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천국 가는 法 -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불평등에 관한 논쟁
폴 크루그먼 외 지음, 양상모 옮김 / 오래된생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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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자극적인 국문 제목을 갖고 있는 이 책은 캐나다 최고의 정책 토론인 '멍크 디베이트'에서의 토론을 글로 엮은 것입니다. 이 멍크 디베이트는 2008년에 처음 시작되어 우리나라에도 이미 번역이 된 토론이 있는데요. 그것은 헨리 키신저와 니얼 퍼거슨, 파리드 자카리아 등이 참여한 "21세기 패자는 중국인가' 입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소개할 이 토론에는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과 전 그리스 총리인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전 미국 하원의장인 뉴트 깅리치와 래퍼 곡선의 창시자이자 공급 중시 경제학의 학자인 아서 래퍼가 참여했습니다. 앞선 부분에서 제가 이 책의 국문 제목을 비판했습니다만, 글의 원제이자 주제인 "부자들에게 감세를 해야만 하는가?" 주요한 토론 주제가 되겠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원제, "Should We Tax The Rich More?"로 지난 2013년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15년 1월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에 앞서 저 역시 저런 자극적인 제목 설정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밝혀두겠습니다.

간략하게 부자 증세에 대한 입장은 폴 크루그먼과 파판드레우 전 총리는 찬성하고 있는 반면에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반대 의견을, 그리고 아서 래퍼 박사는 일단 반대하면서도 세제 개혁과 모든 시민들에 대한 실효적인 증세를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사회자인 러디어드 그리피스는 마크 트웨인의 '도금 시대'를 인용하며 자본주의의 진행 방향이 다소 왜곡될 가능성을 피력하고 있었는데요. 이에 크루그먼은 이미 우리는 '도금 시대'에 들어왔다고 언급을 합니다. 아마도 크루그먼의 저 말은 '금융 자본주의의 이행'을 뜻하는 것으로 보였는데요. 두 사람의 맥락이 이러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에도 깅리치와 래퍼는 다소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즉, 미국의 상위 부유층에 대한 감세 자체가 직접 소득에 대한 징세로서 1990년대에 이미 자본 소득에 대한 감세가 이뤄졌고, 2010년에 32조달러에 이르는 눈먼 돈이 역외 기업을 통해 조세피난처에 흘러들어가고 있는 상황을 그저 정부의 무능으로 몰고 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깅리치는 이미 부유층이 보유한 사회적 자원을 비롯해 변호사와 회계사의 아낌없는 조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 그렇지 않은 시민들과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그게 어떻다는 것이냐'로 맞대응을 하고 있었습니다. 빌 게이츠의 재산을 전부 깎아 먹고 10억 달러만 남겨 놔도 그 10억 달러 만으로도 대단한 부자임을 그는 강조하고 있었는데요. 이 점에 대한 아주 간단한 요약을 파판드레우 전 총리가 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부유층이 경제력 이상의 힘을 쥐고 있었다"는 인식입니다.

이미 깅리치를 비롯해 4명의 연사가 전부 오늘날 심화되고 잇는 '불평등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깅리치야 자신이 정치인이니 이 불평등 문제를 모로쇠로 일관하면 아마도 자신의 명성에 금이 가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차치하더라도 작금의 심각한 불평등 문제가 사회 전반에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은 굳이 지식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인지하고 있을 내용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깅리치는 먼저 '무능한 정부'를 비난하면서 세수를 획득한 정부가 효율성을 갖추지 못해 빈곤층 문제와 어린 아이들의 의료 문제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실효적인 지원이 부족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를 엄밀히 따져보면, 너무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방위적인 사회적 부조를 삭감했던 저 신자유주의적 개혁과 이를 통해 제조업 분야 조차도 더 많은 이익을 위해 헤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등의 전반적인 구조적 변화를 정부의 무능으로 갈음하는 것은 단순히 반대 의견을 보내는 것보다 어리석은 논리 전개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깅리치는 꾸준하게 '효율주의'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 효율성에 매몰된 결과가 어떤 식으로 사회의 불균형을 초래했는지는 매우 명확한 문제입니다. 그런 연유로 그 효율성의 매개로 부자들이 막대한 자신들의 재산을 조세 피난처에 숨긴다거나 일류에 근접하는 변호사와 회계사를 고용해 자신들의 이익 보존을 위해 매진하는 행위가 과연 동등한 사회적 자원의 추구라는 측면에서 이것이 이치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그저 '더 많은 돈을 벌어서 너희들도 그렇게 해라'라고 말하는 것들은 따로 사례가 필요 없을 정도로 단순한 논리이지요.

더불어 저는 이 지점에서 보수주의 정치인의 후안무치한 인식을 엿볼 수가 있었는데요. 이 토론이 있었던 2013년 경이면 아마도 그 역시 2008년의 뉴욕을 금방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막대한 공적 자금을 풀어 월 스트리트를 정부가 구원했으면서도 그 자금의 일부가 자신들의 은퇴 돈잔치에 쓰이기까지 했지요. 그러면서 그 종말의 책임이 있는 어느 누구도 기소되지 않고 유유히 말년을 즐기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주장대로 그 정부를 그렇게까지 무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신자유주의와 화해하고 맹렬히 결합한 보수주의자들의 선택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피터 플레밍의 말대로 정부를 그저 '카지노 딜러'처럼 만든건 바로 신자유주의자들이었지요. 이제와서 깅리치처럼 정부의 무능을 운운하는 것은 실로 뻔뻔하다 못해 공언무시와도 같은 말일 것입니다. 물론 깅리치가 말하는 것에 한가지 동의할 만한 부분은 있습니다. 부자들의 알량한 직접 수입이 아니라 모든 수입에 대한 징세가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미국의 사례를 들어 막강한 로비스트들과 그들의 이익을 채워주고 있는 정치인들이 과연 부자들에 대한 '혁명적인 징세 개혁'에 과연 동의할까요?

