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 머독 - 미디어로 세계를 선동한 권력욕의 화신
데이비드 맥나이트 지음, 안성용 옮김 / 글항아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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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국영 ABC TV의 기자 출신인 데이비드 맥나이트는 정치, 역사, 환경 등의 주제로 다양한 글을 출판한 저술가이기도 합니다. 특히 냉전 역사에 관한 두 가지 주요한 논저로 세계 출판계에 관심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책은 호주 지식인의 눈으로 본 호주 출신의 언론 재벌인 ‘루퍼트 머독’의 실체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춘 글이기도 한데요. 지난 2012년 ‘Ruoert Murdoch : An Investigation of Political Power’의 원제로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15년 번역 출간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언론 그룹인 뉴스코퍼레이션의 총수 루퍼트 머독은 CNN 의 테드 터너 등과 더불어 꽤 유명한 언론기업인이라 불리우고 있습니다. 맥나이트의 이 책에서는 이런 표면적인 평가 말고 루퍼트 머독이 과연 어떤 사회정치적 관점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그의 발언이 인용된 기사와 연설, 그가 사주로 있는 여러 언론사의 편집장들과 같은 이들의 발언 등을 소개하며, 그가 어떠한 정치적 행로를 걸어왔는지 비교적 상세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머독 개인의 정치적 관심이 어떤 식으로 발현되어 왔는지 여기에는 많은 자료들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머독 특유의 독특한 관점 세 가지를 먼저 정리하고 싶은데요. 첫째는 세계적인 기후 변화를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히스테리적 불안조정자 및 재앙예언자로 치부하는 것과 둘째로 소위 정치적으로 올바른 자유주의 엘리트들이 보수주의자들을 억압한다는 해괴한 견해와 셋째로 머독이 견지하고 있는 정치사회적 견해가 사실상 ‘우익 포퓰리즘적’ 대변하고 이를 평생에 걸쳐 정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추구해 왔다는 점입니다.

오늘날까지 이어진 머독의 사업 기반은 기본적으로 부친의 유산 승계와 관련이 깊습니다. 그의 아버지 역시 호주의 언론사를 운영했고, 그러한 기반하에서 머독이 성장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후 호주를 거쳐 미국에 사업을 위해 미국인이 된 상황에서도 미국과 영국 정치권에 지지와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익히 다른 기사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로널드 레이건과 마가렛 대처와의 친분은 꽤 유별난 것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레이건의 신자유주의적 기조에 루퍼트 머독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만 대처 정부가 집권 초기 사회 복지 정책을 철회하는데 있어서 머독이 지지를 보인 점은 앞선 두 사람과의 정치적 공감대가 전혀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겠죠. 다만, 대처의 회고록 출간과 관련해 머독이 운영하는 출판사가 그 판권을 사들여 출판이 되었을때, 대처의 집권 당시 머독과 긴밀했던 그녀가 회고록에는 머독의 이름이 전혀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은 꽤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또한 머독이 조지 H. W.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절대적으로 지지한 것과 대처 정부가 남아메리카에 있는 포클랜드 전쟁을 벌이는 것에도 마찬가지의 입장을 보인 점은 과거 레이건 행정부의 그레나다 침공에 대한 환영과 유사합니다. 맥나이트는 머독이 레이건 행정부 이후 급격히 우경화되었다고 언급하는데요. 이는 레이건 행정부 당시 소련에 대한 공격적 대응에 그가 영향을 받은것과 비슷한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레이건 정부가 임기를 마치고 그것의 심리적 공허함을 그가 가졌는지, 아니면 레이건 정부가 떠난 그 자리가 앞으로 소련과의 대결에서 허약한 미국을 두려워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소수집단 우대 정책에 깊은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는 등 일반 우익 정치에 깊이 관여하고 그것이 본인의 수동적이든 능동적이든 간에 그 추동에 공감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여기에 머독은 선택과 경쟁이라는 자유시장 가치를 신념으로 받아들였고, 후에 이 점은 마거렛 대처와 연결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저는 머독이 레이건과 대처의 배후라고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세사람이 서로 정치적 공감대가 있었으며, 정치와 언론매체라는 결합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거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것은 정치적 견해에 대한 능동적 수렴이라는 측면과 경제적 이익이라는 부수적 이익이 분명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추정해봅니다. 이 글에서도 ‘뉴욕 포스트’와 관련된 재인수와 그가 거느리고 있는 언론기업들의 경제적 이익 또한 분명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수 우익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경제적 이득과 이권에 대단한 관심을 보인다는 것과 특히 자유 시장과 관련된 주제에 있어서 매우 배타적인 의견을 보인다는 점은 이들과 머독간의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글을 다 읽고 나서 문득 들었던 생각은 이렇게 정치적인 인물이 왜 미국의 선거판에는 뛰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원초적인 의문점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와 유사한 행적과 가치관이 있어 보였는데요. 유력 정치인들과의 관계 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건지, 아니면 정치 무대에 직접 뛰어드는 것이 자신의 이익에 맞지 않다고 여기는건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약간 의구심이 드는 부분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8장과 기후 변화를 일종의 샤머니즘으로 모는 9장은 특별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퍼레이션은 ‘뉴욕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폭스 뉴스’, 영국의 ‘선’, ‘타임스’, 호주의 ‘오스트레일리안’. 아시아의 ‘스타 TV’ 및 글로벌 출판 그룹 ‘하퍼콜린스’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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