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쟁 - 2022년 대선과 진보의 자해극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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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는 강준만 교수는 익히 알려진 대로 쾌도난마의 글로 유명한 지식인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강교수의 여러 글들 중에 공저로 쓴 '문학 권력'을 읽고 당시에 제가 느꼈던 한국 문단에 대한 실체는 실로 충격이기까지 했습니다. 강교수는 글을 쓰기에 앞서 자료 조사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고 잘못된 대상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거의 거리낌이 없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다소 도가 지나치기도 합니다만 현재로선 강교수와 같은 사람은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20대 대선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저에게 강교수의 이 책은 뭔가 훌륭한 배경 설명이 되어주지 않을까 반쯤 그런 기대를 갖고 완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출간은 아시다시피, 2022년 4월에 이뤄졌습니다.

언론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유권자들에게 20대 대통령 선거는 과도하게 불거진 '비호감 선거'였습니다. 어떤 분들은 양 후보 둘 다,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했었죠. 이에 저자는 아주 큰 틀에서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오판과 무능이 전 검찰 총장인 윤석렬 당선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큰 책임을 갖고 있고, 역시나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그의 아내에 대한 여러 문제점을 지목하면서 전반적으로 이번 대선은 진보 세력의 실패로 귀결되고 있었습니다. 소위 '싸가지 없고', '팬덤에 휩싸인' 진보 세력이 결국은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으로 규정되기까지 하는데요. 기존의 승자 독식의 선거판과 정치 대결에서 대통령에 오른 이들이 과열된 충성으로 인해 현실을 망각하게 되었고, 특히나 과거 김영삼 대통령부터 시작된 '캠프 정치'가 오히려 대통령을 잘못된 길로 가게 한다는 저자의 비판적 분석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였습니다. 아마도 문재인 정부의 조국 사태는 그런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패착의 요인으로 작용한 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저자의 언급대로 '내집 마련의 꿈을 갖고 있는 수많은 무주택자들을 사실상 일부러 망각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는데요. 한편으로는 은행 대출을 받아 부동산 갭투자를 하며 짭짤한 이익을 거둔 기존의 사람들을 보며 자신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보통 사람들의 허망한 기대조차 날려버린 셈이 되었습니다. 이는 진보든 보수든 대의나 명분의 정치가 이미 저물어버렸다는 명백한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스티글리츠의 언급대로 신자유주의화가 아주 잘 이루어진 국가인 한국에서 개인의 이익 추구는 그만큼 중요해진 화두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대선 캠프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이 당선 이후, 이익과 권력을 위해 이전투구를 벌일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분석은 그래서 의미심장한데요. 사실 기존 세대들이 자신의 자식들에게 그렇게 많은 자원과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아이들이 나중에 좀 더 수월하게 자신의 이익을 취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찌됐든 대학 입시도 그러한 맥락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을 경험한 모든 국민들이 자신이 바라보는 정치인 아무개의 이익이 어디에 존재하고, 이 사람의 인맥과 행적들이 어떤식으로 이루어져 왔는지 면밀히 감시하면서 동시에 정치인의 순수한 정치적 사명감은 그저 겉으로만 보이는 치장과도 같은 것임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버틀란드 러셀의 언급대로 이제는 사실상, 정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이익 추구만을 위한 무대로 전락해져 버린 것이죠. 

약간 상이한 인용이겠지만 브레진스키는 국제 외교 무대는 선과 악의 대결장이 아니라 전부 회색지대라고 주장한 바가 있습니다. 우리의 정치 역시 어느 정도는 그런 일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양당 체제에서 각자가 속한 정치 그룹 이외에 다른 이들을 극명하게 혐오하고 백안시하는 건 사실상 진보 보다 보수가 더 수월하게 잘하는 것이었습니다. 강교수는 자신의 글에서 많은 진보 세력이 반대편의 보수를 토론과 타협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사실상 극도로 혐오했다고 놀라운 평가를 하고 있는데요. 저도 스스로 보수라는 분들과 단순히 정치적 대화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눠봐도 의견 교환과 그들이 갖고 있는 기본적 인식에 대해 상당히 배타적인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 기간에 진보에 있는 사람들도 과격한 카를 슈미트가 연상 될 정도로 상대방과의 소통을 거부했으니, 저자의 말이 아주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부분만은 명확히 하고 싶은데요. 전 정권인 박근혜 정부 때의 인사들과 그 정권의 탄생에 관여한 인물들이 반대편에 있었던 당 관계자들이 아직도 그 시기의 '국민에 대한 정치적 배반'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다는 점인데요. 분명한 것은 정부 자체를 그런식으로 무능과 파탄에 이르게 한 일차적인 책임이 그 당에 있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누구 하나 책임을 지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죠. 이걸 단순히 정치적 연좌제를 거론하자는 것이 아님에도 그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 여기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또 정치 공세는 정치 공세대로 아랑곳 없이 퍼부어 댔죠. 저는 저들이 단순히 법적으로 책임을 지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사과의 현장이 있어야만 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전 대통령의 연고지라고 할 수 있는 대구와 경북의 분위기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기에 바빴죠.