그럼에도 미국은 한 두가지 희망은 있어 보였습니다. 지금 셰일 가스 개발과 같은 자원 혁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을 잘 이용한다면 충분한 세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깝게는 알래스카의 사례가 있을텐데요. 바로 '천연가스 배당'이 그렇습니다. 미국은 자원의 보유에서 차원을 달리하는 국가이니 이것을 잘 이용만 할 수 있다면 지금의 사회적 지원의 부족한 점을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곁가지는 이 정도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폴 크루그먼의 대략적인 주장에 동의하는데요. 물론 크루그먼 조차도 엄밀히 따지면 보수적인 개혁에 동참하는 것이었습니다. 세금 회피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크루그먼의 한계라고 볼 수 있을텐데요. 그가 미국은 민주적인 통치 시스템을 갖고 있는 나라라고 강조하면서도 조세 회피에 대한 강력한 법집행을 주저하고 있는 점은 뭔가 잘 매치가 되지 않습니다. 과거의 미국은 빈곤층의 자녀들도 꽤 잘 정립된 주립 대학에 갈 수 있을정도로 보조금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의 사회적 부조들이 대부분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의해 불살라졌던 것은 언급 조차 되지 않는 점은 그것대로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더욱이 번역의 조심스러움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유주의적 이행'으로 애매하게 표현하고 있는 점은 그저 제가 오해하고 있는 거라 받아들이고 싶을 정도입니다.

끝으로 깅리치는 자신을 '저렴한 매파'라고 말하면서 국방비를 줄일 수 있는 현대화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고 있었는데요. 현재 미국의 비대화된 국방비 지출은 이 뿐만 아니라 고도화된 첩보 조직에 의한 비용 지출도 상당히 증가했던 것에도 있습니다. 9.11 테러 이후, 국토 안보부를 신설해 인력 충원과 그에 따른 막대한 돈이 지출되었죠. 또 다시 지그문트 바우만을 언급하게 되었습니다만 어느 나라의 안보에 대한 열망은 아무리 돈을 투입하고 역량을 강화시켜도 결코 채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저의 평가는 명목적인 것이고 아마도 관료 조직 내부에서 전방위적인 요구가 있었을 겁니다. 특히 FBI는 600만이 넘는 안면 인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마도 지금은 더 늘었겠지요. 결국 이러한 부분에서 미국은 재정적인 측면에서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보장을 위한 지원 자체에 대한 인식 부족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차용할 수 없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겠죠. 이처럼 테크노크라트의 관료제가 좀 더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경제학에서의 '작은 정부'를 오히려 반대로 나아가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또 논점과 벗어난 글을 썼습니다만 우리 나라도 부유층의 은닉 재산에 대한 전수 조사가 사회적 하위 계급 조차도 반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도 아마 우리 나라와 비슷한 사정을 갖고 있을 겁니다. 이미 토머스 프랭크에 의해 하위 계층의 비이성적인 계급 이반을 논했던 바가 있습니다. 사회의 안정적인 재구축을 위해 필요한 개혁을 반대하는 하위층이 있다는 것은 현실은 이론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겠죠. 아니면 다른 한편으로 언론과 여론이 제대로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여러분의 선택에 맡기겠습니다. 다만, 중요한 논지는 세제에 대한 실효적인 개혁과 부유층에 대한 실질적인 증세가 다방면에서 연구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깅리치는 중국의 경제 성장을 불평등 경제로 국한해 인식하고 있었는데요. 미국의 중요한 정치인이었던 그가 중국의 경제 성장이 분명 신자유주의적 기조로 인해 미국에도 상당한 이익으로 돌아왔음에도 이를 경시하고 언급조차 하지 않는 점은 시민들이 어리석다고 보기 때문이 아닐까요. 


특히 파판드레우가 청중에게 경계를 촉구한 것은 그리스의 부유층이 경제력 이상의 힘을 쥐고 있었다는 것이다

2011년에 미국의 고액 남세자 상위 1%의 사람들은 자본이득을 별개로 하고도 약 1초 4,00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2010년에 역외회사가 벌어들인 32조달러가 과세를 면했다

총리(파판드레우)를 하고 있을 무렵, 나는 국내외에서 엄청난 부의 집중을 목격했다. 그것은 민주 정치의 토대를 침식했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임시변통으로 어리석게 세율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포괄적인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 모든 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해야 한다. 자산 가치 상승에 의한 자본이득, 내국세법 제501조 C항 3호에서 비과세가 인장된 비영리법인, 자선 목적의 기부 등 이 모든 것에 일률적인 세율의 세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

요즘 보이는 부의 집중은 정부가 공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 이익집단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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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7-03 16: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착 소개 하신거 보고 책 담으려 했는데 정말 제목 보니 정 떨어지네요 ㅎㅎㅎ
책의 내용을 덮어버리는 제목이네요

베터라이프 2021-07-03 16:24   좋아요 0 | URL
저런 국문 제목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원제목처럼 부자들에 대한 증세라고 간단히 표현하면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출판사의 책 판매고 욕심이 기반되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책 내용은 크게 나무랄게 없었어요. 어차피 대담집 형식이라 출판사가 관여할 게 별로 없기도 하고 여기에 참여한 토론자들의 입장 차이가 명확한지라 기본 번역 많으로도 어려울게 없었는데 차라리 폴 크루그먼을 전면에 내세우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