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주의의 폭력 - 부채위기를 넘어 공통으로 아우또노미아총서 41
크리스티안 마라찌 지음, 심성보 옮김 / 갈무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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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마라찌는 스위스 루가노 출신으로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학계에선 진보적 경제학자이자 열정적인 사회 활동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의 파도바 대학을 졸업하고 런던 정경대를 거쳐, 런던시티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합니다. 특히 마라찌는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고 그에 따른 여러 운동에도 직접 참여한 바가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가 나가야 할 길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래서 그가 상아탑에 국한된 경제 이론가에 그치지 않고 유럽의 경제 환경과 시스템 자체에 대한 비판을 해오고 있는 점은 학자로서 해야만 하는 일이라 여기는 듯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라찌에 대해 크게 긍정한 부분은 작금의 전세계적 금융 자본주의가 현실에서 많은 시민들에게 거의 이익이 되지 않았다는 점과 1985년 신자유주의적 이행에 따른 복지 축소와 사회 보장에 대한 쥐어짜기식 정책이 마찬가지로 유럽을 결국 위기에 몰아넣었다는 인식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원제, "The Violence of Financial Capitalism"으로 지난 2009년에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13년 4월에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저자인 마라찌의 이 글은 지난 수십 년 간의 신자유주의적 금융 자본주의 이행에 따른 파급이 어떻게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로 이어졌는지를 고찰해보고, 앞으로 자본주의의 건전성과 금융 자본주의의 병리를 어떻게 치료할 수 있겠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본문에서도 명확히 드러나지만 채권을 손쉽게 팔아 치울 수 있었던 증권화 securitization는 대표적인 금융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위 '유독성 자산'을 만들어 낸 원인이기도 한데요. 물론 2008년의 대위기를 분석한 글들은 충분히 소개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08년의 위기 때 경제 엘리트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는 물론 시스템의 붕괴까지 여러모로 자유 시장이라는 대마불사에 큰 타격이 되었죠. 여기에 저자가 거듭 인용하고 있는 마틴 울프를 포함, 파리드 자카리아, 맷 타이비, 심지어 히로세 다카시마저 뉴욕 발 세계 금융 위기를 직접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이 금융 엘리트들이 주도한 근본 금융 자본주의 자체를 흡사 '카지노'로 비유했던 한스 베르너 진의 분석 또한 매우 유명한데요. 사실상 현재의 금융 자본주의를 긍정하는 고전 경제학자들을 제외한다면 현재의 금융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학자들이 제법 많다고 여겨집니다. 그런 연유로 경제학이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이 지점에서 깊은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더할 나위 없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미국의 경제 동향이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의 시장이 세계 경제의 소위 '베드' 역할을 하고 있는 소위 선진 적자국이라고 불리는 영국과 미국의 대규모 적자는 이처럼 세계 경제 체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맥락이기도 합니다. 다시 돌아와, 2008년의 위기는 소위 채무를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으로 고안된 증권화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저자의 분석대로 증권화를 통한 자본의 축적은 그 파급이 충격적이었다는 점에서 금융 시스템 전반이 과연 건전성을 답보할 수 있는가가 이 글의 주요한 논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저자의 현재 금융 자본주의에 대한 몇 가지 문제점과 이런 체제가 다시금 초래할 수 있는 위기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고 있는 부분만으로도 우리가 이 글을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1980년 이전의 시장에 대한 케인스주의적 접근의 불만족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장 전반을 새롭게 재해석한 신자유주의의 실패는 앞서 언급했던 대로 고전 경제학자들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미 누리엘 루비니가 2004년부터 이 금융 시장의 위기를 경고했지만 금융 엘리트들을 비롯해, 심지어 당국마저도 이러한 의견을 사실상 무시해 왔습니다. 그 이전에 하이먼 민스키를 알고 있다면 이러한 우려는 상당히 있어 왔습니다. 어떻게 시장 전체가 거대한 증권화에 담보물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상 시장의 자정 능력은 그 의미를 상실한 지 오래되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저는 이 시점에 신자유주의자들의 뼈아픈 반성이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2008년의 청산 작업에서 보여준 금융 엘리트들의 추태는 이런 저의 당위에 상반되는 모습을 만천하에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저들이 오로지 자신의 사익에만 몰두하는 인간들이라는 점을 말입니다. 더욱이 조지 W. 부시에 이어 등장한 오바마 행정부가 이들에 대한 기소를 포기하고 면죄부를 이들 손에 안겨준 것은 이 사태의 결론이 익히 짐작될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저자인 마라찌가 오바마 정부의 '신 뉴딜'이 가급정 성공해야만 한다고 기대하는 장면에서는 절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시기에 미국의 소비시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브레이크 없이 신용 생활을 지속합니다. 이 점은 달리 말하면 시스템적 도더적 해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의 원인들 가운제 한가지는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흑자를 거두고 있던 중국의 국내 저축 자금이 이런 여파를 불러온 것인데요. 이에 새뮤얼 헌팅턴과 같은 이들은 미국의 위기를 전부 중국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근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자의 평가대로 중국 당국이 미국의 국채 매입이나 미국 시장의 재투자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점은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의 현실적 한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미국이 반쯤 자임해 온 세계 자본주의에서의 소비 시장 역할을 중국에 맡기기에는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이를 지금까지 지탱해 온 체제의 근본과 관련해서도 역시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극히 난감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럽이 설정해 온 '유로화'에 대한 시장에서의 안정화와 영국을 비롯한 유럽 시장 전반이 개발도상국에게 좀 더 수출 시장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필요한데, 현재 독일이 일본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흑자국임을 고려해 봤을 때, 이 같은 기대 역시도 상당히 어려운 실정입니다. 일전의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언급대로 오로지 미국만의 적자를 기반으로 해, 전세계 국가들을 향한 소비 시장 제공이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 지는 분명히 우려스러운 부분인데요. 더욱이 이 시점에서 과거보다 경제적으로 영향력을 갖게 된 중국이 세계 결제 통화를 교체하고 싶어하는 내심과 그러한 세계 경제 체제의 주도권을 쥐고 싶어하는 이들의 근본적인 목표도 마찬가지로 세계 경제에 있어서 어두운 그림자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결국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IMF 체제가 과거처럼 얼마나 영향력을 견지할 수 있을지도 신자유주의와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에 대한 분명한 과제로 여겨집니다. 

