에게 정치적 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밀린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미국으로서는 극히 잊고 싶은 한해로 기억되는 1949년에 중국의 공산화와 소련의 핵실험 성공은 진정한 냉전의 시작을 알렸고, 이에 중국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은 마오쩌둥은 초기에는 잔존한 민주세력이나 약간의 우파세력과 얼마간 협력하며 통치를 하지만 결국 온전히 중국 공산당에 의한 중국을 만들게 됩니다.

마오쩌둥 사후, 화궈펑과 이후 그를 대신한 덩샤오핑과 그를 대신할 뻔했던 자오쯔양을 거쳐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초기까지의 중국 정치 변혁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문화대혁명 시기 자신이 스스로 자아비판을 하면서까지 비굴하게 정치 생명을 연장했던 덩샤오핑은 개방정책을 펼치며 1972년 전후로 국제사회에 중국을 등장시킵니다. 꽤 개혁과 개방에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덩샤오핑은 정치적으로는 마오쩌둥과 흡사한 보수적 독재주의자였고 어둠의 장막 뒤에서 당을 움직이고 입김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고 분석한 것은 서구의 학자들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일겁니다. 이 덩샤오핑 시기에 중국 공산당의 성격이 변질되어 엘리트 독재와 같은 모습으로 변모했다고 저는 이해하는데요. 지금에도 공산당 입당에 대한 제한과 공개되지 않은 입당 조건 등을 봤을 때 이러한 저의 추측은 공상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당이 곧 국가라는 변치 않는 통치 이념은 지속되고 있는데요. 여기에 인민해방군과 전통적인 엘리트 계층의 당 합류가 이어지는 것은 앞으로도 당을 이끄는 정치 권력들이 중국을 민주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지라고 생각됩니다.

끝으로 ‘중국위협론‘이 본격적으로 미국과 유럽에 알려진 1996년의 중국 공산당에 의한 대만 위협은 경제적으로 시장 경제 체제를 도입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심각한 권위적 독재 체제인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에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운 존재인지 명확히 드러내는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민주평화론을 언급하지 않아도 이 책의 저자들이 서문에서 말한대로 중국은 정치와 경제의 서로 다른 정체성, 핵을 보유하고 군사력도 대거 증진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빈부격차와 부패문제가 심각해 아직도 개발도상국에 머물고 있는 현실은 앞으로 미국과 유럽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면밀하게 중국을 분석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책은 균일하고 일관되게 중국의 당에 의한 지배를 잘 분석했고 이러한 기본 체제를 개념적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준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 내리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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