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엘리트 - 디지털 시대 새로운 엘리트에 관한 낙천적 고찰
로르 블로 지음, 권희선 옮김 / 인문결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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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출신의 여류 저널리스트인 로르 블로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언론지인 르몽드의 현직 기자입니다. 현재 그녀는 1950년생으로 지금도 현직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기도 한데요. 특히 네트워크 시대와 언론과의 관계에 대한 주제로 프랑스 내에서 공개 강연도 활발히 하고 있고, 몇몇의 관련 서적들도 집필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녀는 재런 러니어 등과 같은 네트워크 시대에 대해 다소 비관론을 펴는 이론가들과는 달리 현재부터 앞으로의 인터넷 시대에 대해 어느 정도 낙관론을 펴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어찌됐든 낙관론이라 비관론은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에 그에대한 선결하는 인식을 먼저 갖추고 이런 소위 미래론을 가늠해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책의 원제는 ˝La deconexion des elites˝로서 지난 2015년 출간되었으며, 국내에는 2018년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저는 일전에 네트워크 시대와 인터넷 문화에 대한 글들을 읽으면서 아직은 정립되지 않은 이 이론에 관심을 갖느냐는 주변의 물음에 개인적으로 이런 대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농후한 이 네트워크 이론은 우리의 민주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요. 이런 류의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문화를 다룬 글들은 일전의 중동에서의 민주화 바람과 마찬가지로 월스트리트 점령운동 그리고 인터넷 여론을 포함한 여러 온라인 공론장의 가능성들을 보며, 이런 점들이 우리의 민주주의에 어떠한 방향성을 제시할 것인지에 대해 그러한 관심들을 다루고 있는 추세입니다. 다만, 로르 블로도 이 책에서 짧게 언급하고 있습니다만 ˝근래에 축적된 개인들의 데이터들을 과연 정부가 어떤식으로 처리하게 될지˝에 앞으로 이 네트워크 시대의 진정한 명암이 갈릴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여기에 소개된 프랑스의 일화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의 수행이라는 명목으로 정보통신과 관련된 법원의 영장 집행이 무분별하게 이뤄진 경우도 있고 전반적으로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정부에 알게 모르게 협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근래 비난을 받고 있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사례는 수많은 사람들의 데이터를 수중에 쥐고 있는 이 거대 소셜미디어 그룹의 경영자들이 손쉬운 자신들의 이익을 더 따내기 위해 계몽주의 시대부터 중요시 여겨온 시민들의 권리와 사생화 보호라는 측면의 당위를 흩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과 유럽의 토대는 근본적으로 어떤 시도나 사조를 대하는 일련의 태도가 상이하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소개되어 있는 프랑스의 사례들은 특히 네트워크를 향유하는 시민들이 주체적인 움직임으로 여러 분야에서 발빠른 대응들을 하고 있는데요. 그녀가 소개하는 여러 사례들 중에 중고 직거래 사업이라든지, 기존의 은행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적 시도,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구축이 과연 앞으로 우리 민주주의에 있어서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지에 관한 진지한 답변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이것은 미국과는 달리 자유주의적인 개인주의에 입각해 민주주의 가치를 그것에 서로 상충하지 않는 식으로 운영되는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경향으로 비추어 봤을 때, 미국과 유럽의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4장인 사이버공간의 사회과학과 그 다음장인 5장 권력의 쟁취없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을 다룬 이 양장의 논의에 절로 눈길이 갔습니다. 4장에 있어서는 현재 위키백과 류의 집단 지성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상아탑에서의 지식 전달과 교육이 과연 어떤식으로 변화될 것인가에 대해 여기 프랑스 교수들의 꽤 진실된 진술이 눈길을 끕니다. ˝이미 우리가 가르치고 있는 대다수의 것들은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는 이에 대해 약간 다른 관점을 갖고 있는데요. 제가 뭐 독서를 자주하는 애서가로서가 아니라 웹에 공개되어 있는 수많은 정보들이 그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것들이 다수이고 위키백과 류의 편집과정과 글의 의도가 공개적인 방향성으로 인해 그런 구조적인 측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는 지식들이 곳곳에 함정처럼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그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집단 지성이 발휘되는 이러한 장에서 지식이 소수 지식인들이나 엘리트들에게 독점되지 않고 많은 시민들에게 그 혜택이 이어진다는 점은 분명 긍정할 만하나, 집단 지성은 집단 지성대로 상아탑은 상아탑 대로 온전히 존재하는 것이 우리의 정치에 더 이롭다고 여겨집니다. 다음 5장은 ˝정치 엘리트들이 여론 형성의 메커니즘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명제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여론장에 대해 꽤 사실적으로 저자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직업 정치인들이나 엘리트적 정치 지식인들이 선별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이 정치이론들에 대해 그것이 이 사회에 있어서는 협소한 이해라는 점을 빗대어 말하고 있는 듯 한데요. 