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의 비밀 - 남자 일과 여자 일은 따로 있는가? 다윈의 대답 시리즈 4
킹즐리 브라운 지음, 강호정 옮김 / 이음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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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즐리 브라운은 미국 덴버 대학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로펌인 모리슨 & 포스터를 거쳐 현재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시의 웨인 주립대학의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중에 있습니다. 그는 남녀 고용 차별법에 대한 관심과 남녀간의 진화론적인 차이에 따른 사회적 및 법적 영향 들을 다루는 글을 주로 써왔는데요. 몇가지 그에 대한 기사를 살펴보니, 페미니스트들에게 상당한 공격을 받고 있기도 했습니다. 얼핏 이 정도 맥락이면 그가 엄청난 여성 차별주의자로 오해할 수도 있겠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고 특히, 인간의 본성 자체에서 남녀의 구분을 진화론적이고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학자일 따름입니다. 이 책은 지난 1999년에 원제, ˝Divided Labour : An Evolutionary view of Women at work˝로서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11년 12월 번역 출판 되었습니다. 또한, 이 ‘유리천장의 비밀‘이라는 책은 동 출판사의 ‘다윈의 대답‘이라는 시리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일단 먼저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요. 출간 당시에 인쇄소에서 문제가 있었던지 아니면 편집이 잘못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페이지 맨 상단에는 글자 인쇄가 짤려 나온 흔적이 있습니다. 제가 구입한 판본만 이 지경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보는 내내 뭔가 어처구니가 없는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요. 여기서는 이 정도까지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킹즐리 브라운의 다소 얇은 분량의 이 책은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고 있는 기업들에서 고위 임원직으로 나아가는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 것에는 사실상 ‘유리천장‘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진화론적이고 지극히 현실적인 반론을 담은 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에게는 저자인 브라운이 진화론적인 차이, 유전학적인 대비 및 사회학적인 기준으로 이 페미니스트들의 왜곡적인 인식을 반론하는데 할애하고 있으며, 이러한 논증 가운데 중요한 부분은 바로 오랜시간 동안 인간의 남녀가 진화론적으로 분화되어 이룩한 인간 본성의 따름이라는 점이 매우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결국, 1장에서 그가 규정하고 있듯이, ˝가부장적인 사회구조는 성차의 결과물이지 원인이 아니며, 마찬가지로 이러한 논증 가운데 중요한 점은 인간의 성차가 사회화에 따라 발생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거의 문제 제기가 없으면서도 그 성차가 생물학적인 원인에 근거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분히 회의적인 의견을 제시하거나 면밀한 증거를 요구˝하는 반대에 있는 다수의 이중적인 태도를 꼬집고 있습니다. 사실 이 지점에서는 인간의 사회화만큼이나 오랫동안 이어져 온 진화론적인 측면이 등한시되고 있다는 점을 저역시 인지할 수 있었는데요. 굳이 에밀 뒤르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어떤 현상이나 이론에 긍정하든 반대하든 그것을 통해 자신이 적절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수반하는 많은 정보와 이론이 필요합니다. 외눈박이 이론이 그 자신 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사회를 병들게 했다는 점은 지난 역사에서 수도 없이 그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인식적 측면에서 브라운의 이 글은 단순히 반론에 이르는 결과물을 넘어 학문을 추구하는 모든 지식인이 갖춰야 하는 태도라고 여겨집니다.

