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패 주모자들 - 히로세 다카시 특강
히로세 다카시 지음, 허강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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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명문 대학인 와세다 대학에서 응용화학을 전공한 히로세 다카시는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나서게 됩니다. 이후 의학 번역으로 명성을 얻게 된 그는 전세계에 얽혀 있는 거대 자본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핵 발전과 같은 원자력의 위험성을 폭로하는 것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게 됩니다. 특히, 그는 일본에서 거의 보기 힘든 1인 미디어의 대표격으로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는 권력과 그것에 기생하는 유착관계에 대해 실명으로 비판해 내는 활동을 지속해 왔는데요. 위키백과에서 그의 삶에 대한 이력을 보면서 이 사람에게 정말 생명의 위협은 없는 것인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적당히 이익에 굴복하여 사는 현대인들의 삶에서 이렇게 올곧은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저에게는 실로 믿을 수가 없는 일이기도 했는데요. 한편으론 종종 그의 글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資本主義崩壊の首謀者たち˝로 지난 2009년 집영사에서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17년 11월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이매뉴얼 윌러스틴에 의하면 2008년 뉴욕 발 세계 금융 위기가 부시 행정부 시절의 네오콘의 무분별한 확장 개입이 어느 정도 원인이 되었다고 진단했었는데요. 또한, 일부 음모론자들은 이것이 유대인 금융 세력인 로스차일드 가(家)의 음모라고 보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걔중에서도 한가지 확실한 견해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무분별한 남발과 신용 평가 기관의 부패 그리고 이러한 연계가 미국 부동산의 거대한 거품을 초래했으며 이 상황에서도 미국인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절제되지 않는 신용 생활을 지속했던 것이 원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러한 파행이 오로지 미국 한 나라만의 문제였으면 큰 파급은 없었겠으나, 신자유주의에 의해 금융 자본의 국경이 사실상 붕괴되었던 시점에서 전세계의 경제가 무엇보다 연계되었던 상황이었기에 2008년 11월 뉴욕 증권 거래소에서의 ˝8조 달러˝ 증발은 유럽과 아시아에 막대한 영향을 초래했던 것입니다.

저자인 다카시는 이 파행적 결과물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이런 일련의 구제 조치가 진행된 시점에서 자유경쟁의 원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전에도 누누이 언급했듯이, 신자유주의의 기조를 맹목적으로 따르던 저 금융인들과 경제인들이 어떻게 국민의 세금으로 인한 구제 금융을 종래의 주장과 주의와 완전히 상반되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대해 정말 간절하게 묻고 싶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의 사망을 선언하지 않고 다시 신자유주의의 완전 무결성을 외치고 있는 같은 범주의 동일한 자들을 보노라면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다카시도 대략 이 책을 통해 분석하고 있지만 과거 포스트 포드주의에 입각해 산업 전반의 변화와 자본주의가 금융주의로 변질되면서 이러한 시스템의 견고화를 한마디 말로 불식시키기란 어렵다는 것은 받아들여야 하겠죠. 다만, 언제까지 비상식적인 시스템을 방치해서 다수가 아닌 소수의 이익을 위해 불법적인 투기장으로 이끄는 것이 자본주의적 발전과 어떤 하등의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이런 저의 의문에 히로세 다카시는 2장에서 어느 정도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일전에 여러 호사가들이 과거 조지 W. 부시가 네오콘의 꼭두각시임에 지나지 않는다고 폭로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도 사고력에 큰 의문을 갖고 있던 부시 대통령은 2005년 뉴올리언스 허리케인 사태에서 무능한 재난청 관료들을 방치하고 스스로도 늦장 대처를 한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미 연방 대통령이 단순히 인간적인 매력만으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님에도 그의 임기 내내 이러한 의문은 가시질 않았습니다. 반대로 오바마는 연방 대통령 취임 이전 이미 월스트리트의 공격적인 정치 자금으로 유명했고, 여러 연설을 통해 뉴욕 발 금융 위기에 대한 원인 제공자들의 법적 책임과 여러가지 규제책을 피력하기도 하였으나 그것은 전부 무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티모시 가이트너와 같은 자들이 금융계와 정치를 물타기 하면서 이러한 오바마 시기의 금융 엘리트와 정치 엘리트들의 야합은 그 사례를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증거가 많은데요. 라구람 라잔이 이 금융 엘리트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던 바가 있으며, 거대한 부를 소유한 부유층과 그들을 대신하는 투자 에이전트들 그리고 수많은 금융인들이 전세계 금융 시장을 돈을 뽑아 내는 수단으로 삼아 종국에는 정상 국가까지 돈으로 회유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바로 조지 소로스가 이에 해당하는 인물일텐데요. 그는 1990년대에 영국 파운드화를 먹이 삼아 영란은행을 혼절시킨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에야 여러 번역서들과 공언무시와 같은 발언들로 인해 무슨 신자유주의의 건설적 비판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금융 엘리트들의 실체는 건전한 사회라든지, 시민들의 이익이나 국가 체제의 안정성 등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카지노 자본주의적인 자본 획득‘에만 관심이 있는 자들에 불과했습니다.