여기에는 저명한 넷 이론가 하워드 라인골드를 인용하며, 스마트 폰의 성공이 시민과 기존의 권력간에 어느 정도의 혁명을 일으켰는지 잘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7장에서는 앞으로 시민들이 주목해야 될 자신들의 빅데이터를 어떤식으로 이용하고 위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와 이러한 상업적 유혹에 놓여 있는 소셜미디어 사업가들 그리고 보다 손쉬운 통치를 위해 손을 뻗고 있는 권력의 문제에 대해 우리 대중들, 즉 시민들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논의들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일반적인 정치학적인 입장에서 그동안 너무나 많은 사회이론가들 정치이론가들이 대중 정치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정말 과도하게 토로했다는 것을 먼저 언급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민주주의에서의 민주 정치와 대중의 정치 참여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선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 대중의 정치 참여에 대해 삐딱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과거의 엘리트 지배 정치에 대한 강요와 만연된 권력 불신의 상황에서 일절 책임을 지지 않는 소수의 기득권과 그들의 권력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이 배신행위들에 대해 지식인들이 고백과 사과가 없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측면은 원천적으로 지식인들이 변화된 자본주의적 상황에서 개인의 영달을 위해 푸코와 뒤르켐이 강조했던 ‘지식의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것이기도 한데요. 이것은 변호사나 의사들이 가져야 되는 보다 직업적인 윤리의식과 비슷한 개념으로 지식인들 역시 이것에 대해 개인적 이익을 먼저 추구하는 경우가 양심의 문제에서 자유로웠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적으로 애초에 신자유주의를 사회 균형적인 측면에서 지식이 나서서 어느 정도의 파행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않은 것은 거의 부정할 수 없을텐데요. 따라서, 이런 자들이 대중 정치의 명암을 논하는 것 자체가 저는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우리의 네트워크는 어떤 기로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저는 초기에 마누엘 카스텔과 같이 이러한 혁명이 우리의 정치와 민주주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의심해 마지 않았는데요. 근래 다른 논저들을 계속 읽어가면서 앞서 진술했던 바와 같이 우리가 양산해 내고 있는 이 데이터들을 과연 건전하게 보호할 수 있느냐와 이것에 대한 소유권을 요구하는 거대 소셜미디어들과 더 나아가서는 정부의 손쉬운 유혹을 어떻게 하면 견제할 수 있을지에 앞으로 우리들의 기본권과 인권이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시민들의 데이터들에 대한 비즈니스가 수월하게 권장되는 경향에 있어서 이것에 대한 윤리적인 제한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차피 저들 소셜미디어들은 이것을 규제라고 취급해서 다수의 시민들에게 저항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이쯤에서는 과연 사법 체계가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호하려고 나설 것인지 아니면 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한정될 것인지와 사회 전반의 경각심이 어떤식으로 변화될 것인지에 대해 달려 있다고 여겨집니다. 어떻게 보면 나와는 상관없어 보이고 또 다른 면으로 보면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글 중간에 선도적인 개혁을 하고 있던 박원순 서울 시장의 사례가 언급되고 있는데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진실의 규명 문제는 이렇듯 가혹한 것이어서 어떤 때는 모든 것을 뒤집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앞선 것보다 못할때가 많지요.

-저자는 글 가운데에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어떤 연구자의 사례를 들며, 많은 과학인들이 이 분야에 사회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일부의 주장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을 약간 비판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과학기술에도 역시 사회학에의 해석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계층 간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시민들이야 어떻게 되든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사회 엘리트 지도층들이 넘쳐나는 이런 세상에서 디지털 변혁이 시작된거죠

정치권이 확보하고 있는 인터넷 자료는 방대합니다. 다만, 그걸 어디다 써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는 게 문제죠

이러한 디지털 행위는 GDP와 같은 각종 지표로 수치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거시 경제적으로 쉽게 측정되지는 않습니다

금융계의 절대적 권력과 무절제한 자본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이 복잡하고 불투명한 메커니즘은 결국 세계 경제 위기를 초래했고, 우리는 아직도 그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우산 혁명을 통해 새로운 세대가 출현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들은 고학력에 사회 비판 능력을 갖춘 자들이며 민주주의 영향력 아래 성장했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화된, 동등한 발언권을 요구하는 세대라는 것이다

인터넷 초기부터 프리즘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미국의 행위는 서구 민주주의 동맹국들이 상상했던 범위를 훨씬 넘어서 용인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가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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