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데이터를 가져다 뭐하게 - 디지털 시대의 자기결정권
브리기테 비어만 외 지음, 김현정 옮김 / 책세상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독일의 젊은 정치인이자 인터넷 시대의 시민권 보장을 주장하는 논설가인 말테 슈피츠는 1984년생으로 오스트베번에 소재한 사립 기숙학교 콜레기움 요한네움 슐로스 로부르크에서 수학했습니다. 이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하겐에 소재한 하겐 대학에서 정치 및 행정학을 공부합니다. 2006년에는 독일 정당인 가운데 최연소로 녹색당 연방집행위원회 위원으로 당선되어 2012년까지 위원직을 맡게 됩니다. 현재 그는 자유 권리 협회 공동 설립자 겸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있고, 동시에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독일 내의 여러 TV 방송에 출연해, 시민을 위한 데이터 권리 보호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 글의 공저자 중 한 사람인 브리기테 비어만은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하고, 저명한 주간지 노이에 베를리너 일루스트리어테에서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잡지사 브리기테에서 통신원 및 범죄전문기자로 일했습니다. 여기 이 책은 거대 기업과 정부에 의해 시민들의 사생활 보호와 그에 따른 기본적인 권리가 위태로운 상황을 진술한 일종의 르포르타주로 원제 "Was Macht Ihr Mit Meinen Daten?"으로 지난 2014년에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15년 5월에 번역되었습니다. 그러나 국내 번역본은 현재 절판된 상황입니다.
이 글의 전반부는 현재 EU를 포함해, 독일 내에서 정부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시민들의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에드워드 스노든이 인용되고 있습니다만 미국이 NSA가 주도한 전세계 광범위한 감청 프로그램 프리즘 Prism으로 대표 되는 오늘날 위태로운 시민권을 잘 묘사해내고 있습니다. 공저자 중 한 사람인 슈피츠는 어느 날 독일 통신업체인 도이체텔레콤이 보유한 자신의 개인정보 수집에 관심을 갖고 이를 독일 법원에 고소한 이력을 갖고 있는 행동가인데요. 대략 2008년 이후의 독일 정부는 EU의 잠정적이 조치대로 다수 시민들의 무분별한 정보를 '통신정보저장법'으로 수집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것의 근거는 모두가 알다시피 국가 안보였죠. 여기에 슈피츠는 거의 처음 제동을 걸고 시민의 권리 보호를 주장하며 이 문제를 법원으로 끌고 갔고 마침내 국가에 대한 연방 판사의 시정명령을 받아내게 됩니다. 즉, 2010년 3월 2일에 이른 판결, "통신정보저장법에 관한 유럽연합 지침 2006/24/EG을 국내법으로 전환한다는 독일 법은 기본법에 위배된다는 취지"였습니다.
많은 지식인들이 인지하고 있듯이 독일은 시민 자유에 대한 개념이 다른 유럽 국가들과 미국에 비해 더 확고한 국가이기도 합니다. 그런 국가가 자국의 국민들이 축적한 데이터를 미국 정보 당국에 제공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요. 물론 미국은 독일에게 있어 절대적인 나토 동맹국이고, 2001년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할 때 크게 협력한 국가가 독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책을 통해서도 대략 좋지 않은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인터넷 통신과 제반 산업이 고도화 될 수록 권력을 쥔 정부의 관리들이 데이터의 기본적인 수량화에 따른 데이터 수집을 아주 손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인 슈피츠의 개인 경험을 통해 밝혀진 독일에서 벌어지는 시민들의 정보 수집은 같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불리는 우리에게도 유사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이를테면 법원의 영장을 발부 받아 어떤 개인의 금융 계좌와 핸드폰 통화 내역을 수사 기관이 통상적으로 조회해 봤을 때, 그 당사자 본인에게 이러한 조회 이력을 통보하는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독일은 당국이 시민의 개인 정보를 특정 목적을 위해 열람을 하면서도 당사자에게 알리지도 않는 듯 보였습니다.