2장에서는 이러한 논증이 전개됨에 따라 왜 인간의 남성과 여성이 기질적으로 다른가에 대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본문 4장과 5장에서도 언급되는 바와 같이 남성이 그 특유의 본성, 즉 ˝공격성, 야망과 추친력, 강력한 경력 추구성 및 위험 부담에 대한 각오˝를 갖고 있으며, 여성은 반대로 안정지향적이고 무조건 댓가에 따른 반대급부를 원하는 등의 성향차이가 오늘날의 기업 경영자들이 보다 많은 남성 임원을 뽑는데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남성은 이러한 출세지향적이고 욕망의 일선에 한가운데 있는 반면, 여성은 아이와 가정의 안위에 몰두하고 이런 여성들이 결혼을 해 가정을 꾸렸을 경우 보다 더 안정 지향적이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물론 2장에서 호르몬의 영향과 태아 시기에 발생하는 성세포의 확장과 성의 확정 등을 통해 의학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로 근거를 확대하고 있습니다만, 아주 여실히 현실적으로 봤을 때 다시 앞선 기업의 경영자들이 ˝높은 책임감을 보이는 사람에 대한 보상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저자는 단언하고, 이러한 자본주의적 기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 전반을 다 뜯어고쳐야 하는데 과연 기업 경영인들이 이들 페미니스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에 대해선 매우 회의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더불어, 5장에서도 ˝여성이 직업에 대한 외골수적인 헌신을 보이지 않는 주요한 이유는 아이들에 대한 헌신 때문이다˝라고 단정하고 반대로 그 고위 임원에 오르는 40대 후반에서 50대의 남성 임원들이 사실상 여성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같은 처지에 있는 남성들을 딛고 올라선 결과물로서 이 점 또한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그는 강조합니다. 즉, 이 위치에 있는 고위직 남성들 또한 그런 비슷한 유형의 수많은 남성들과의 경쟁에서 그 자리를 쟁취한 것으로 이러한 배경이 자본주의적 경쟁 체제의 본질적인 측면이라는 점을 사회학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오히려 백안시하며 이 체제를 뒤집어 엎으라고 말을 하는 용기를 보이거나, 아니면 이러한 경쟁에서 밀려난 남성들과 여성들을 모두 구제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 장치를 만들어 내는데 목소리를 높이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현실적인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이해될 것입니다. 물론 제가 터무니없이 무조건 자본주의 자체를 옹호하고자 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의 인식과 논증대로 우리 인간의 본성 가운데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아예 단 한가지 사회적인 측면의 사회화에 따른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도가 악이 되었던 것이 아니라 고대 수렵시기의 부족사회부터 인간의 오래된 역사를 통해 각자의 DNA에 이어져 내려왔고 이러한 인식적 배경 없이는 이 남녀의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하는 데 불가능하다는 점을 밝히고 싶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더 많은 자원을 가진 남성과 결혼을 하려는 많은 여성들의 기본적인 욕구가 이것을 속물 근성이라는 사회적 잣대로 몰아가기 이전에 이미 우리의 조상들은 이러한 최소한의 가정에 대한 안전책을 되물림해 왔으며, 이 지점에서도 마찬가지로 사회학적으로는 이를 쉽게 용인하기는 힘드나 그러한 배경이 있다는 점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런 이해 가운데 오랫동안 인류의 결혼제도가 유지되어 왔고, 심지어 지참금 제도와 같은 각 문화의 고유성들은 앞선 안정을 지향하는 여성들의 본성 문화적으로 내면화시켜 왔다는 아주 현실적인 증거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저자의 논증이 수용할 만큼 설득적이었다면 결론에 이르러 저자가 써내려간 ˝여성을 오늘날의 사회구성의 희생물로 규정하는 대신 남성을 불리한 성으로 모는 것도 쉬운일이다˝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따라서, ˝유리천장보다 더 적절한 비유는 ‘거미줄천장‘일지도 모르겠다. 여성이 ‘볼 수‘ 있는 벽이지만 지나가고자 하는 사람을 잡아두기에는 너무 약한 벽 말이다˝라는 5장의 결론과 글의 전체적인 결론이라 할 수 있는 ˝인간 본성 자체를 바꾸려는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기보다는 인간 본성과 합치되도록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성공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라고 모두에게 제언하는 이 말 한마디는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매우 명백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더 한마디를 덧붙인다면, 지금의 부화뇌동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이러한 사회학적인 결과물에 집착해 무턱대고 어떠한 고려 없이 체제의 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은 과거 사회진화론자들이 인간의 급을 나눠 자본주의에 더 용이하도록 고안한 이론을 전파하는데 지식을 사용했던 것과 별반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해방의 대해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은 성 역할을 제거하고 여성을 가사노동의 의무에서 해방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인간의 본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시간 할애와 열정을 던질 것에 대한 각오가 있느냐의 여부는 직장에서 임원 지위로 진입하는 필요한 중요 조건이다

고용주들은 높은 책임감을 보이는 사람에 대한 보상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여성의 낮은 비율 (고위 임원)이 조직내의 결함으로 인해 나타난다는 것은 더 불분명하다

남녀간에 가장 일관되게 나타나는 차이 중의 하나는 공격성 aggressiveness 에 관한 것이다

만일 여성이 자신의 경력을 위해서 가정을 희생시키려는 의지를 줄인다면 이 결정은 자유 선택의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집에 머물러 있으며 아이들을 돌보길 원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부인에게 의존하기를 원하는 남성은 매우 드물다. 또한 그런 남편을 부양하면서 그가 성적으로 매력이 있다고 느끼는 여성은 더욱 드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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