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의 구조 - 금융 위기 이후의 헤게모니 경쟁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41
공민석 지음 / 스리체어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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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의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금융 위기 이후의 미국 정치와 오늘날의 미중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학자입니다. 그는 특이하게도 학부 시절에는 국사학을 전공해 이 분야에는 특별히 접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후 모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수료하고 자신의 연구 방향을 바꾸게 되는데요. 정치학과 경제학을 일반적인 제도권에서 수학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이런 쪽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개인적으로도 궁금하지만 한편으론 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책은 스리체어스가 '북저널리즘'이라는 사회과학 시리즈물로 지난 2019년 8월 출간되었습니다.

우선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이 책의 주된 관점을 간략히 소개해 드리자면 오늘날까지의 미중 관계에 있어서 특히 금융과 통화 및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인식과 갈등 등을 중점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혹여 군사나 대외적인 측면에서의 해석을 기대하신 분들이라면 이 점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최근에 칭화대의 옌쉐퉁이 자신의 글인 '2023'을 통해 중국이 미국의 경제 규모를 추월하는 2023년 이후부터가 본격적인 미중 관계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분명 대학 강단에 있는 많은 중국 지식인들이 1997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자신들의 경제 발전을 기반으로 아주 큰 자신감을 가졌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조슈아 쿠퍼 레이모의 '베이징 컨센서스'를 떠올려 보기도 합니다만 한가지 확실한 점은 중국 경제의 발전이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질서와 세계화에 기반해 얻은 이익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론을 절대 무시할 수가 없을텐데요. 저자가 1부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미국은 막대한 쌍둥이 적자를 자의반 타의반 감내하면서 과거 일본과 대만 그리고 한국에 제공했던 것처럼 자국의 시장을 중국에 개방한 결과물로서 중국의 번영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질서가 중국 뿐만 아니라 미국에게도 이익이 되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경제 갈등의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는 "수출 달러의 환류 메커니즘"이 여실히 양면성을 띠고 있었으며, 중국과 일본 등의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에서 막대한 무역 흑자를 거두면서도 바로 이 수출 달러를 미국에 재투자 하는 등의 순환구조가 무조건적으로 미국에게 해가 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는데요. 미국은 다른 여타 국가들과는 달리 외환 보유고를 유지하고 관리할 필요가 없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즉, 이러한 경제적 현실은 2006년부터 일정 부분 미국과 미국인들의 과도하고 방만한 신용 생활을 초래한 원인이었으며, 이것을 아직도 "중국의 막대한 저축과 그로 인한 미국의 자본 수출"로 세계 금융 위기의 원인을 찾는 미국 내의 경제학자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저자는 이 막대한 저축과 자본 수출에 대해 일반적으로 개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글의 구조를 보았을 때,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가 순전히 중국의 자본 수출에 있었다고 다소간 오해할 소지는 충분히 있어 보였습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당시 미국의 거대한 거품은 신용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신용 기관에 일차적 책임이 있고 더불어 주택 시장의 거품을 이용해 호주머니를 채우려 했던 각 투자 은행들의 면밀한 주도적 행위에 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자신들이 스스로 반성을 하지 않고 그 반성을 중국에게 미루는 행위는 외환 보유고 따위는 신경쓰지 않을 정도의 강력한 메리트를 보유한 국가기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동아시아 국가들의 이 수출 달러 환류가 지속되지 않았다면 미국 시장 내부에서 건전성을 찾기 위해 일말의 노력을 기울였을 수도 있겠으나, 이미 폴 보커 시기 이후부터 막대한 통화 발행을 거침없이 해왔던 미국으로서는 그저 가정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1984년의 일본과 2009년의 중국에게 그들의 통화를 절상 시키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은 헤외에 존재하는 막대한 달러들에 대한 통제력을 손에 넣기 위한 방편이었음은 이미 익히 드러난 바가 있습니다.

