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 이택광 묻고 지젝 답하다
슬라보예 지젝.이택광 지음 / 비전C&F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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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출신의 저명한 언론인인 로버트 미지크는 지젝을 일컬어, ‘철학계의 팝스타‘라는 이명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미지크는 지젝의 그 솔직한 태도를 높이 사기도 했는데요. 최근에 SBSCNBC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와 함께 지젝과의 화상 대담집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뭐 그 이유야 차고 넘치는 게 최근의 현실일텐데요. 만연한 전세계 COVID-19의 시대에 각자의 사유로 무장한 두 철학자의 대담은 어찌됐든 돌아보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책은 SBSCNBC가 기획한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을 말하다˝는 프로의 대담을 요약해 펴낸 글로서, 슬라보예 지젝과 이택광 교수가 함께 참여했으며, 최근인 2020년 12월 10일에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에 앞서, 출판사 관계자 분께 한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그 취지를 고려한다면 양장으로 책을 펴낸 것은 이해하겠습니다만, 얼마 되지도 않는 분량을 활자체를 키워 200여페이지로 내놓은 것은 전혀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독자들의 안구 걱정을 위해 그러셨는지 모르겠지만 실로 자원 낭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입니다. 차라리 얇은 분량으로 가격을 낮춰 내놨다면 지젝의 이름값 만으로도 국내에 꽤 상당한 판매고를 기대할 수 있었을텐데 전체적으로는 크게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008년 이후, 전세계에 지금의 코로나 만큼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은 현 세대가 결코 겪어보지 못했던 일일것입니다. 뭐, 기후 변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오르내려 많은 시민들이 경각심을 갖기도 했습니다만 뜬금없이 불거진 일개 바이러스 문제가 이토록 전세계를 고통에 빠트릴지는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에 지젝은 앞으로의 세계는 ‘뉴노멀의 시대‘이며, 기존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이를 결코 해결해 줄 수 없으며, 대두되는 전세계의 민족국가화를 경계하며 빠르게 모두 협력에 이르러야 이 시기를 슬기롭게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글에는 지젝이 한국의 방역 대응에 큰 찬사를 보이고 있는데요. 현재의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의 무방비적인 상황에 지젝 자신이 자택에 칩거하며 그동안 겪었던 일들로 인한 사색의 결과물로서 한국의 대응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이 점은 현재의 유럽의 자유주의가 거의 실패를 했다고 봐도 무방하며, 조르조 아감벤이 우려한 ‘정부와 권력의 시민들에 대한 통제‘가 허무맹랑한 논법이며, 민주주의 자체는 현실적으로 자율과 통제를 균형있게 조직하는 것이 중요한 조건이라고 그는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짓된 자유주의자˝들은 거의 포퓰리스트에 가까우며, 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과 셈법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정부의 방역 대책을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의 무분별한 개입으로 몰아가고 있는데요. 정작 해당 유럽의 다수 시민들은 한국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지 않다고 여기고 있으며, 그러한 정확한 대처야 말로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판단하는 사람들도 의견을 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장과 4장에서는 ‘코로나 시대‘에서 정보의 통제와 독점에 따른 여파로 부익부 빈익빈이 날로 심화되고, 자원을 좀 더 많이 보유한 자들은 자신의 개인 건강을 건사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않은 다수의 시민들은 더욱 무차별적인 상황에 노출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오늘날의 신자유주의가 ‘그 시장의 자율성‘으로 이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설사 아직도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운운하는 자들은 소시오패스 이거나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자들이겠죠. 더군다나 엄밀한 학문적인 접근에서 이를 오용한 허버트 스펜서와 같은 사회적 도태에 인간의 생명을 투입하는 것은 유럽이 그토록 자부심을 갖고 주장하는 자신들의 계몽주의적 역사와도 길이 완전 다른것입니다. 결국 현 시대의 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이기심을 뒤로하고 해결을 위해 서로 충분한 협력을 하는 길이 유일한 방편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젝이 우려하고 있는 민족주의의 대두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이익을 따지지 않고 대의를 위해 협력하자는 주장은 과거 로버트 달의 사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상황에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위해 다투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핵무기 확산‘ 만큼이나 위협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에 이택광 교수는 뒤에 있는 일종의 보론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의한 대중국 봉쇄와 같은 국제정치적 행위가 어떤식으로 결론이 날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관점을 표방하고 있습니다만 한가지 확실한 점은 지젝의 평가대로 우리가 미국과 중국 한쪽의 편에만 서게 될 날은 아마도 그 다음날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가 초래한 이 전방위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는 단순히 보건 의료계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고, 이런 상황을 노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간을 보려는 중국 시진핑의 행위와 마찬가지로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점에서도 국가 이익을 찾으려는 권력의 속성이 자연스러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혼란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암약하려는 반정치가 도래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마음이 절로 듭니다. 특히, 유럽의 상황이 불안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글 초입에서 지젝이 ‘민족국가의 대두‘를 우려했던 것은 각국의 전체주의적 씨앗이 자생하게 될 것을 경계했다고 봐야 할 텐데요. 이러한 그의 근심은 전혀 터무니 없는 일이 아님을 모두가 잘 알고 계실겁니다. 또한, 이 코로나 사태로 말미암아 우리의 자본주의가 어떠한 식으로 변용될지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할 의무가 시민들 자신에게 있으며, 과거 토니 주트가 짧게 언급했듯이, 전반적인 이 자본주의적 기조를 해체할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개선에 나설 수 있는 희망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런 특수한 상황에 이른 자본주의가 과연 ‘고삐풀린 이기심이라는 악마‘를 잉태할지는 좀 더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신자유주의가 그토록 강조한 시장의 자율성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바이러스의 위험이 대두되면서 세계의 흐름이 민족국가로의 회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수많은 사람이 죽더라도 경제가 돌아가아만 한다고 주장했다

전세계가 감영병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은 위험하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는 국민이 신뢰하는 국가, 국민을 신뢰하는 국가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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