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 - 자산의 격차는 어떻게 개인의 삶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되었는가
리사 앳킨스.멀린다 쿠퍼.마르티즌 코닝스 지음, 김현정 옮김 / 사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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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공저자 중 한 사람인 리사 앳킨스는 호주 출신의 사회학자로 현재 호주 시드니 대학의 교수직을 맡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핀란드 헬싱키에 기반을 두고 있는 핀란드 아카데미의 저명한 교수였으며, 이전에는 영국 공립 연구 기관인 맨체스터 대학과 런던 골드 스미스 대학에서 교수직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현재 호주에서 사회경제학과 페미니즘 이론의 선도적인 이론가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멜린다 쿠퍼 교수는 현재 국립 호주 대학의 예술 및 사회 과학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고, 신자유주의에 따른 정치적 상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지식인이기도 합니다. 또한 공공 재정과 관련한 신자유주의적 재구성이라는 연구로도 유명한데요. 최근에는 '부활하는 극우와 금융 위기와의 관계'라는 주제로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르틴 코닝스 교수는 시드니 대학의 정치경제학 및 사회이론 교수로 부학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그는 정치경제학과 사회이론이라는 교차되는 지점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더불어 그는 미국 금융의 역사적 발전과 그에 관한 글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는 본 글의 주제와도 관련이 있는 자산 소유권과 새로운 불평등이라는 공동 연구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현재 호주의 경제적 불평등과 관련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세 학자의 공동 연구물이라 볼 수 있는 이 글은 원제, "The Asset Economy"로 지난 2020년에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21년 7월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이미 이 책의 서문에 언급되어 있듯이, 여기에 이름을 올린 세 연구자는 자신들이 찾아낸 학문적 결과물이 서로 유사점이 있다고 판단해, 이렇게 협업을 결정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이 세 사람의 공통 논저가 '카지노 자본주의'를 펴낸 한스베르너 진의 입장과 비슷하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이 연구물의 주제를 크게 본다면, 자본주의를 1980년대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현재의 자본주의가 단순한 '상품 자본주의'가 아닌 '자산'의 보유와 그것을 통해 불로소득과 막대한 자본 축적을 추구하는 '투기적 자본주의'로 변화되었다고 보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글 후반부에서 하이먼 민스키를 면밀하게 인용하고 있기도 한 데요. 굳이 민스키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많은 분들은 '자산'과 '불로 소득'이라는 키워드에서 어느 정도 공감하실 수 있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글의 4장이 꽤 집중해서 읽어야 되는 부분이라 여겨졌습니다.

