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평등에 관하여
로버트 달 지음, 김순영 옮김 / 후마니타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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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관련해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학자이자 권위자인 전 예일대 로버트 달 교수의 생애 마지막 저작인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 를 이제서야 일독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미국 학계에 끼친 그의 영향은 지대해서 온라인 상에서 많은 이들이 추모를 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그가 2014년 숨을 거둘때까지 책을 손에 놓지 않았다고 들었는데요. 참 대단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국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한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경쟁적 소비주의라는 지배적 문화가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인식이 시민들에게 확산되었죠. 이는 미국의 시민들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많은 국가들의 국민들에게도 동일한 딜레마를 남기게 됩니다. 이에 더이상 무분별한 소비문화가 개인의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더불어 민주주의가 성숙해짐에 따라 개인의 정치적 평등에 더 관심을 좀 더 기울이게 됩니다. 사실상 자본주의체제가 발전하면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인간 개개인의 정치적 평등이 그만큼 확대되지는 못했습니다. 링컨 대통령에 의해 미국이 노예제를 폐지한지 100년가까이가 지나서야 흑인에 대한 정치적 참정권과 평등이 비로소 확립되었죠. 여성의 참정권과 평등권도 이와 비슷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인간의 본디 평등한 존재로서의 가치 추구는 기본적으로 모든 인간은 동등한 권리를 지니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차별받지 않아야 하지만, 근래 임마누엘 칸트로부터 비롯된 순수 이성으로서의 이성적 판단은 평등의 추구에서 한계가 명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데이비드 흄으로부터 인식된 도덕적이고 감정적인 정서적인 역할이 현대 사회의 정치적 평등을 구축하는데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왜 흔히 아이들이 ˝이건 너무 불공평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평등을 인식하는데 중요한 수단은 이성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 더 큰 좌우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죠.

이렇게 인식이 전환된 인간의 평등의 추구는 무엇보다도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미 민주주의 체제 자체가 규모의 딜레마를 겪고 있는 만큼 이를 점진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리하여 ‘참여적 민주주의‘가 이러한 개인들의 정치적 불평등을 완화시키고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로버트 달 교수는 판단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매우 원론적인 주장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를 해석하면 민주주의 하에서 정치 엘리트들과 기득권들에게 투표를 하는 많은 경제적 하위 계층의 이러한 정치적 행동이 앞서 설명한 정치 엘리트와 기득권들에게 매우 잘못된 신호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에게 저 사람들이 우리의 기득권과 정치적 결정을 지지하는구나 하는 잘못된 해석 같은 것이죠. 그래서 단순히 계급적 투표를 포함한 정치 행위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회 구조의 건전한 발전과 상생을 위해 많은 시민들이 나서야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개개인의 인권과 평등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올바른 발전이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주장에 제가 강하게 긍정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결국 개개인의 ‘정치적 평등‘을 구축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결과는 많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적 참여의 민주주의‘가 비롯되는 것으로 사실상 정치적 평등과 경제적 불평등 해소는 양자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자신이 불평등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는 감정적 모티브부터 비롯되어 그것을 정치적 참여로 승화시키는 것이 앞으로 악화될 지도 모르는 수많은 민주주의 국가내의 개인들의 정치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지는데요.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올바름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에서 출발해 그것을 억압하고 배제하려는 정치권력들과 기득권들을 제어하는 것에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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