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협 - 북한 vs 미국, 평화를 위한 로드맵
마이클 오핸론 외 지음, 최용환 옮김 / 삼인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미국 민주당의 전통적인 싱크탱크로 알려져 있는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마이클 오핸론과 마이크 모치주카의 공저인 대타협을 이제서야 구해 읽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이 책은 출판사의 문제인지, 인세와 계약 만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품절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도서관이나 헌책방 등지에서 구해 읽으실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과 다소 재미난 일화가 있는데요. 2003년 당시 우리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윤영관 장관이 파월 미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 책을 건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화당과 미 행정부 내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온건파로 알려져 있던 파월 장관에게 민주당의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나온 책을 한번 읽어 보시라 건넨 것이 몇가지 정치적 해석에서 논란과 결례가 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미국 언론과 파월 장관의 누적된 언행으로 봤을 때 그가 이러한 윤장관의 선물을 모욕으로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저의 개인적인 추측이 듭니다만 어찌됐든 당시에 여러 해석이 분분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요즘 북한과 관련된 일들이 떠들썩하게 어수선한지라 매번 관심있게 찾아보는 글들이지만 이 책도 찬찬히 일독을 했습니다. 1990년대를 거쳐 한 두어번의 북한과 미국의 핵문제를 포함한 관계 해소 기미가 있긴 했습니다만 결국엔 별다른 진전이 전무했습니다. 꽤 시간이 흘러 그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관련한 수많은 서적들이 출판되고 많은 정책 연구자들을 비롯한 학계의 인사들이 이 부분을 연구했습니다만 한국의 수도 서울을 포함한 인질 효과와 전쟁 초기에 발생하는 수십만에 달하는 인명 피해로 인해 과거 클린턴 행정부가 심각히 고려했던 군사적 옵션은 동시에 핵과 북한 정권을 제거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미국측에서는 끊임없이 이러한 군사적 옵션을 고려할 것이지만 우리로서는 마땅히 거부해야 될 문제일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두 연구자들은 소위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여 매년 20억달러에 이르는 각종 경제적 지원과 완전무결한 사찰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핵과 미사일의 해결 뿐만 아니라 북한군과 한국군, 주한미군을 포함한 재래식 전력까지 감축시켜 과거의 바르샤바 군축 협정과 같은 로드맵을 제공하여 실제적인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기반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게임의 중요한 행위자인 중국의 역할에 대해 논의를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점과 일본의 잠정적인 재무장에 따른 여러 정치적 문제 또한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분쟁시 주일 미군과 그들을 지원하는 일본 자위대의 명확한 법적인 정당성에 대해 먼저 고려해야 하지만 간단히 주일 미군과 괌 기지의 미군에 대한 역할에 대해 잠시 언급하여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북한의 도발 해결을 위한 제언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 받을 만 합니다. 더욱이 한반도 통일 이후 한미 동맹의 유지, 이 지역 내에 점차적으로 등장할 중국의 군사적 압력과 팽창에 대한 주한미군의 역할 그리고 한미일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은 꽤 현명한 예측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북한의 핵도발과 미사일 문제는 너무나 많은 스탭으로 악화되어 왔고, 연이어 언론에서 부르짖는 한반도의 긴장 확대가 과연 어떤 식으로 해결될지는 아마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 여겨집니다. 사실상 북한과 미국, 그리고 한국의 군사적 옵션은 매우 제한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냉전 시대에 미소 양국이 하마터면 상황을 오판해 전세계적 핵전쟁의 순간에 발 디딜뻔한 일이 적지 않게 있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하겠죠. 모쪼록 이 한반도의 위기가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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