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진보는 무능하고 보수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가 - 보수화된 시민 32인을 심층 인터뷰하다
장신기 지음 / 시대의창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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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장신기는 원조 친노 지식인으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책을 완독하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몇년전에 읽었던 프랭크 토마스의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을 위해 투표하는가‘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저는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같은 현재 우리 세계의 정치적 이론적 비교에 현실적 사례들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적 논리가 큰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이 책은 우리 나라 정치 현실에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인들의 정치적 태도와 변화를 인터뷰해 소위 보수와 진보 양측에 앞으로 자신들의 외연을 넓히는 데 적지 않은 근거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진보정치를 하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일종의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겠죠. 이와 비슷한 강준만 교수의 ‘싸가지 없는 진보‘ 라는 책에서 진보 정치인들이 특유의 도덕적 우월감과 비타협적 태도로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일종의 정서적인 부분에서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에 비판을 했습니다. 물론 ‘깨어있는 시민‘이 현실 정치의 왜곡과 부조리를 개선시키는데 밑바탕이 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깨어있는‘ 것에 당위를 부여한 나머지 ‘왜‘ 시민이 깨어있어야 하고, 진보 정치가 왜 보수 정치를 견제해야 하는지에 대해 현실적인 접근과 설명이 그동안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 아닌가 판단을 해봅니다.

물론 우리의 보수 정치는 분단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정상적인 정치적 비판을 막아온 ‘반공 이데올로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서구 유럽 국가의 보수정치, 보수주의와는 뜻하는 의미가 변질되었습니다. 강만길 교수가 일전에 언급한 한국에 ‘진정한 보수‘가 있느냐는 주장에 아직도 동의하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한국의 보수 정치의 변질 내지는 의미 변화는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에 인터뷰를 제공한 일반인들은 과거 진보 지지에서 보수 지지로 입장이 변화한 분들로 크게 북한 문제의 대처에서 진보의 유약함을 비판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로 진보가 실패했으며. 또한 권위주의를 대다수의 국민들이 비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 권위‘에 있어서는 노무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탈권위화‘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 사회 계층에서 빈곤층 내지는 상대적 하층에 있는 사람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더이상 계급 투표와 같은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며, 보수 정당은 원래 가진 자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므로 오히려 보수 정당을 지지해야 사회 경제적 발전이 지속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자포자기형 소극적 안정론자들이라 지칭하고 있으며, 상당수 진보 세력은 빈곤층 내부에 계급 의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해 보수 정치에 끌려다닌다고 여기고 있는 것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즉 이들은 상당히 견고한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꼭 정치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가치 체계로서 작동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65세 이상 노년층에 대한 진보 세력의 일종의 냉대에 노년층들이 다소 반감으로 보수 정당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주장에도 수긍이 가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많은 책에서 보아왔던 ‘박정희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개발 독재 세력‘ 에 대한 향수만을 한국 전쟁 이후 베이비 붐 세대의 보수 세력화 설명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현실적인 측면에서 해석을 시도한 저자에게 문득 큰 평가를 주고 싶더군요. 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유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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