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 인류의 재앙
프레데릭 마이어 지음, 임호일 옮김 / 소명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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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신의 교육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프레데릭 마이어 (혹은 메이어)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레드렌즈 대학 등 여러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는데요. 특히 평생에 걸쳐 영향력있는 인본주의자로 명성을 얻기도 했고 창의력 및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고 많은 저술활동을 한 이력이 있기도 합니다. 이런 왕성한 그의 집필활동은 교육을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목적에 거침없이 일생을 헌신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2007년 7월에 세상을 떠난 그를 그리며 전방위적인 사회 교육과 관련된 ‘프레드릭 메이어 소사이어티‘가 설립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은 지난 2010년 원제, ˝Vorurteil - Geißel der Menschheit˝로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16년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먼저 저자는 ‘편견‘과 관련된 해석과 관련해 ˝인간 상호간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적개심의 행동표본˝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인간들이 모여 있는 사회 곳곳에 어떤 특정인들에게는 이성과 양심을 가진 인간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사고와 행동을 하는 케이스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데요. 애초에 각 개개인은 성별과 인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만큼 자연적인 법칙을 인간이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편입니다. 평범한 자들조차도 가난한 사람들을 터무니없이 증오하는 경우와 중세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럽의 반유대주의, 가깝게는 미국의 흑인들에 대한 혐오와 반발심, 심지어 여성에 대한 모멸적이고 증오에 가까운 도발은 무지몽매한 편견이라는 이름으로 서술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저 그런 터무니없는 편견에 가득찬 인사들을 단순히 ‘무지의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배려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저들의 지능을 낮춰 보는 일이 될 텐데요. 이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일련의 폭력을 수반하는 편견에 대해 책의 원제대로 ‘인류의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일이겠지요.

저자인 마이어는 이런 편견의 증오와 관련해 우선 시민들이 ‘프로파간다‘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데요. 마찬가지로 현재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종 혐오의 극우 포퓰리즘이 저런 말도 안되는 프로파간다의 전형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계층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표면적인 증오, 분노의 감정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을만한 수단 등은 오늘날 포퓰리즘이 품고 있는 반사회적인 다의입니다. 이런 것들은 거듭 제가 밝혀 왔습니다만 최소한 인간이 인간임을 드러내는 이성과 양심이 있다면 충분히 분별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파간다가 아무리 귓가에 달콤하게 들린다 하더라도 그동안 읽어왔던 독서와 사고의 깊이와는 상관없이 최소한의 이성을 갖고 있는 인간이라면 충분히 제어할 수가 있겠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얼마전에 구글이 공개한 자료들을 보면, 특히 2차대전 당시 나치가 자행한 유대인 학살과 관련해 이것이 날조되었다고 믿는 계층이 상당수라는 것은 그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단순히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 행위 정도가 아니라 역사를 부정하고 진실에 눈을 가리는 행위일텐데요. 이러한 결과물들은 거의 프로파간다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을겁니다. KKK라든지 백인우월집단 등과 같은 무리들 말입니다. 지금은 미국의 티파티 운동이 꽤 그럴싸한 외형을 갖고 있지만 처음에는 저들도 진보주의에 대한 뜻모를 혐오와 자유시장에 대한 극한의 맹종을 거리낌없이 드러냈던 인사들입니다. 그래서 극단의 정치, 극단의 사상이라는 것은 저렇게 위험하다고 여기는 거겠죠.

