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이후 미국 패권 (양장) -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전쟁의 변주
이혜정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이자 해외에도 명성이 알려진 국제정치학자인 이혜정 교수의 미국의 민주주의와 패권과 관련된 7편의 논문을 모아 출판한 ‘냉전 이후 미국 패권‘은 소련이 붕괴한 시점부터 부시와 오바마, 그리고 지금의 트럼프 시기까지 미국 정치와 외교를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냉전 이후 미국이 대외적으로 중심을 둔 정책은 역외 균형이라 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 역외 균형이란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미치는 어느 지역내에 패권을 지향하는 국가를 견제하고 미연에 방지하는 대외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회귀‘ 전략을 강조한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을 군사, 외교적인 측면에서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작금의 중국 부상을 역외 균형이라는 틀로 해석해보면 앞으로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이 미약하게나마 추측 가능해집니다. 다시 앞선 설명으로 돌아와서, 냉전이 종식 되자 소련을 놓고 대동맹에 나선 미국의 전략을 대폭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사실 미국으로서는 소련의 붕괴가 미국 스스로의 세계 패권의 승리라고 자축할 수 있겠지만, 군사와 외교 정책적인 측면에선 적잖은 수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클린터 시기의 NATO확장을 비롯한 잠재적 미국의 영향력 확대는 조지 W. 부시의 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개입 전쟁으로 변화됩니다. 이것의 원인에는 2001년 9, 11 테러가 원인이 되었고, 부시의 적극적 개입은 미국의 다소 예외적인 현실주의 외교 노선의 대폭 수정을 불러왔습니다. 미국에 대한 테러라는 윤리 도덕적인 기준을 잡고 이에 전면적 제거를 목적으로 중동에 군사력을 투사했는데요. 미국의 정치학자 벤자민 바버는 9. 11 테러를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근본적인 민주적 결함에 대한 대응으로 규정하고 지구적 차원의 새로운 민주주의 시민사회 건설을 주장하지만 이 테러의 결과는 아시다시피 여러 부정적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에 저자인 이혜정 교수는 부시 행정부의 실패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는데요. 전쟁을 끝내고 이라크의 민주주의 정치를 실현시키는데 잠정적으로 실패한 것은 어쩌면 미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가능성이 크고, 부시와 라이스 국무장관 두 사람이 동시에 강조한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것도 이라크의 현실에서 모순된 결과를 내포했습니다. 이를테면 극도의 정치 불안과 부패 문제이죠. 애초에 이라크에 개입한 이유가 벤자민 바버의 말처럼 이라크 내에서 독재와 테러를 종식시키고 자유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고자 한 것이 아니라 석유와 이라크 재건에 나선 군수산업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 것이죠. 이를테면 이라크 치안 안정을 위해 요구된 미군의 주둔을 묵살하고 조기 철군해서 특정 군수 보안 업체에 일감을 지원하는 등의 현지 치안력 확보에 등한시한 점 같은 부분입니다. 하지만 당시 부시 대통령의 힘과 군사력을 신봉하는 교조적 이념이 뉴욕발 테러를 만나 강화되고 중동에 투사된 왜곡된 군사 외교의 총체적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어 이러한 부시의 유산은 차기 오바마 행정부까지 이어지고 아프가니스탄의 카르자이 정권의 무능과 부패는 오바마의 미군 재증파와 맞물려 중동에서의 미군 철수를 공약으로 삼았던 오바마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물론 중간에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함으로써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 받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레반 세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해 이들이 인근 파키스탄으로 스며들고 이라크에서와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의 정착을 제대로 돕지 못한 점은 리버럴한 지도자라고 일컫는 오마바의 한계로 남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뉴욕발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한 미국의 경제 쇠퇴로 인한 군사비 축소는 시리아의 내전과 IS사태에 있어 러시아의 기득권을 재확인해준 결과를 낳았습니다. 오바마는 특히 국내에 금융 위기로 붕괴한 중산층의 복원을 내세웠지만 잠정적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이렇게 국내 정치경제적 기반이 부재한 상황에서 오바마 정부의 대외 관계는 위기에 빠졌습니다. 더욱이 이 즈음에 미국 정보 기관의 전세계 도청과 더불어 전 지구적 첩보 작전이 폭로되자 도덕적으로도 미국 행정부가 난처한 상황에 처합니다. 결국 오바마가 주장한 그 담대한 희망이 실현되기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물론 오바마 케어를 비롯한 문제에서 의회의 비협조와 조직적인 반대는 국내에서의 그의 리더쉽에 큰 악영향을 끼쳤고 공화당 내에서의 티파티 운동의 확대와 같은 보수주의 우경화는 정치적 양극화를 불러왔습니다. 실로 미국의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위기 수습은 뒤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출현으로 더 한층 첨예화됩니다.

차기 정부의 수장이 된 트럼프는 본인의 부친이 유명한 인종차별주의자인 것처럼 자신 또한 인종 차별주의자인데요. 대통령 선거 기간에 KKK애 대한 기성 정치 세력의 역겨움과 혐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자신은 그 KKK에 대해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명합니다. 더군다나 이민과 남녀 평등과 관련된 문제에서도 그 위험성은 익히 알려진바가 있고, 힐리러 클린턴에게도 여성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은 것도 선거 기간에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트럼프의 백인 우선주의, 미국 우선주의는 그가 직접적인 대규모 군사 전력을 내세우기는 어렵겠지만 미국이 주장하는 바를 전세계가 받아들이게 하길 원한다는 측면에서 우선주의적 입장을 견지할 것이 예측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고 난 지금의 시점에서 앞으로 미국의 패권에 대한 트럼프 쇼크는 이미 현실입니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거부한다거나 러시아의 대선 개입 논란을 해프닝 수준으로 받아들인다거나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미국의 영향력에 좋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이혜정 교수의 7편의 논문을 제 나름대로 해석해 하나의 편협한 글로 만들었는데요. 원글은 꽤나 현실적인 자료와 도표들을 인용하고 여러가지 측면에서 미국 정치와 패권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부시 행정부의 변환정책에 좀 더 흥미가 갔는데요. 그 외에도 다른 논문들 또한 저자의 연구 노력이 적잖게 녹아 있는 훌륭한 글이었습니다. 전에도 여러 중국 관련 글에서도 밝혀왔지만 아직은 지역내에 안보 불안 요인이 있기에 미국의 영향력이 아직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