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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제국 1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8년 4월
평점 :
존 마이클 크라이튼은 1942년 10월 23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언론인인 존 헨더슨 크라이튼과 주부였던 줄라 밀러 크라이튼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뉴욕주 로슬린의 롱아일랜드에서 자랐는데, 이 지역은 아이들이 무법 행위에 휩쓸리지 않을 정도로 치안이 좋았고, 또한 좋은 교육을 받는데 있어 최상의 환경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대해 깊은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1960년이 되자, 그는 이런 열망을 안고 하버드 대학에 영문학 전공으로 입학합니다. 이후 최우수 우등으로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1964년부터 1965년까지 '헨리 러셀 쇼' 장학금을 받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인류학 방문 강사로 일하게 됩니다. 이런 이력에도 불구하고 크라이튼은 하버드 의대에 입학하게 되는데요. 그는 의대에 입학한지 2주만에 의학이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1965년, 하버드 의대에 재학중이던 크라이튼은 첫 장편인 『오즈 온 Odds On』을 발표합니다. 당시만해도 크라이튼은 의사가 될 계획이었기에 존 랭이라는 필명을 쓰게 되었습니다. 의대 재학 중에 몇 편의 장편을 발표한 그는 의과대학 3학년을 마친 후, 이 일과 자신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글쓰기에 진로를 바꾸게 됩니다. 이어지는 집필 활동 중에, 자신의 친구인 로빈 쿡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서스펜스 영화 '코마'의 각본과 감독을 맡게 되는데요. 쿡과 크라이튼 모두 의학 학위를 소지했고, 나이도 서로 비슷했으며, 유사한 주제에 대해 글을 썼다는 점에서 그가 메가폰을 잡는 계기로 작용했을 겁니다. 1990년이 되자, 그는 '쥬라기 공원'을 출간합니다. 책이 출판되기 전, 크라이튼은 협상 불가능한 150만 달러의 원고료와 총수익의 상당 부분을 요구했고, 이 작품의 영화화 판권을 따내기 위해 워너 브라더스의 팀 버튼,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의 리차드 도너, 20세기 폭스의 조 단테가 경쟁했지만 결국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스티븐 스필버그를 위해 판권을 획득하게 됩니다. 뒤이어, 1994년의 디스클로저, 1996년에 에어프레임 그리고 1999년, 전문가들이 중세로 떠나는 시간 여행을 떠나는 공상 과학 소설 타임라인을 출간합니다. 정치적으로 크라이튼은 1990년부터 1995년까지 민주당 후보들에게 총 9,750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1996년 선거에서는 개혁당 후보인 로스 페로를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작품을 출간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던 크라이튼은 오래도록 앓고 있던 림프종이 악화되어, 결국 2008년 11월 4일, 향년 66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따라서, 그의 이 책은 원제, "State of Fear"로 지난 2004년에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08년,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이클 크라이튼이라는 작가의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요. 물론 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원작자라는 점도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스릴러라는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크라이튼의 이 작품은 '지구 온난화'를 다룬 소설들을 찾던 중, 우연히 발견하게 된 '제목'이었습니다. 이미 작가인 그에 관한 원문 기사들을 통해, 크라이튼이 남극 빙하 문제에 대한 뚜렷한 사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자신의 신념이 담긴 이 작품이 어떠한 말을 해줄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하여 책을 잡게 되었습니다.