저는 애초에 자본주의 이행 과정에서 ‘불로소득‘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규제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 전세계 금융 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포드주의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부유층의 폭발적인 재산 증식이 이 금융 시장의 발전과 함께 한 것이고 저들이 동원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수단들과 각계 각층의 인맥으로 인해 사실상 행정부 인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여기에 복잡한 혼맥과 정치 인사들이 은퇴 이후 각종 금융계의 고문이나 명예 사장 등으로 취직해 사실상의 견고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신자유주의가 애초에 강조했던 개인들간의 공정한 경쟁과 자유 시장의 접근성에 매우 반하는 결과임은 분명합니다. 19세기에 견고한 정치 이데올로기로서 변질된 자유주의의 바통을 이어 받은 신자유주의가 권력과 힘있는 자들의 이익을 위해 더욱더 맹종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겉으로 드러난 결과를 차치하더라도 이러한 파행에 아무런 비판과 견제가 없다는 점이 오늘날 경제 시스템의 가장 큰 과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글 서장에서 소개되고 있는 조지 W. 부시의 ˝자유주의에 의한 경제발전과 번영이 자랑스럽다˝는 발언이 얼마나 단순하고 일면적인 평가인지 알 수 있게 합니다.

끝으로 현재 미국에서 금융 엘리트들과 정치 엘리트들간의 지속적인 협력에 따른 이들의 이해관계의 공유는 미국 시민들의 눈을 가리면서 이것이 자유 민주주의의 번영으로 가는 길임을 왜곡하고 있습니다만 애초에 건국의 아버지들이 정치 시스템으로서의 견고한 견제를 고민했다는 점에서 저들의 행보는 사실상의 과두제로 가는 길을 잘 닦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달러가 전세계의 기축 통화가 아니었으면 그런 막대한 군사비 지출 하에서 온전히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기란 매우 어려웠을 터인데, 이러한 환경을 사실상의 거품을 유발시켜 막대한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쪽으로 지속되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경제인들에게 규제 자체가 무슨 지옥에서 온 거대한 악마의 수단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글래스-스티걸 법의 무력화로 인한 결과물과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적절한 규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문제가 어떤 고통을 유발했는지 시민들이 아니라 저 금융 엘리트들이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막대한 미국 시민의 세금으로 막혔던 숨통을 다시 트이게 된 점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하겠죠.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원칙적으로는 채권의 증권화에 있었습니다만 궁극적으로는 당시 심각한 수준이었던 미국 주택 시장의 거대한 거품이 원인이었습니다. 비슷하게 우리 나라 역시 호주와 스페인과 더불어 부동산 시장의 버블 상태에 놓여있는데요. 그동안 소위 갭투자로 짭짤하게 돈을 따는 그런 행위 혹은 경제 활동이 사실상 정상화가 되어야만 하는 과제임은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이런식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경제인들과 학자들의 반성과 비판적 조언이 있어야만 하겠습니다. 하루 빨리 이러한 자본주의에 이성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왜 그런 탐욕에 눈이 먼 무리들에게 우리 세금을 쏟아부으면서까지 돕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가

그런 말도 안되는 기업 룰이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윈의 진화론을 끌어들여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사는 것이 인간이란 생물의 숙명이고 자유주의의 길이다"라고 설파했던 인간들은 갑자기 아전인수식의 이상한 소리를 해대니 말이다

백주대낮에 아무 거리낌 없이 거짓 정보가 유포되어 주가는 올라가고, 거대 신용평가회사가 뒤를 봐주고, 경영자의 보너스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뛴 게 밝혀진 사실이다. 이는 누가 보아도 경약할 만한 월가 금융 부패의 정점이었다

중요한 것은, 서브프라임론 문제가 2007년 매스미디어에 떠들썩하게 보도되기 전부터 저 같은 문외한도 이 두 회사의 경영위기와 부동산 버블에 대해 눈치를 챘음에도, 미국 정부는 그 누구도 그들을 규제하지 않았음은 물론 다른 경제전문가들도 경고하지 않았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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