결국 세계가 직면한 이 문제 대한 마라찌의 해법은 사실상 진보적인 것으로, 기존의 대니 로드릭이 회의적으로 파악했던, 정치적 결단 혹은 정치적 해법에 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재 세계 경제 블럭이 선진 그룹과 개발도상국 간의 이원화로 고착화 되어 가는 점을 인식하고, 중국이 자신들의 요구대로 세계 경제 체제의 재구축에 유럽을 비롯한 미국의 경제 당국이 이를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느냐가 현재의 큰 과제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물론 저 역시도 이 과제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자신들이 쥐고 있는 경제적 헤게모니를 떠오르는 경쟁국에게 양보하리란 어려운 부분이라 볼 수 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브레튼우즈 체제의 양상이 그러했으니까요. 저는 이런 체제의 주도권을 쥐고자 하는 권력 문제에서 조금 벗어나서, 금융 자본주의에 있어 저자가 제안한,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1997년의 외환위기를 교훈 삼아 외화 보유고를 늘리고자 하는 딜레마를 워싱턴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앞선 국가들의 위기시 외환 보유고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우리가 당신들을 고립시키거나 그것을 기화로 당신들의 시장을 붕괴시키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일관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합니다. 이는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IMF 체제를 고려해 본다면 상당히 충격적인 제안이기도 한 데요. 즉,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의 과도한 외환 축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을 생각해 본다면 이런 제안은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런 제안과 더불어, 4장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구조적인 선진 적자국들과 반대의 흑자국들 간의 차이 또한 어떻게 좁혀 나갈 수 있느냐도 중요한 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시장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작금의 고정된 경제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고, 여기에는 서로 간의 대화와 협의라는 (민주주의 방식의) 정치적 해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끝으로, 3장의 결말에서 저자는 우리가 몸소 목도하고 있는 금융화는 고도로 고안된 기법으로 채워,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변화되는 시점에서 '도착적인 축적 양식'자체라고 진단합니다. 이는 실물 경제가 금융 기법의 하위 요소로 추락하고, 이를 통해 돈이 더욱 배타적으로 축적되는 결과를 초래했는데요. 결국 더 많은 자본을 소유한 자들을 위한 신자유주의적 기법과 그런 이행 전반이 자본주의를 더욱 비인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에티엔 발리바르를 포함한 많은 사회학자들이 경제와 시장이 민주주의를 비롯한 시민이 기본이 되는 정치를 떠받쳐야 했지만, 이는 신자유주의자들에 의해 무력화 된 바가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비합리적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경제 상황에서 자본의 축적을 좀 더 효율적이고 손쉽게 만든다면 그만큼 사회가 진보하고, 이러한 이행에 따른 이익이 모든 시민들에게 고르게 주어질 수 있다고 항변한 신자유주의자들의 극명한 모순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금융 시장에 대한 불안전성 자체를 그저 자연스런 문제라고 치부하고, 이익은 마땅히 자신들의 손에, 손해는 오로지 정부의 몫으로 남긴 2008년의 파국적인 결과는 시장을 여전히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야 하는지에 대한 시민들의 거듭된 의문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마라찌의 이 글은 2008년의 위기로부터 우리가 과연 배운 것이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체제의 모순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진술에서 의문이 드는 점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신자유주의적 기법에 의해 시장에 대한 제한적인 접근만이 가능한 분위기에서 과연 체계적으로 이에 대응할 수 있겠느냐 입니다. 따라서 금융 시장에 대한 각 국의 정치적인 접근이 이렇게 큰 모순을 안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폴 크루거먼에 따르면, (2010년 1월 11일 상하 양원에서 7천 895억 달러로 감축되긴 했지만) 오바마 정부가 제안한 8천 25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 부양책은, 위기시기에 나타난 잠재 성장(률)의 "산출 격차"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시장은 가격 왜곡을 암시하는 경제적 버블의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가 차입을 시도함에 따라 실질 금리가 상승하는 교란이 일어나고 있다."