오늘날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멀게는 조지 오웰부터 가깝게는 미셀 푸코의 논법으로 어느 정도 예상된 시나리오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 하에서 시민의 정당한 위임을 받은 정부가 자신들을 선출한 시민의 사생활 정보를 비롯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쓰일 수밖에 없는 여러 개인 정보들을 수집하고 개량화 하는 것에 어떠한 명분이 있을지 요즘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미 영화의 짤막한 장면으로도 묘사되고 있습니다만 미국의 해외정보감시법인 FISA의 영장 요청을 감독하기 위해 FISC를 설립했지만 2001년 이후, 그것이 명백하게 법이 규정하는 의미 하에서 발부되었다고 하지만 무고한 피해자를 낳은 것도 분명 사실입니다. 이처럼 안보라는 특수한 관점으로 대다수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손아귀에 넣고 싶어하는 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어떻게 보면 전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 10장에서 "만일 개별 국가와 기관 및 조직이 개인정보에 대한 권력을 일부 국가과 기관, 조직이 소유하게 될 경우 한 나라의 주권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경고는 매우 의미심장한데요. 안보에 대한 함의를 통해 자유 진영의 수호라는 명목으로 독일이 미국에 했던 일들과 구글과 페이스북과 같은 다국적 기업이 주권국의 개념을 모호하게 만들 정도로 거대해지고 있는 상황은 미래의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가 될지는 두려울 정도입니다.
일전에 지그문트 바우만은 한 나라의 안보에 대한 욕망과 그에 따른 강조가 결코 전부 채워질 수 없음을 예측한 바 있습니다. 아무리 정상적인 국가라 할지라도 크든 작든 권력이 여러 감시 데이터를 통해 이것을 수치화하여 손에 쥐고 있다면 그것의 파급력이 항상 좋을 수는 없을 겁니다. 이를테면 미국 FBI가 최소 600만명 이상이나 되는 안면 인식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이 단순히 범죄 예방과 테러 방지를 위함이라는 설명으로 우려하는 다른 이견과 비판을 침묵으로 만들 수 있는 이유인지는 불명확합니다. '개인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적 기본권을 중시한다는 독일이라는 나라도 현재 이런 상황이니 다른 국가들은 어쩌면 말할 필요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이 글 7장의 개인의 의료 기록의 사실상 거래 상황이 보험사들에 의해 자행 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소름 끼치는 상황인데요. 여기에 인용된 테크니커 보험사가 고객의 데이터를 평가하지도, 다른 시스템과 대조하지도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는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 사실로 글에서 증명되기에 이릅니다.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기관과 보험회사에서 주도 되는 개인 정보 유출이 독일에서도 이미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끝으로 개인들 간의 누적된 데이터 교환을 비롯한 축적된 정보들에 대한 통제권이 아직까지는 시민이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글의 결말에서 슈피츠가 제안하는 12가지의 제언들은 눈 여겨 볼만하다고 여겨지는데요. 그중에 3번째 조언인 "모든 국민은 공공기관, 데이터를 가공하는 모든 기업과 전자식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비밀이 보장되도록 암호화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당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정보기관이 무엇보다 의회의 막강한 감시를 받는 것을 전제로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는 점은 또한 명백한 당위성인데요. 그럼에도 구글과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을 어느 한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는 점은 실로 우려스러울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까운 미래에도 우리의 사생활 보호 권리와 기본적인 시민권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해 당하지 않고, 또한 누구나 자유롭게 걱정하지 않게 살아갈 권리도 마땅히 보장 받아야 할 텐데요. 이것의 전제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더욱 건전해져야 하며 시민들이 하루라도 빨리 정치와 정부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아주 간단히 말씀드리면 작금의 민주주의가 일종의 엘리트 지배 체제의 편의적인 기능성을 포함하고 있다면, 선출 권력에 의해 소수의 엘리트 들을 견제할 수 있게 시민들이 이들에게 정치적 명분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가 결코 안온할 수 없을 겁니다.
경찰이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데이터 조회 사실을 알릴 의무가 법으로 명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데이터는 누구와 이야기를 하는지, 남자친구가 누구인지, 가족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며, 숨겨진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은밀한 연애사도 폭로하고, 심지어 당사자조차도 명확하게 느끼지 못하는 관계까지도 입증해준다
경찰과 검찰, 독일 정보기관이 인터넷을 감시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통신 및 인터넷 사업자는 사법기관들이 범죄를 처벌할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특정 단어에 따라 메일이 필터링되고 특정 패턴에 따라 통ㅎ신이 분류되면서 이미 감시가 시작된다
중국, 터키, 이란, 미국, 영국 등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자국민이 온라인으로 무엇을 하는지 되도록 정확히 알고 싶어 한다
국경을 넘는 이러한 협력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난다. 예컨대 해외 정보기관들은 독일 정보를 독일 기관에 넘겨주면서 국내 경찰이나 사법기관에 제공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단다. 그렇게 되면 반국가 단체를 수사하는 헌법수호청이 독일에서 발생한 범죄, 특히 중범죄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 정보를 경찰에 주지 않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