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 기원과 사례, 그리고 대의민주주의와의 관계
폴 태가트 지음, 백영민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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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 곳을 통해 리뷰한 조남규의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존 주디스의 ‘포퓰리즘의 세계화‘ 그리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포퓰리즘적 정치인으로 설명한 조기숙 선생의 ‘포퓰리즘 정치학‘ 등에서 이 책의 저자인 폴 태가트가 많이 인용되고 언급되었는데요. 태가트의 책을 읽어보려고 수소문을 해봤지만 당시에는 국내에 그의 저서가 번역된 것이 없었습니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원서를 구입해서 읽어볼까 고민하다가 최근에 태가트의 유명한 책이 번역 출판이 되었더군요. 더욱이 서문에서 역자가 이 책이 2000년에 출간되어 신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과 사회과학 고전이 아니라는 점 등의 한계가 있어 다소 출판이 어려웠다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다행히 한울에서 출판을 결정해 저같은 독자에게는 참으로 기쁜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들어가기에 앞서 이 점을 밝히고 싶었습니다.

국내에는 최근에 어떤 정치인의 출현을 계기로 이 포퓰리즘이라는 단어에 대한 해석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떤 세력에 있는 정치인들은 상대의 성급한 정책과 다소 판단하기 어려운 그 인기에 뭔가 독설의 의미로 이러한 포퓰리즘을 사용했는데요. 저 개인적으로는 보수들이 진보쪽에 있는 정치인들에게 자주 들먹이는 색깔 논쟁과 비슷한 어감의 차용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색깔논쟁과 포퓰리즘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긴 하지요.

포퓰리즘은 간단히 설명하면 엘리트 정치에 대한 반감과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 그리고 비범한 정치인에 대한 동경 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현대 정치 역사에서 포퓰리즘이 지니고 있는 치명적인 한계 즉, 금방 시들어버리는 휘발성으로 인해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요 근래에는 표퓰리즘과 네오파시즘이 결합해 그 파급력이 점차 우려될 만한 수준으로 유럽에 나타나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제 세계 정치학계에서 연구와 관심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태가트의 ‘포퓰리즘‘을 일독하고 난 후의 느낌은 대중 인기 영합주의의 포퓰리즘에 대한 아주 이론적이고 개념적인 해석이 바탕이 된 크게 이해를 돕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과 남아메리카, 유럽, 캐나다, 호주 등의 정치적 포퓰리즘의 범주에 들어가는 인물과 정치현상에 대해 가감없이 서술하고 있고요. 이런 포퓰리즘적 정치가 지닌 한계와 해석에 대해서도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대로 태가트의 이 책은 2000년에 출판된 것으로 인해 가장 최근의 유럽과 일본 등지의 포퓰리즘과 포퓰리스트의 소개가 되어있지는 않습니다. 이런 부분은 독자들의 좀 더 이해를 위한 스스로의 자료 조사가 필요하겠지요.

글의 거의 결론에서 다수의 침묵하는 국민들이 마땅히 지지할 정치 세력이 없다는 나름의 해석을 통해 ‘침묵하는 다수의 주장은 침묵이다‘ 라는 것은 다시 말해 현재 이들이 묵묵히 일을 하고, 세금을 내며, 말없이 삶을 누리고 있는 이 다수는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만 정치적으로 과묵하다는 서술이 뭔가 포퓰리즘이 정치 혐오주의에 다소 편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의 이러한 해석은 포퓰리즘이 기존의 엘리트 정치와 정치제도를 악마화하는 것으로 봤을 때, 불만을 돌리는 정치로 그들이 좋아하지 않는 대의제 하에서 표를 흡수하고 이들을 대표한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이러한 정치행위들이 사실상 현실 정치에 대한 아무런 대책없는 반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자인 폴 태가트도 바로 이러한 현실 정치 체제를 부정하는 포퓰리스트들의 행태적 모순으로 인해 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결국에는 불만과 반대만을 위한 정치로 일관되어 그 생명이 짧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 했습니다. 다만 민족주의와 카리스마적 리더십 등과 비교 분석하며 독자들에게 면밀한 이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끝으로 현재 세계 정치에는 이런 신포퓰리즘과 인종주의적 차별주의인 극단주의가 결합되어 정치 세력화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미국의 트럼프가 이에 속할지도 모릅니다. 기존의 정치에 대한 다수의 혐오로 비롯된 것이라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이러한 체제 거부와 반발에 이르는 포퓰리즘적 정치에 대한 좀 더 세밀한 분석과 향후 예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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