도입의 몇가지 의문스러운 사건을 거쳐, 본격적으로 이 작품을 끌고 나가는 주요 행위자라고 볼 수 있는 억만장자 조지 모턴의 행적을 따라갑니다. 그는 환경 운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인물로 상속받은 막대한 유산을 어떻게 하면 의미있게 쓸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이런 그에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 받고 있는 미국의 유력한 행동주의 단체인 "전국환경자원기금 NERF가 등장합니다. 저는 NERF의 철자를 보고 순간 알고 있던 공상의 어떤 단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작가인 마이클 크라이튼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이 NERF는 그 어감의 불확실성답게 작중 미국 내에선 반대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이 조직의 실질적 지휘자라고 볼 수 있는 전직 소송전문 변호사 니콜라스 드레이크와 앞선 모턴의 대화와 이들을 짐작할 수 있는 언행과 일련의 과정들이, 약간의 지문을 통해 작가가 밝히는 "자신들이 선(善)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자들의 맨얼굴"을 읽는 내내, 되내이게 되었습니다. 이들을 둘러싼 급격한 서사 역시, 숨겨진 음모에 따른 본질의 어두운 측면을 다시금 떠올리며 반추하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음모의 변주라고 볼 수 있을정도로 계속 이어지는 서사 가운데, 이 작품의 실질적 주인공이라 볼 수 있는 햇병아리 변호사인 피터 에번스가 작품 초중반 이후에 전면에 나서게 됩니다. 에번스는 동부에서 자라나 교육을 받고 다소 이질적인 서부로 넘어온 인물입니다. 미국 동부의 헤리티지와 반대로 서부의 이국적인 정체성이 있다면 그는 이 양자를 모두 겪어온 꽤 복합적인 캐릭터입니다. 또한 에번스는 그동안 마이클 코널리와 존 그리샴과 같은 스릴러 작가들에서 보여온 전형적인 변호사의 인상을 벗어나는 인물 조성이기도 했습니다. 작가인 크라이튼의 말대로 법이 어떤 정의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서로 간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여기서 그려지는 다른 변호사들처럼 노회하고 영악한 이미지로 점철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인 에번스를 신중하고 그래도 상식적인 인물로 만들어 낸 점은 이어지는 음모를 밝히는데 중요한 구실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작가인 마이클 크라이튼이 이 작품을 통해 아주 공개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지구의 환경 문제를 둘러싼 소위 갈등이 이제는 도덕적 선악의 대결론이 아니라, 명백하게 기업들의 이권 싸움과 다름없는 양상으로 흐르고 말았다는 폭로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앞선 NERF에서 실권을 휘두르고 있는 닉 드레이크가 추가로 10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고 있다는 에번스의 독백에서 이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는데요. 물론 진화론의 허위와 창조론의 우월성을 교육에 반영시키기 위해 미국 기독교 단체가 막대한 자금으로 의회에 로비하고 있는 사실이나, 지구 온난화가 거의 사기와 다름없다는 유사 과학 단체나 극단주의자들의 의회에 벌이는 같은 행적 역시, 상당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구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도 파리 기후 협약이라든지 현재 유럽 연합이 탄소 중립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의 기후 문제가 인류에게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일겁니다. 그럼에도 작가인 크라이튼은 생전에 가졌던 신념대로 남극 빙하의 급격한 해빙 문제를 일종의 거짓으로 삼고, 작품의 제시된 자료를 왜곡해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남극의 일부 안쪽 지역에서의 빙하가 두꺼워지고 있다는 자료가 남극의 막대한 해빙이 붕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러한 대결 구도속에서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믿는 자들의 폭주는 충분히 경계할 만합니다. 극중에서 에번스는 극단주의자들과의 대화는 도무지 방법이 없다는 그만의 읊조림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데요. 종교적 극단주의자들과 인종적 차별주의자들, 그리고 극우적 사고에 뇌를 지배당한 자들의 오도된 신념 형태가 그것을 대의로 부풀리고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정당화한다는 측면에서, 그 자체로 사회적 관용을 붕괴시켜 더 첨예한 대결구도를 낳는다는 경고를 우리는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1권은 NERF와의 관계가 불명확한 환경해방전선 (Environmental Liberation Front, ELF)의 짐작된 테러 행위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마무리가 됩니다. 앞서 강조했던 바대로, 이런 작가의 모든 서사에 대해 동의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온건하다고 믿는 환경 단체와 그 산하의 조직들이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의 가설 자체는 무조건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문제임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도된 믿음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때에 따라 견해를 바꾸기도 했소. 가령 이산화탄소는 대단찮은 문제라고 했다가 지금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
"우리쪽이 옳다면 당연히 진실을 말해야 하는 거 아냐?"
"해마다 4만종이 멸종을 맞고 있습니다. 단 하루 동안에도 100여종이 멸종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지금의 속도로 간다면 우리는 앞으로 몇십 년 이대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종의 절반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에번스는 드레이크가 재단 이사장으로서 30만 달러 이상의 연봉에 추가로 10만 달러의 수당까지 받아 챙긴다는 사실을 아무도 짐작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몇몇 정부기관은 테러리스트들이 써먹을 만한 기밀 첨단기술의 매매 현황을 감시하고 있어. 예를 들자면 핵무기 생산에 이용될 수 있는 모든 물품의 동향을 파악하는 거지."
"지구 온난화 때문에 구름이 더 많아질지 아니면 적어질지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환경 운동의 끄나풀이 아니다? 지원금이나 타멱으며 언론을 주물럭거리는 집단, 그 자체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경제 산업이 되어버린 집단, 공공의 이익과 반드시 일치한다고 볼 수 없는 자기들만의 속셈을 가진 그 집단의 대변자가 아니란 말이지?"
이제야 깨달은 일이지만 케너도 결국 상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상식을 부정해버리는 무조건적인 반론 중독자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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