이들 3인은 아주 단호하고 명백하게 현재 전세계의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 상황이 일부 소득 격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산의 차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고, 이를 위해 영국과 호주의 사례를 들어가며, 여러 자료들을 통해 이를 입증해 내고 있습니다. 각각의 자료들을 비롯해 그것을 구성하는 상세한 진술 들은 거의 설득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봐야 할 텐 데요. 3장에서 "1990년대에 이르러 자산 중심 시대"가 자본주의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판단하는 지점에 대해 부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금 인용하는 것이지만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많은 학자들은 금융 소득과 부동산 소득과 같은 '불로 소득'에 대해서 명확하게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바가 있습니다. 아무리 증권화 Securitization 를 비롯한 최근의 첨단(?) 자본주의적 양상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명백하게 소득을 뜻하는 만큼, 자본 이득세와 누진세와 같은 조세와 관련된 최소한의 형평성이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의 소위 '리버럴의 배신'은 레이건 행정부가 노동 조합을 철저하게 분쇄 시킨 이후로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그야말로 고통의 서막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공동 연구로 도출된 2장의 '자산을 기반으로 한 계급 분류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저자들은 기존의 토마 피케티가 분석한 계급 분류에 그 한계를 명확히 한 바가 있는데요. 이 뿐만 아니라, 일부 신자유주의자들이 "자본주의가 사회적 계급주의를 용인하는 것이 아니다"는 점을 여전히 앵무새처럼 떠들고 있기까지 한 데요. 마찬가지로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의 폴 애들러 교수 역시 현재의 '경제적 계급 문제'에 대해 이미 심각하게 논의한 바가 있기도 합니다. 아직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현실의 그림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소득에 따른 계층 차이'와 '임금 노동'과 관련된 기존의 주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여기의 리사 앳킨스를 비롯한 공저자들은 임금 노동에 따른 상품 자본주의를 아주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2장에 걸쳐 논의되고 있듯이 오늘날 변화된 '자산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집을 비롯한 부동산 자산이 실물 경제에서 현금으로 교환될 수 있는 것처럼 새로운 노후 자산으로 취급되고 있는 현실을 강조합니다. 단순히 일부 부유층이 부동산 거래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고 또한 수많은 증권 상품 등을 통해, 불로 소득을 올리고 있는 현실이 그저 시장의 '블루 오션' 정도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이런 불로 소득이 소위 부유 계층의 권력과 부를 동시에 쟁취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 할 텐 데요. 이러한 메커니즘에 대한 비판을 단순히 지리멸렬한 케인스주의의 그림자로 평가 절하 하는 것은 현실을 오도하는 것을 넘어 과거 케인스주의가 어찌 됐든 간에,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동조합'으로 이뤄진 삼각 협상을 통해, 시민 대다수가 자신들의 권리를 자본주의로부터 상당히 보존해 왔다는 사실을 망각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를 좀 더 동일한 관점에서 거칠게 표현하자면, 시민 대다수가 그저 자신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임금 노동에만 온 힘을 기울이게 만들어, 이렇듯 충실한 자본주의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이 바로 인간을 도외시하는 경제학의 암울한 측면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중위 계급 혹은 중산층의 이익과도 관련되어 있는 자녀들에 대한 '증여와 양도'는 현재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부모들이 살아 생전에 자신의 자산을 자식들에게 안정적으로 양도하는 것은 계급의 유지라는 측면 뿐만 아니라, 현재 밀레니얼 세대가 자신들의 임금 소득 만으로는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상황과 아주 잘 맞물려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는 현재의 기업들이 막대한 사내 유보금으로 부동산 거래에 집중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자들이 따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부동산 시장이 약간의 부침을 겪더라도 진정으로 '시장의 패퇴'를 겪지 않는 이유는 이렇게 부유층과 기업들의 첨예한 이익이 달려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2008년의 '대위기'는 결론적으로 대마불사라는 신자유주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냈고, 만약 부동산 경기를 비롯한 부동산 자체가 붕괴한다면 국가가 친히 나서야 될 정도로 '공적 자금 투하'라는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대책을 필요로 했습니다. 아마도 신자유주의자들은 이와 같은 국가의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면서도 아무런 내적 갈등이 없이 '그저 매끈한 경제인'으로 사회에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4장 마지막 부분에 드러나는 저자들의 현실 인식에 쉽게 동의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신자유주의 정책들은 자산 소유가 이미 민주화된 역사적, 제도적 상황에서 생겨났다"는 최종적인 인식이었는데요. 비록 민주주의가 개인의 사적 소유물을 헌법을 통해 인정하고 있었고 그것이 오랜 전통으로 되었지만 민주주의 자체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분명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자산 소유 자체를 민주주의의 역사와 연관 시키는 것은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인식 가운데 도출된 '주택 소유 민주주의'라는 저자들의 난감한 수식어는 현재의 우리 사회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라 볼 수 있겠는데요. 버블을 통해서라도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면 만사가 형통이라는 일부 계층의 현실 인식이 자신들의 이익과 부의 성공적인 창출만 가능하다면 사회 따위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논리가 본질적으로 내재해 있다 봐도 무방할 겁니다. 이는 현재의 자본주의가 인간과 사회의 이익이 되기는 커녕, 이러한 극명한 불평등을 강화시키는 데 큰 책임이 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은데요. 한 나라의 경제를 추동하는 거대 기업들의 이익 보존을 위해, 국가가 그 시녀 역할을 해야한다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이나, 그러한 것에 동조하여 시민들의 권리와 심지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삶의 안정성 조차도 거래할 수 있다는 일부 시민들의 존재는 단순히 교육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여겨집니다. 저 '주택 소유 민주주의'라는 괴랄한 수식어에 대해 전혀 의아함을 느끼지 못하는 현재의 우리 상황이 어쩌면 민주주의의 위기와도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들의 인식대로 우리가 그저 '평생 주택 임차인의 삶'을 스스로의 숙명으로 여겨야 하는지는 좀 더 사회적 고찰이 필요하다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자산의 불평등과 불로 소득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이 지금과 같이 실효성이 없은 채로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정치와 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 같습니다. 건전한 정치적 비판에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산물'로 여기는 훌륭한 '종복들의 사회'가 과연 시민들에게 어떠한 이익이 될지는 추측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 면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과거 미 카터 행정부의 끊임없는 좌절은 우리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위의 사례를 통해 소위 보수주의자들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명확히 깨달을 수 있었는데요. 레이건의 대폭적인 조세 개혁에 찬성표를 던진 보수주의자들의 일면을 봐도 정치인들의 양심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여실히 이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지난 수십 년 동안 자본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믿음은 상당히 무너져 버렸다