그럼에도 이 글을 통해 알게 된 이재명 후보의 여러 소명되지 않은 문제, 후보의 아내에 대한 과도한 의전 문제는 충분히 비판을 받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의 후보로 지명 받기 전에 이낙연 전 의원과 이 의원 캠프에 대한 석연치 않은 이 후보 측의 행동 등은 다시금 이 후보가 문제가 적지 않은 사람이었구나를 깨닫게 되었는데요. 이 부분에서 일개 정치인에 대한 과도한 팬덤까지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증명된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과도한 팬덤은 정청래 의원의 실망스런 발언들과 더불어, 진보 역시 기존 정치와 다를 바가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자신들이 이미 기득권임을 인정하고 이 기득권 비판을 할 수 있는 권리는 수많은 보통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저자의 언급이 크게 다가왔는데요. 더욱이 그전까지 터무니 없는 정치 공세로만 여겼던 여권 인사들이 수사 성역에 한 가운데 있어 어느 정도 검찰의 눈치보기가 있었다는 부분도 그 배경에 대해 인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윤 당선인이 대권을 쟁취하고 나서, 단순히 영부인에 대한 알려진 의혹들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아서 문제였다는 것보다 이제 그녀에 대한 의혹을 검찰이 과연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모두가 짐작하는 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이것도 현재 정치의 한계인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글 서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고 강교수는 개탄하고 있었는데요. 이보다 오랫동안 검찰에 몸을 담으며 상명하복의 조직에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분이 과연 쓴소리를 소화시킬 수 있을지 저역시 강하게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일개 시민으로서 검찰 출신 대통령의 검찰과 또한 막역한 전 부하 직원이고도 할 수 있는 한 모 씨의 법무부 장관 기용과 같은 뚜렷한 정치 일색이 과연 우리의 민주주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많은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미 민주주의를 30여년이나 경험한 국민이니 일개 검찰 출신 대통령의 탄생이 체제 전반의 위협이 되리라는 예측은 어쩌면 철지난 억측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선인이 국회를 파트너로 삼아 국정을 이끌게 될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진보 역시 더 나은 정치를 위해 자신들이 스스로 쇄신의 대오에 서는 것도 정치의 건전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윤 당선인의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려고 나아가고자 한다면 거대 야당 역시 이에 발을 맞추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견 대적의 정치라는 극도의 대결 논리가 아직도 한국 정치에서 중요한 어필임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중도 정치에 반대하지만 이런 대결 국면에서는 중도의 정치 세력화가 필요해 보이기도 합니다. 차기 정부가 과연 국민의 견제를 마땅히 받을 것인지는 앞으로 좀 더 두고 볼일이라 생각합니다.


-저자의 언급대로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던 검찰 개혁은 2017년에 시도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국 전 장관의 내각 기용은 그것대로 불행이었고, 그로 인해 2019년 전후로 문 정부의 민심 이반이 시작되었다는 분석은 거의 부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구조적 여성 차별 문제를 훤히 꿰뚫고 있는 건 물론이거니와 그걸 넘어서기 위한 페미니즘 운동의 선구자들이고 했던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박원순 사건‘떄 ‘피해 호소인‘운운하면서 보여준 비겁한 추태는 어찌 이해해야 하는가?

이른바 ‘캠코더(대선 캠프,코드, 더불어민주당)인사‘를 통해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요직을 장악한 문재인 정권 인사들은 우선 자신들의 분야에서부터 그 문제와 더불어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즉, 당위적으로 옳다고 해서 무조건 지지하는 동시에 이의 제기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대남 선거 전략에 관한 한 윤석열은 이준석을 멘토로 모심으로써 이준석이 저야 할 이미지 책임까지 덮어쓰고 말았지만, 이제부터는 이대남과 페미니즘의 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 네거티브의 소재가 무엇이냐에 따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점도 없진 않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증오,혐오 마케팅‘에 치중했기에 그런 기대를 걸기도 어려웠다

대통령은 주로 그들이 선별적으로 전해주는 정보에만 접하기 때문에 자신이 잘하고 있는 걸로 착각하면서 살아간다

혹 반정치주의는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그게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일종의 ‘딜레마‘로 다루어야 하는 게 아닐까. 반정치주의의 토양이라 할 유권자의 정치 불신과 혐오는 심각한 수준이며, 이에 대한 해결책도 사실상 없는 상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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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4-20 1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책 한 권 들고 까페에 앉았다가 베터라이프님 리뷰들이 오늘의 제 책이 되어줍니다.

강준만 교수님께서는 자료수집 정리하시는 특화된 능력이 있으신지, 그렇게나 텀 짧게 신간을 내시면서도 허투루가 없으신 듯 자료 인용이 상당하시더라고요. 늘 어떻게 자료 정리, 저장하시는지 궁금해지게 만드는 교수님.

2022년 4월이면 최신간이군요. 요것도 읽어보겠습니다.

˝과연 쓴소리를 소화시킬 수 있을지.....˝ 강력 동감입니다.

베터라이프 2022-04-20 19:13   좋아요 2 | URL
저의 부실한 글이 도움이 되셨다니 약간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

강교수의 이 책은 사실 저번 대선을 분석하고 진보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였어요. 다른 것보다 강교수는 진보 세력의 내로남불을 유독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논증이 전부 완벽하다고 볼 순 없지만 대체로 인정할만한 내용들이었습니다. 진보는 분명 성찰할 부분이 있었습니다.

전에 기사로 얼핏 본 것 같은데, 강교수가 중요 인사들에 대한 어록? 뭐라고 불러야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그와 같은 걸 데이터화 해 놓고 활용하고 있다고 본 것 같아요 제가 지그문트 바우만의 주장과 인상 깊은 문장들을 수집하는 것처럼 강교수도 그와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는 거겠죠? 근데 이분한테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자기의 발언이 고스란히 수집되고 있으니 발뺌은 뭔가 통하지 않을 것 같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