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중독 - 9.11테러 이후 미국의 선제공격 전략
론 서스킨드 지음, 박범수 옮김 / 알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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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출간된 ‘1퍼센트 독트린‘의 재출간 된 론 서스킨드의 ‘전쟁중독‘을 사흘에 걸쳐 일독을 했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개정판이라고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원제는 The One Percent Doctrine 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다른 분들이 쓴 리뷰를 찾아봤는데요. 크게 읽어볼 만한 글이 없었습니다. 워낙 이런 글들은 수요가 없기도 하니 일단 책을 주문하고 며칠뒤에 받았는데 약간 놀랐습니다. 거의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이라 얼마전에 읽은 데이비드 샴보의 ‘중국 세계로 가다‘ 보다 양이 많더군요.

저자인 서스킨드는 미국에서도 매우 신뢰받는 언론인이고, 그런 자신은 퓰리처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되었을때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기사를 접했는데요. 정말 저자인 서스킨드의 엄청난 노력이 느껴집니다. 글 전체를 정의내려 본다면, ‘심층 탐사 보도물‘ 정도가 적당해 보입니다. 여기에 소개되고 평가받는 인물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요직을 차지했던 사람들입니다. 조지 태닛 전 CIA국장을 비롯해, 딕 체니, 도널드 럼스펠드, 리처드 아미티지, 콜린 파월 등 이들의 생생한 현장감이 글 전체에 담겨져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움직였던 내각의 인물들의 언행이 비록 간접적이지만 독자들에게 인식시켜 준다는 것은 그만큼 저자인 서스킨드의 능력이겠죠.

이 글의 전체적인 그림은 2001년 9월 11일 뉴욕발 9.11 테러 이후의 미국의 테러전쟁과 그것을 수행하는 다수의 역할자들, 각종 정보기관과 사우디, 파키스탄, 프랑스, 영국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알 카에다에 대한 실날같은 실마리 잡기 등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접하기 힘든 여러 모습들이 날것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후에 아시는바와 같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전쟁 그리고 그 처리 과정과 그로인한 미국의 변화된 모습을 복잡한 심경으로 그려내고 있구요.

곳곳에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았는데요. 특히 도널드 럼스펠드와 딕 체니의 노회한 정치술, 막후 교섭과 같은 행적과 특히 이 양인은 제럴드 포드 대통령 임기시 합심하여 헨리 키신저를 쫓아낸 일을 언급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테러 전쟁을 수행하면서 딕 체니는 미국 역사상 가장 권한이 막강한 부통령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점도 있습니다. 아버지인 조지 H W 부시와 대면대면한 사이였으며 그 이유는 자세히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전체적인 상황으로 추측해보면 아버지 부시가 클린턴에 패해 연임에 실패하면서 아들인 조지 부시가 그것에 대해 적잖은 실망을 한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개인적인 문제들이 있었겠죠. 얼마전에 읽은 부루스 커밍스 교수의 글에서 ‘역사 감각이 없다면 지도자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혹평을 부시를 향해 했는데요. 여기에서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책 읽는 것을 엄청 싫어하고, 자신의 직관을 믿고 정치력을 발휘하는 식이었다고 평가하는 걸 보니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추진력 강한 종교인과 같은 스펙트럼에 가깝다고 느껴졌습니다. 그 첨예하고 복잡한 국제 정치 환경에 오로지 자신의 직관과 깨우침으로 저신의 정치력을 대신하는 것은 실로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의 위치가 세계 초강대국의 지도자라는 점은 더욱더 그런 우려를 불러일으키죠. 테러리즘을 선과 악의 구도로 정해놓고 세계의 모든 법칙들을 거기에다 대입시켜 해석하는 것은 지도자의 요구되는 이성적인 측면이라는 부분에서 저역시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소위 테러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자신들의 헌법이 강조하는 ‘개인의 자유‘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권리‘가 개정된 헌법으로 부분적으로 제한받게 되는데요. 세계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영도하는 국가가 테러를 겪고 나서 변하는 모습을 우려를 보입니다. 각 정보국의 행위로 권리를 침해받게 되는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의회가 그러한 견제를 해야함에도 의원들에게는 알려도 될 만한 정보만을 제공하고 그것조차도 위원장을 비롯한 소수 의원들에게만 해당되는 상황도 나옵니다. ‘단 1퍼센트의 테러 위협 가능성만 존재하더라도 확실한 증거로 간주하고 대응하겠다.‘ 는 딕 체니 부통령의 체니 독트린은 객관적 증거와 사실주의를 한쪽으로 치워버리고 ‘가능성‘ 만으로 미국 시민들과 전세계 무고한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사항으로 이제는 이러한 행위들이 마땅히 견제받지 못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또 한가지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되는 것은 파키스탄의 핵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김정일과도 거래한 압둘 카디드 칸 박사의 핵기술 이전 문제도 그렇고 파키스탄에 현존하고 있는 테러 단체들의 존재들로 이 파키스탄의 핵이 과연 안전하게 국내에서 관리될 수 있을지 큰 우려가 들더군요. 얼마전에 미국 정부에서는 파키스탄의 핵은 지극히 안전하다고 성명을 발표했지만 최초의 이슬람 국가의 핵 보유는 이처럼 불안한 정세에 놓여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과거 알 카에다는 핵 물질을 손에 넣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끝으로 일찌기 조지 오웰은 국가의 이러한 무분별하고 제한없는 감시에 대해 우려했고, 미셸 푸코도 감시 사회가 어떤식으로 인간을 황폐하게 하는지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이 이끌던 네오콘 세력들은 이제는 과거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습니다만 테러와 반테러리즘은 한세기 이상 국제 정치의 큰 테제로 현존하고 있습니다. 그런 근원적 원인에 대한 얼마간의 대답을 이 책이 제공하고 있다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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