이와 같은 새로운 불평등 논리는 <금융화>라는 초자본주의적 논리와 <상속>이라는 봉건적 논리를 뒤섞어 사회 계급 구조 전체를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놓았다

이 조사를 통해 찾아낸 가장 중요한 사실은 영국의 계급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계급을 분석할 때 중산층과 노동자 계급으로 나누는 전통적인 방식을 더이상 고집하지 말고 사회 구조 꼭대기에 엘리트가 있고, 가장 아래쪽에 프레카리아트가 있으며, 중간에는 좀 더 복잡한 계급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주택, 교육, 의료 서비스 등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돈을 빌리는 것이 필수적이고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버린 현실에 주목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1981년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지속적인 주택 가격 상승, 임금 정체, 임시 고용 방식 때문에 자산을 기반으로 한 부의 핵심적인 원천, 즉 <주택 소유>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고, 따라서 자산의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은퇴 후 대출 없이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생활을 위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집을 다시 담보물로 활용할 수 있다

자산 경제가 투기적인 자산 평가를 토대로 하는 상승 역학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과, 상품 경제라는 단기적인 시간 범위에서 벗어나 좀 더 넒고 투기적인 범위로 이동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분리해 계급을 구조화한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을 파는 것은 단순히 금전 거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적 자본을 이용해 소득을 벌어들이는 것이라는 개념을 현실로 만들었다

불안정성이라는 물결이 시장 전체를 뒤흔들 때 초대형 기관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유동성 원조와 구제금융에 의존해 위기에서 벗어나곤 한다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의 뜻을 꺾기 위해 전통적으로 실업의 위협을 들먹였지만 먹고 살기에 충분한 실업 수당이 주어진 데다 복지 혜택이 인플레이션과 연동되는 경우가 많았던 시대였던 터라 이런 방법은 더이상 먹히지 않았다

우파 평론가들이 툭하면 떠들어대는 것과 달리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의 빈곤층과 중산층의 조세 부담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주으이가 의도적으로 불황을 만들어 내기 위한 기술적인 핑계 역할을 했다

신자유주의 통화 정책의 전반적인 효과는 전후 시대 내내 만연해 1970년대까지 이어졌던 임금 상승과 자산 가치 하락의 관계를 역전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클린턴 행정부의 첫 번째 노동부 장관이었던 로버트 라이시는 포드식의 대량 생산 모델과 노조는 더 이상 지켜낼 수가 없으며, 지식이 주된 가치의 원천이 되는 새로운 정보 경제의 현실에 국가 경제가 적응해야만 한다는 주장을 널리 확산시키는 데 특히 커다란 기여를 했다

이는 곧 평생 임차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증가하는 반면 평생 집을 소유하는 주택 소유주의 절대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주류 경제학과 현실 세계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세력은 금융 역시 하나의 구성 요소이며 그런 금융이 시장의 효율성에 관한 주장을 뒤집어 놓는다는 사실을 강조해 왔다

따라서 케인스 시대에서 신자유주의 시대로의 변화를 <가격 인플레이션 시대>에서 <자산 인플레이션 시대>로의 변화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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