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편이들의 상식 - 오늘의 중국을 이해하는 75개의 단상
량원다오 지음, 김태성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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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홍콩의 명문인 중문대학을 졸업하고 홍콩의 이름난 신문인 신보와 명보에 칼럼을 쓰기 시작하며 젊은 나이에 홍콩 평론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량원다오는 소위 대륙인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중국과 중국문화, 중국인들에 대해 ‘상식 추구‘를 실천하는 지식인으로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서문에 이를 밝히고 있습니다. 원제는 Common Sense로 토마스 페인의 명저 ‘상식‘에서 빗대어 온 것으로 보입니다. 글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근래 중국에서 벌어진 현상에 상식적인 접근과 해석을 하고 더불어 그것을 바탕으로 중국인 독자들에게 일종의 의식의 전환을 촉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저와 같은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에게도 읽어볼 만한 주제가 적지 않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책 전체는 여러 소주제가 각기 하나의 큰 주제를 형성하는 칼럼집의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서구의 중국 침탈이라 정의 되는 아편전쟁의 극복 문제라든지 멜라민 우유 파동과 같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문제, 서구 사회가 제기하는 중국 내의 인권 문제, 쓰촨성 지진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재해 대책, 중국인들의 민주주의적 여론에 대한 정부의 통제 등에 관한 것들인데요. 이런 주제들은 불행하게도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지식인이 다루기가 상당히 어려운 것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홍콩과 대만에 적지 않은 연고를 갖고 있는 저자가 이렇듯 자신의 생각을 글로 출판한 배경이 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저자의 여러 글 중에 꽤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는데요. 과거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두고 일본 내의 극우 세력의 발현은 일본 국민들에게 2차대전 전후 체제에 대한 왜곡된 역사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선례 조치로 그동안 고이즈미 총리가 매번 참배를 빼놓지 않았다는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인과 일본인, 그리고 전세계 주류 매체들이 일본의 군국주의를 나치 독일과 같은 반인류적 죄악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욱일승천기와 같은 일본 군국주의의 잔재가 요 근래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에서 일본 군대의 만행은 전쟁 기간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폭력이 확대된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고 바라보고 있는데요. 이것은 얼마간은 수긍할 만하지만 저자의 이 주장이 전부 옳다고는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뒤이어 미국의 조치로 일본 천황제를 유지하고 얼마간의 전쟁 범죄자들을 단죄하는 것으로 끝나 당시에 일본 제국주의에 몸담었던 수많은 일본인들에게 면죄권을 준 것과 다름없다는 해설도 있기는 합니다. 다만, 유럽 곳곳의 학계나 언론들이 난징 대학살과 같은 것을 다루고 있고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본 군대의 폭력 정도로 해석한다는 식의 판단은 너무 범위를 좁힌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애매한 이 부분의 해석을 제외하면 대체로 중국의 현실에 대한 비판이 잘 나와 있습니다. 중국 내부에 출현하고 있는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도 가감없이 하고 있고요.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된 프랑스에서의 성화 봉송 불능 사태에 관련해서도 전체 프랑스인을 매도했던 상황에 비판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우리 나라에서 벌인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 시위에 대한 해석에 한국이 당시의 중국 유학생들이 벌인 행동을 간혹 중국인들 전체의 양식이라고 해석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요. 한국이나 일본도 그렇게 확대해석을 한다는 식으로 언급하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았습니다.

저자가 말한대로 현대 민족주의의 가장 큰 특징이 국가 범위의 능력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것이라면 지금 현재의 중국 내부의 민족주의적 발현은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저자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책 서두에서 동남아 국가들이 이 중국위협론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갖고 있는 상황에 중국인들 스스로 이것을 오해로만 치부하지 말고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제스처가 있어야만 하겠죠. 더욱이 동남아의 여러 국가들이 그로 인해 안보를 미국에 더 의지하는 것을 무작정 비난하는 것은 자신들이 얼마나 무지한지 증명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요즘들어 계속 접하게 되는 중국내 지식인들의 주장은 제법 우려될 만합니다. 전세계에서 미국 다음의 경제력을 보유했으니 그것에 걸맞는 대접을 받고 싶은 것을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 세계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는 판단하기 힘듭니다. 더욱이 저자가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심리적 준비는 남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이라고 했듯이 이처럼 주변 국가들이 불안하고 두려운 시선을 중국에게 보내고 있다면 그것에 대한 적당한 대처가 필요한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고 있죠. 미국과 유럽이 내비치고 있는 중국위협론은 단순히 미국과 유럽이 만든 세계 체제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아니라 근래 중국이 주변에서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의 불법적인 진출과 인도와의 국경 갈등, 전세계에서 가장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높다는 댜오위다오/센카쿠 문제 등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이 이렇게 다분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이웃의 가까운 나라인 중국에 대한 여러 문화적 정치적 상황에 대한 객관적 묘사는 충분히 중국에 대한 인식에 도움이 될 만하다 생각합니다. 단기간에 경제가 발전하고 세계에 주목을 받을만한 산업 국가로 발돋움하면서 그로인해 겪게 되는 사회 경제적 문제에 대한 지식인으로서의 비판은 참고할 만합니다. 끝으로 상식이 통하는 시민사회를 꿈꾼다는 저자의 주장은 현재 우리 나라에도 시급히 요청될 만한 주제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의 비판은 바로 중국 사회와 정치가 상식적인 수준의 건강한 사회를 이루고 싶은 바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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