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의 정치경제 (반양장) - 네트워크 사회를 움직이는 힘
조화순 외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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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대중의 집단지성에 대해 약간의 의문과 궁금증을 갖고 있는 저로서는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에 대해 뭔가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일련의 학자들의 공동 연구인 이 글에 약간의 흥분된 기분으로 천천히 일독을 했습니다.

˝어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며, 모든 사람이 어떤 한 가지는 알고 있다˝는 문구는 요즘 인터넷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상에 서 크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위키 백과 류의 공개되고 비차별적이고 실시간 피드백이 이뤄지는 정보 바다에 대한 아주 적합한 표현이라고 여겨집니다. 과거의 지식의 생산과 공유가 대학을 비롯한 소위 전문가 집단에 의해 이뤄졌다면 요즘의 지식 정보의 생산 및 소비 체계는 손쉽고 이해하기 쉬운 방법의 이러한 온라인 상의 가벼운 지식들이 어느새 무시못할 주류가 되었죠.

일개 개인의 지식이나 지성 수준을 뛰어넘어 이처럼 만인이 모여서 지식을 모아 데이터화 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평가나 어떤 예측을 하는지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된 인류의 지식의 역사에서 그것을 창출하고 생산하는 주체는 거의 공인된 학자들과 전문가들 계층 내지는 소수의 독점 지식 계층이었죠. 이제 인터넷이 만들어 놓은 숨가쁜 변화에 패러다임이 완전 바뀌어 차별적이고 비접근적인 지식들의 시대에서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접하는 가벼운 지식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봐야겠죠.

여기에 모인 저자들의 의견은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막을 수 없는 것으로 보는 듯 했습니다. 기업 문화 마저도 과거의 폐쇄된 연구 개발 및 독점적 연구 지식의 추구였다면 이제는 오픈 소스와 같은 체계에서 바깥 범주에 있는 사람들에게세 아이디어를 제공 받고 그것을 바탕으로 제품과 컨텐츠를 생산하는 획기적 시기입니다. 획기적이라는 것은 이제 좀 더 나은 기업 발전과 생산력 개선을 위해 여기저기의 기발한 생각들을 차용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겠죠. 여기에 제기된 글들도 이러한 변화에 대해 상세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창의적인 측면에서 편협하지 않은 환경에의 추구는 바람직할 만합니다. 많은 기업들에서 조차 궁극적인 가치 목표는 반대급부의 재화가 아니라 창의력을 확장할 수 있는 그러한 가치 확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요. 바로 이러한 것들의 근본에는 집단 지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선 저는 이런 집단 지성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밝히고 싶은데요. 기존의 상아탑이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소수 계층에서 생산했던 지식들이 현재 도래하고 있는 집단 지성 시대에서도 충분히 그 전문성을 인정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의 저자들도 주장했듯이 인문과학을 전공한 학자들의 그 폐쇄성으로 말미암아 권위적인 측면에서 반대에 있는 집단 지성의 존재를 인정하기란 그들에게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외교학이라든지 법학이라든지 전문적인 지식의 생산이 인간 사회와 국가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기에 이것들을 완전히 도태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 지성의 시대에는 우려할 만한 점이 있습니다. 이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특히 세계 2차대전 당시에 나치즘과 파시즘으로 비롯되는 전체주의의 파도의 바탕에는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대중들과 그 사고방식이 히틀러나 무솔리니 만큼 유럽에 해악을 끼친 점입니다. 오도된 대중은 다른 죄없는 사람들을 아무런 이유없이 희생시키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을 이루는 개개인들이 진지하고 명확한 자기 성찰이 없이는 앞으로 집단 지성의 시대에 어두운 면을 막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일종의 선택적 노출과 비슷한 부분일텐데요. 우리가 원하는대로 믿어 의심치 않는 일데 반대하는 사람들을 눈에 거슬리고 불쾌하게 느끼기 마련인데, 이것을 더 확장시켜 누군가가 이러한 범주를 재설정하고 그 범주의 바깥에 있는 대상을 공격하기 위해 집단내의 구성원을 집결시킨 경우, 집단 지성은 반지성으로 돌별한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자체적인 정화 수단이 전무하다면 이렇게 권력화한 집단 지성은 반지성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시민들이 바탕이 된 집단 지성은 한 국가의 민주주의 건실한 발전에 이바지 할 가능성은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떠한 국가 권력이라도 그것을 주제로 삼고 토론하고 평가하고 비판하는 시대에는 오도된 권력을 견제하고 책임을 묻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것입니다. 더욱이 우리 한국인들을 그러한 경험을 이미 해보지 않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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