저자는 양국간의 이러한 경제적 혹은 금융 흐름의 과정에서 중국이 자신들의 통화에 대한 관리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노력과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보는 미국 당국의 대결이 트럼프를 통해 확산되었다고 보는 듯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와 배타적인 외교 관계를 기반으로 일본과 한국 그리고 독일과 같은 동맹 관계에도 균열을 만든 인물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의 패착 가운데 가장 큰 사건을 "미국의 TPP 탈퇴"를 꼽고 싶은데요. 중국이 미국의 이러한 아시아 지역에서의 대외정책 수정으로 이득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점은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 내의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이원화 된 대외 정책의 기조가 더욱 강화된 측면이 있으며, 이미 중국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의 남중국해 농단에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한 연유에 이 TPP 탈퇴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의 전임 정부였던 오바마 행정부의 이 아시아로부터의 회귀 Pivot to Asia 는 일정 부분 대만 문제와 해당 지역의 균형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으나, 이를 트럼프가 상당 부분 철회함으로써 오늘날의 대만 해협의 불안정성과 같은 문제가 초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미국은 중국의 고삐를 어느 정도 조일 수 있었지만 중국의 일대일로에 따른 AIIB와 관련된 무력한 외교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의 미중 관계에 있어서 많은 전문가들이 그동안 중국의 대두에 따른 미국의 패권 약화를 점찍었지만 아직도 미국이 끼치는 영향력은 지대한 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역외 균형 전략 Offshore Balancing 에 따라 스스로를 아시아 태평양 국가로 여기는 미국이 중국의 지역 패권국에 오르는 것을 넋놓고 수수방관하게 될 것이라는 일부의 예측은 그저 상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 저자는 동아시아 지역에 한해 중국이 미국을 대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습니다만 우리와 일본은 말할것도 없고 대만과 필리핀 또한 중국의 대두를 원천적으로 바라지 않는 상황입니다. 안보와 경제를 중국이 미국을 대신한다? 이는 있어서는 안되고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죠. 사실 저는 그동안 미국의 외교와 정치를 비판하는 입장에 섰습니다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들의 국가 이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저 독재국가가 감히 민주주의 국가들을 제 영향권에 두려한다는 것 자체가 아무리 국가 체제론에 입각해 고려해 본다 하더라도 가능성이 희박한 예측이라고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포기하고 얻을 수 있는 국익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더불어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 점령 조차도 미국이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마당에 중국에 대한 주변국들의 원초적이 거부감을 쉽게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국익은 자신이 먼저 안정적으로 국체를 보존할 수 있어야 그 이후 달성될 수 있는 문제인 것입니다. 물론 직접적인 미중 대결을 저로서도 원치는 않습니다만 현재의 질서를 타파해야만 자신들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앞으로의 10년이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임인 거의 분명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아시아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동아시아 지역에서 동맹 관계의 청산이나 미군 철수 같은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기축통화 발행국인 미국은 외환 보유의 부담에서 자유로웠고, 상당한 규모의 국제 수지 적자가 발생해도 긴축 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수 있었다

적자로 인한 달러 가치 하락이나 인플레이션 등의 비용을 다른 국가와 분담하거나, 다른 국가에 전가하면서 국제 정치경제 질서를 불안정하게 하고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 것이다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자하는 한 미국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필요에 따라 통화 발행량을 증가시키고 외환 보유의 제약 없이 국제 수지 적자를 누적할 수 있었다.

미국이 동아시아로부터 상품을 수입하고 그 대가로 달러를 지불하면, 동아시아 국가들이 그 달러를 다시 미국의 금융 시장에 투자하는 수출 달러 환류가 미국의 통화 금융 권력이 유지되는 핵심 메커니즘이 됐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미국 중심의 국제 정치경제 질서하에서 발전을 도모한 서독이나 일본, 동아시아 신흥 공업국들과 달리 국제 관계에서 근본적인 힘의 이동을 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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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6-24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중간의 역학관계를 잘 알면, 미중일한 유럽을 넘어 전세계적인 흐름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베터라이프 2021-06-24 16:31   좋아요 1 | URL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전세계 코로나 때문에 여러 대결 구도와 맞물려 미중간의 관계 재설정이 초미의 관심사죠. 부디 이들이 평화롭게 정리되길 바라지만 걱정이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