먼저 자극 단계에서 사람들은 집단적으로 주식시장에 도취되어 과잉거래를 일삼는다. 다음으로 공포와 혼란의 단계가 나타나고, 곧이어 합병의 단계로 진입한 다음 마지막에 재조직의 단계로 끝맺는다.

1960~70년대에 발생한 (대략 50퍼센트에 이르는) 이윤 감소가 꼽히고 있다. 이윤 감소는 포드주의의 기술적, 경제적 토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배의 측면에서 볼 때, (부의 극단적인 양극화를 특징으로 하는) 자본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금리생활자의 소비 증가 때문이고, 또 부분적으로는 부채를 통한 임금 생활자의 소비 때문이다.

전지구적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의심할 바 없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기초로 창출된 파생증권은 희생양이 되었고 "유독성" 자산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오늘날 금융 산업의 입맛에 맞추어 학문적 역량과 품위를 냉팽개쳤던 아카데미 경제학자들이 양심상 평안하길 바랄 뿐이다(이처럼 현재의 금융위기는 아카데미 경제학의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무역 흑자국, 가령 독일과 일본 뿐만 아니라 발전도상국들이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근본적 원인은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무역 적자]국들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높은 수요 증가율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신경제에서 자본주의적 가치창출 과정을 혁신하는 최전선은 ‘임금노동을 주변화하고 자유노동을 통해 가치를 증식하는 것‘이다.

금융화는 금융 지대와 소비자 부채를 창출하였고 이 덕분에 전지구적 자본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1985년부터 지금까지, 그러니까 시장의 탈규제화를 통해 경제를 신자유주의로 전환한 이후, 평균 2년 반마다 금융 위기와/나 통화위기가 반복해서 일어났다.

알폰소 뚜어가 언급했듯이, "중국의 선의는 공짜가 아닐뿐더러, 특히 미국에게, 값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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