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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갈등을 만들고 갈등은 사회를 만든다 - 한국사회의 갈등 지형과 연대적 공존의 모색
박길성 지음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3년 6월
평점 :
꽤 논쟁적인 제목이 인상적인 이 글의 저자는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자, 동 대학 인문대학 부총장으로 역임하고 있는 박길성 교수입니다. 박교수의 이름은 여러 책들의 인용이나 언급을 통해서 알고 있었는데요. 학계에서는 유명한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약 250페이지 분량의 글을 다 읽고 드는 느낌은 문제제기는 명확했으나 글을 풀어나가는 전개과정과 해결책의 방법 및 수단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론에서 보여지는 한국 사회의 갈등 요인에 대한 분석과 해석은 탁월하다 느껴지지만, 좀 더 글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뜬금없이 대학의 역할론을 꺼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우리 사회에 중요한 이 ‘이념적 갈등‘에 대해 해결책 제시는 미흡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저자도 글에서 언급하듯이 1950년 전쟁과 그로인한 분단으로 인해 한국 사회에 뿌리깊은 반공 이데올로기가 권위주의적 정치권력과 융합해 87년 민주화 과정을 거치기 전까지 오랫동안 ‘물리적인 권력‘으로 자리해 왔습니다. 더 문제는 이런 민주화 과정을 거치고 나서도 일부 보수라고 지칭하는 정치 세력들이 자신들의 주의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그것에 대해 조그만 비판을 하려는 시도에 대해 이념적 비난을 전개하는 것은 지금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즉, 건전한 정치권의 기본적인 토론 문화를 봉쇄하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등 그 폐해가 적지 않다고 봐야합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 시민들이 체험하는 갈등 중에 이념적 갈등은 큰 비중이 크지 않으며 실제적으로는 경제적 갈등이 더 큰 문제여서 그 부분에 대한 제기를 더 할애한 것으로 보여지긴 합니다.
그리고 97년 체제에 대한 분석은 소위 97년 체제로 해석되는 힌국사회에서의 무차별적인 신자유주의화의 시작, 좀 더 현실 경제적인 측면에서 ‘평생직장‘과 ‘고용안정‘ 붕괴에 대한 논의였습니다. 이 부분은 나무랄데 없는 저자의 해석적 분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민주화 이후 전통적인 한국의 권위가 무너졌고, 이것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권위가 한국 사회에 필요하며 이것의 결핍으로 인해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고소율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회에서의 권위 붕괴가 높은 고소율로 이르렀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러한 법으로 개인들간의 갈등 요소를 해결하려는 것은 이미 우리 사회가 강도높은 개인 불신 시대로 들어서서 법의 판단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즉, 한국 사회에서 점진적으로 인정받는 그 권위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앞서 설명한 법에 기대어 개인들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것을 대체할 만큼 실효적이고 검증된 권위가 과연 자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저는 매우 회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글의 도입부에서 나온 ˝자유민주주의자들은 ‘계급‘을 배타의 대상이 아니라 매력적인 담론으로 인식하여야 한다.˝ 문장에 이 책은 뭔가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려는 듯 보였습니다. 사실상 공정과 평등이 무너진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언급은 무리한 전개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매력적인 담론에 대한 의미있고 창의적인 논리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충족시키지는 못했습니다. 현재까지 학계나 이론을 통해 많이 언급된 내용들이 주축이었고 당연히 그리 해야만 하는 원론적인 내용들에 대한 내용은 마땅히 우리 사회가 다시금 생각해 볼만한 부분임은 부정할 수는 없겠죠.
지난날 압축 성장 경제로 인한 드러나지 않은 폐해들이 이제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된 것은 엄연한 현실화입니다. 저자의 언급대로 정치는 균열을 먹고 산다면 이제 우리는 균열을 먹고 사는 정치에 대해 더이상 끝없는 먹이를 주지 말고 즉,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하는 자세를 모두가 가벼이 여기지 말고 우리 정치에 해가 될 수 있는 요인들을 개선시키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각자 개개인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정치적 성찰과 사고관을 바탕으로 각종 갈등을 먹이 삼으며 연명하는 일부 언론과 정치 세력에 휘둘리지 않아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