물론 저자인 마이어 교수가 주장하는대로 저런 편견에 가득찬 인종주의와 정치 노선에 대해 그 반대편에 있는 건전한 시민들이 비폭력과 평화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말컴 엑스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일례를 들며 증오와 혐오로 점철된 자들과 대항하는 입장에 서더라도 건전한 시민들은 결코 폭력에 물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익히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나치 치하의 수많은 시민들이 이 파시즘에 대해 봉기하지 못한 것은 사실상 ‘권위주의 상태‘에 승복하는 기류에 있었고 권위적인 인간들 반대에 있던 일반 시민들이 행동에 나서지 못한 것은 단순히 폭력 문제를 넘어서 단순한 행동조차도 꺼리게 되는 파시즘의 조직적인 분위기가 그만큼 어려운 문제였을 겁니다. 그러니까 유대인들에 대한 터무니없는 증오와 그들이 독일과 독일인들의 해악이 될 것이라는 선전 문구에 몸을 맡긴 자들을 차치하더라도 당시 일반 시민들조차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전체주의의 분위기라는 것은 애초에 그런 단계에 진입하지 않아야 하는 당위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약간 다른말이지만 마누엘 카스텔이 행동에 나서는 시민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공권력에 대한 공포라고 했었는데요. 새삼 정확한 말이라고 여겨집니다.

더 첨언하자면, 당시 나치 독일의 정치적 분위기와 히틀러에 의한 유럽 대전의 문제에서 외부 세계에서 (이를테면 미국과 같은) 이득을 얻는 자들이 있었고 오로지 경제 생산적인 측면에서는 돈이 되었기 때문에 히틀러의 나치가 어떤 식으로 규정할 지 혼란이 있었던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이에 저자는 파시즘 지도자들이 강조하는 자신들의 ‘무오류성‘을 그 반대의 의견을 애초에 제거하는 양상을 띠었기에 ‘자신만이 오로지 옳다‘는 주장을 펼치는 정치인들을 견제해야하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극우가 아닌 평범한 우파나 보수주의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극우 포퓰리즘 인사들이 내뱉는 이 선동과 정치질에 대해 최소한의 자정 작용을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할 텐데요.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볼 수 있는대로 보수 정치인들 자체가 돈이 될 수 있는 것들과 자본이 따르는 데로 입을 맞추는 것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사실상 건전한 보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끝으로, 나날이 가중되고 편중되어 가는 이 극도의 편견의 시대에 저자가 그나마 해법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전이었습니다. 서로 대립되는 사람들이 혹은 서로 상대를 갖고 있는 정치적 단체들이 원할하고 진지한 대화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것은 민주주의를 대체할 수 있을 만한 어떤 다른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민주주의 자체가 어떤 정치나 그 결과물의 상위에 있다는 것을 그는 강조하는 것인데요. 사실상 건전한 민주주의자들이 많은 사회는 반대로 앞선 극렬한 병리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하겠죠. 물론 이는 조지 오웰보다 더 이상적인 관점입니다. 하지만 그나마도 건전한 대화라도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매우 적다는 것과 자본주의의 완전 무결성과 완전한 시장 자유와 같은 터무니 없는 것들을 비판없이 맹종하고 있거나 저들이 카를 슈미트를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로지 우리 아니면 적이라는 논법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외길로 모는 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글을 이런 식으로 끝맺음 하는 것은 무슨 묵시록의 아류작과 같아 보이는데요. 이상하게 요즘은 유독 지그문트 바우만이 그의 유작 레트로토피아에서 예견했던 일들이 간혹 떠오릅니다. 우리의 정치에도 아직 희망은 있는 것일까요?


-본문 172페이지에 띄어쓰기가 잘못된 곳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보통 교육에서 ‘흑인들은 검은 영혼을 갖고 있다‘는 식의 윤색된 인종주의에 대해 저자가 비판하고 있었는데요. 한숨이 절로 나오는 구절이었습니다

민주주의는 하나의 통치양식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다. 민주주의는 정당 및 정치적 논쟁보다 상위개념이다. 심지어 민주주의는 자유를 위한 노력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 민주주의는 삶의 양식을 위해 있는 것이고, 경제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관점에서도 인간적인 제반 관계 형성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파시즘에서는 유일무이한 통치자의 무오류성에 대한 신념이 매우 중요하다

소수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무조건 더 모범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개인의 광기는 전 문명사회의 광기와 비교해 보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고 니체가 설파한 바가 있다

보다 건설적인 미래를 맞이하려면 우리는 슬로건이나 선동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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