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 - 소셜 시대를 살아가는 10가지 생존법칙
더글러스 러시코프 지음, 김상현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프린스턴과 캘리포니아 예술학교를 거쳐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내에서 미디어 이론가, 작가, 칼럼니스트, 그래픽 소설가 및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알려져 있는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특히 인터넷과 미디어와 관련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며 특별한 관심을 표한 바가 있습니다. 그런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 바로 이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일 것입니다. 원제 ‘Program or Be Programmed’ 로 지난 2010년 출간된 이 책은 국내에 2011년 소개된 바가 있습니다. 현재는 절판된 상태라 시중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점을 참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자인 러시코프는 자신의 이 책과 관련해 이러한 글을 쓰게 된 연유로 현재 우리의 특별한 인터넷 미디어 시대에 10가지 편향성이 존재하며, 물론 이것이 전혀 개선 내지는 변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결말에서 짧게 밝히고 있는데요. 즉, 초기 폐쇄된 특정 기능의 웹기반에서 현재 세계에 있는 모두가 자유롭고 제한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인터넷 세계에서 앞으로 좀 더 모두에게 상생하고 이득이 될 수 있도록 어떤 방향성을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나레이션적 성격의 글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글은 전체적으로 꽤 이해하기 쉬운 주장들로 채워져 있고, 번역 또한 나쁘지 않았습니다. 간혹 이해하기 힘든 용어에 대해서는 지면에 따로 공간을 만들어 설명을 하고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읽는 분들에 따라 가독성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 점 참고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과거 계몽주의적 혁명에 입각해 우리가 주권 개념을 받아들인 시점 부터 인간은 늘 선택의 문제에 고민해 왔습니다. 온전히 자기 자신만의 삶을 결정하기 위한 선택의 문제 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한 모두가 정당한 권리와 안전한 사회를 바탕으로 이를 규정하는 정치와 국가를 만드는 데 이런 무수한 선택들이 기반이 되어 왔는데요. 러시코프 역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인터넷 미디어 시대에 지식 및 토론과 결부지어 한가지 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즉, “디지털 시대의 자유란 어떻게 그리고 누구와 당신의 생각을 나눌지 선택하는 자유”라고 강조하며, 이것을 중점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방법론들에 대해 이 책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소위 지식 소유의 한정성이라는 기준에서 일부 대학과 전문가들이 특정 지식들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지식을 독점해 왔으나, 현재는 “민주적인 정보의 접근성과 더불어 전문가들의 정보 독점이 약화된 특별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명백하게 과거 엘리트들을 포함한 기득권을 쥐고 있던 계층들이 절대 다수의 무지한 대중들에 대한 근거없는 공포를 여러 차원에서 무력화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인식해야 하는 중요한 한 가지는 우리 스스로 이런 오픈된 세계와 공유하는 수단들을 가지고 이를 악용하지 않고 스스로 편향되지 않게 하는 자정 능력을 보유할 수 있겠는가가 앞으로 사활적인 모험이 되겠습니다.

또한 위의 관점 외에도 인터넷 미디어 전반이 민영화되어 벌어지는 양면성과 수많은 개인들의 정보를 갖고 이득을 취하는 기업들에 대해 과연 우리가 어떠한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인터넷 기업들의 휘발성을 밝히면서도 우리의 이웃들과 친구들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것에 ‘공유의 정신’과 오픈 소스라는 자산에서 벌어지는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 책은 꽤 진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7장에서 세계의 친구들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 하지 말라는 소주제는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가 그 정책들을 계속해서 바꾸는 데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사실 프라이버시 침해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우정을 돈으로 바꾸려는 기업의 속셈 때문이다”라고 그 이면성을 꼬집고 있습니다. 아마도 오픈된 공간 내에서 세계인 모두가 구축한 이 인터넷 시스템하에 과연 민영 기업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이유가 되는가에 우리는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정부로부터 리눅스를 배제시키기 위해 암호화 작업과 관련된 견제를 해왔던 것은 꽤 의미심장하기도 합니다.

“대충 매체와 디지털 미디어 사이의 근본적 차이는 쌍방향성이다”는 주제와 관련해서도 기존의 대중 매체의 소비자들은 일방향적인 측면이 강했던 반면에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의 소비층은 활발한 의견교환과 더불어 적극적인 소비형태를 띄게 되었습니다. 물론 9장과 관련된 논의에서 “적극적으로 공유하되 도둑질하지는 말아라”는 일침은 적극적인 디지털 시대에서 활발한 저작 활동에 대한 중요한 전제를 표명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다수의 개인정보와 활동을 통해 이익을 얻는 기업들에 대해 저자는 부정적인 입장이면서도 개인이 활발하게 디지털 문화적 생산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당한 저작권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앞선 인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6장에서는 약간 논란이 될 만한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데요. 인터넷 익명성과 관련하여 저자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정부가 개인을 검열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것보다 다수의 익명이 자신이 쓴 글을 가지고 정보를 수집해 무고한 피해자를 낳게 되었다는 일례입니다.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잘못 수집해 본인이 아닌 타인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었는데요. 이것을 개선시키기 위해 무분별한 익명 상태를 벗어나 “우리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는 것을 표준으로 삼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책임지지 못할 말은 디지털 영역에 올리지 말라고 하는 것도 익명에서 숨어 되도않는 말을 옮기는 것보다 자신의 신분과 입장을 밝히고 사실만을 인용하고 주장하라는 것인데, 쓸모있는 여론과 쓸모없는 여론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은 여론 자체의 신빙성을 물고 늘어지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만 무엇보다도 현실의 법이나 규범이 들어오기 전에 우리 모두가 스스로 자정능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넷 상에서의 여론과 시민들이 갖는 의견이 어떤 측면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선동이나 기만이라는 것만 놓고 인터넷 여론이 기여한 민주주의에 대해 과도한 자기검열을 놓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거짓에 근거한 타인에 대한 인신공격은 제한되어야 하지만 익명이 필요한 곳이 있고, 자신의 말을 책임을 질 정도로 사실에 기반한 넷 윤리가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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