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실패했는가
모리스 버먼 지음, 김태언.김형수 옮김 / 녹색평론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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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한 문화사가이자 사회비평가인 모리스 버먼의 이 책은 미국 독립의 기초를 세웠던 초기 독립운동가들이 청교도적이며 자기 희생적인 가치를 공화주의에 힘을 쏟아 이룩했던 독립 초창기가 유럽에서 이민자들이 신대륙에 유입되고 그들이 원주민을 쫓아내며 미국이라는 새로운 나라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에 대해 차분하고 세세하게 논의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알렉시스 토크빌이 미국을 두루 돌아보며 미국의 민주주의에 관한 유명한 명저를 남기면서 미국인들의 그 ‘무분별한 사익 추구‘에 혀를 내둘렀다는 것을 증거로 지금의 미국인들도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이러한 가치관의 현실을 남북전쟁시기와 2008년 뉴욕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세계 금융 위기까지 배경 설명을 하고 이런 무분별한 사익 추구가 얼마나 많은 폐해를 갖고 왔는지에 정당한 비판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사실 레이건과 대처로 시작된 신자유주의의 파고 때문에 미국의 사적 소유와 배타적 이익화가 근원인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독립 시기의 청교도적인 검소함과 자기 성찰 그리고 공화주의에 대한 신념이 초기 몇년간을 제외하면 전무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이러한 신생 독립국의 국민들에 대한 후일담을 당시의 여러 유럽의 지식인들의 입을 통해 증명하고 있습니다.

현재에도 미국인들이 전반적으로 자본의 축적을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며 소비재를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정신자세라고 생각한다는 증거들이 곳곳에 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우리 나라의 현실도 많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토마스 제퍼슨도 사익 추구보다는 공공선에 힘쓰라는 말을 남겼는데 그의 바람대로 되지는 않은듯 합니다.

이런 미국인들의 사익 추구화를 이기심이라고 동의해야될지는 의문이지만 무분별하게 신용 생활을 거듭해 그 부족분을 중국의 자금으로 땜질한 증거를 우리는 많이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속살이 세계의 최대 자본주의 국가의 본질입니다.

읽는 내내 그 많은 책들을 인용하며 미국의 현실을 꼬집은 저자의 노력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일반적으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긴장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체제라고 밝히며, 제대로 가능하는 체제는 분배와 축적이라는 두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몇번이고 곱씹게 됩니다. 인간 문명의 진보라는 측면에서도 위의 주장은 당위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억에 오래 남을만한 책이 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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