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의 진보
심보선.장석준.박상훈 외 지음 / 이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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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실천적 생활 좌파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는 김규항 씨의 글에서 얼핏 읽은 문장 하나를 기억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우파는 자신의 양심을 건사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만 좌파는 자신의 양심 뿐만 아니라 다르 사람의 양심까지 건사해야만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김규항씨의 저 문장은 오랫동안 제 마음속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로 한국 사회에 진보는 더이상 영향력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어느 정치 논평가의 말마따나 이 책의 제목인 ‘지금 여기의 진보‘는 현재 우리의 진보정치가 어느 정도인지 조금 가늠할 수 있는 의미심장한 표현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미리 결론을 짓는다면 저는 우리 한국 사회에 진보와 진보 정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소개된 글들은 19대 총선 이후, 당시 이명박 정부의 배경에서 진보주의의 위기‘라고 받아들이고 그런 위기 의식에서 이 책이 나온게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물론 이후에 박근혜 정부에서 통진당 해체 사태가 이어지긴 합니다만, 당시 이명박 정부의 무분별한 만능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와 한국 사회에 신자유주의의 내면화에 따른 단순한 이론적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일정 부분 진보가 사회에 대해 기여할 수 있는 여러 수단들을 여기에 글을 통해 실현시키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고 나름 해석해 보고 있습니다. 일종의 이 책의 존재 의의겠죠.

여기에 참여한 분들로는 홍세화 선생을 비롯해 요즘 자주 접했던 이택광 교수, 장석준, 엄기호 씨 등의 집필진이 참여했습니다. 이 분들 모두를 진보적 지식인이라고 범주화 시킬 수는 없지만 각 주제 마다 한국 사회에 나름 현실적 개연성에 의미 부여가 될 수 있겠더군요. 즉, 진보가 우리 사회에 선한 결과를 이루낼 수 있도록 기여할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는 측면입니다. 인간 본성으로서의 그 안정화 추구에 따른 보수와 우파를 지지하는 현실적 상황이 진보가 우리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있는 지지를 받기는 매우 어려운 부분이며, 과거 분단으로 인한 반동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에서 진보 세력에게 폭력적 색깔론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한 이력 때문에도 유럽이나 다른 국가들에 비해 진보주의가 이 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기반이 취약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도 신자유주의가 영향력을 상실하지 않고 전세계의 자본주의화에 이론적 토대가 되어 각국의 민주주의적 토양을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은 어느 시민들이나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레이건과 대처 이후로 자본주의가 평화롭게 시민의 행복과 일반적인 평등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밝혀진 이후에도 인간 사회를 병들게 하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측면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이 부진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특히 보수주의의 입장을 견지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전혀 개선할 부분이 없는 완벽한 이념이라고 믿는 것에서 우리는 모순을 발견할 수 있지요.

그래서 큰 틀에서 시민의 행복을 위해 진보주의가 많은 기여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단순히 이론적인 가치로서의 옳음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시민들의 복지를 위해 그 결과의 선함을 추구하는 것이 진보가 유념해야 될 부분이라는 취지의 글이 있기도 합니다. 오늘날 보수가 보다 단순한 이론으로 현실 정치에 녹아 있듯이 진보도 그러한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정치 이론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예슬과 교육과 노동에서 이러한 논리가 보여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정치에서 옳은 것은 오직 하나라는 편협함을 벗어내고 진보주의를 믿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담대한 성취를 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이처럼 진보도 사회와 상생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좀 더 시끄러운 민주주의를 바라는 이택광 선생의 말대로 자본주의가 더는 오판하지 않고, 더 건강한 민주주의적 발전과 더 많은 사람들의 행복, 더 나아가 보수처럼 이 사회에 밀착하는 그런 시대를 그려보는 것으로 이만 마무리를 해야겠습니다. 물론 아직은 이 사회에서 진보가 걸어가야 갈 길이 아직 먼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인데, 이렇게 의미있는 글이 출판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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