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끼나와, 구조적 차별과 저항의 현장
아라사키 모리테루 지음, 백영서 외 옮김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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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이곳을 통해 리뷰했던 개번 맥코맥의 ‘종속국가 일본‘을 읽으면서 오키나와와 오키나와 내에 있는 미군기지와 관련된 언급을 보면서 조금 더 오키나와에 대한 글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발견한 책이 오키나와 대학교의 명예 교수인 아라사끼 모리떼루의 ‘오끼나와, 구조적 차별과 저항의 현장‘ 입니다. 아라사끼 모리떼루는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학을 졸업하고 1974년 오키나와 대학 재건에 힘을 쏟은 특이한 경력의 인물입니다. 왜냐하면 일본 본토인이 오키나와에 정착해 오키나와의 현실을 알리는데 일조하는 것은 어쩌면 보기 힘든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본의 정치적 현실에서 말이죠.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제가 오키나와에 알고 있던 것은 과거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본토전에 앞서 치열하게 미군과 일본 제국군이 싸운 곳이고, 그 이후 미국이 오키나와를 군정하에 두고 통치하다 반환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소위 ‘배려 예산‘ 이라고 알려진 주일 미군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는 주둔비를 일본 정부가 연간 1,881억엔 가량의 이상한 지출입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된 내용은 일본 영토의 0.06%를 차지하는 오키나와가 전체 주일 미군 기지의 72%를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현재 미국 영토인 괌의 원주민이 미국 전체로 봤을 때 2등 시민 취급 받고 있는 것처럼, 오키나와도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으로부터 2등 국민 취급에 처한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였습니다. 책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일본 정부는 얼마전에 미군 재편 재검토 협의에서 해병대를 일본 본토에 이전하고 싶다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던 바와 같이 익히 오키나와에 미군으로부터 비롯되는 주민들의 고통과 피해를 무시하고는 소위 본토인들의 안전을 위해 오키나와를 희생시키는 정책을 계속 펴왔다고 봅니다. 이것이 오키나와를 일본과 분리해 차별하는 증거이며, 주민들까지도 2급으로 치부하는 것이죠.

근래 한반도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폭격 사태가 일어난 이후로 일본 우익과 정치권으로부터 오키나와의 주일 미군 기지는 일본 안보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받으며 북한의 저 두 번의 도발이 일본 정부의 요긴한 안보적 지렛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제주도에 있는 주민들을 탐라인들이라고 격하시켜 한국 정부가 본토에 있는 주한 미군 기지를 제주도로 이전시켜 제주 주민의 여론을 묵살하는 경우와 같은 상황이랄까요. 만약 이러한 상황이었다면 제주도에서 정부에 반하는 폭동과 시위가 끊이지 않았을 겁니다.

미국의 안보 기차에 편승해 자국의 안보를 답보하고 있는 일본 정부로서는 요즘 대두되고 있는 중국의 부상과 거의 피해망상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 미사일 사태를 지렛대 삼아 자신들의 내부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죠. 얼마전에 자국의 언론을 통해 유포하다시피한 아베의 ‘한반도 4월 위기설‘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그래서 읿본의 대외적인 상황이 현실적으로는 썩 좋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오키나와의 주일 미군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예측을 해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일본 정부가 오키나와 주민들의 고통과 피해를 감안하여 일본 본토 내로 얼마간의 기지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민주주의로 선춛된 정부의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으니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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