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조건 - 자본주의로부터 우리를 구하는 법
자라 바겐크네히트 지음, 장수한 옮김 / 제르미날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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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처음 국내에 소개된 자라 바겐크네히트의 이 책은 독일에서 2016년에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바가 있습니다. 저자인 자라 바겐크네히트는 독일인 어머니와 이란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조금 늦은 나이에 네덜란드 호로닝언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함과 동시에 꽤 많은 저서들을 출간한 바가 있습니다. 또한 독일의 한 일간지에 현안에 대해 칼럼을 꾸준히 기고하고 결국에는 의회 정치인으로 변모하고 독일의 대표적인 좌파 정치인으로 자리 매김합니다. 이미 역자도 언급하고 있듯이 그녀는 의회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꾸준히 여러 논저들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정치인으로 많은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한 그녀의 정치적 인식과 학문적인 연구물로서 이 책이 갖고 있는 위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원제는 ‘Reichtum ohne Gier : Wie wir uns vor dem Kapitalismus retten’이며, 영문으로 출간된 책의 제목은 ‘Wealth without Greed : how we save ourselves from capitalism’입니다.

이 책은 크게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열거하고 비판한 1부의 총 5장과 이후 자본주의 시스템의 대안과 사회적 인간의 삶의 본질을 다시 찾기 위한 노력을 쓴 2부 총 4장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선 저자인 자라 바겐크네히트가 이 책을 통해 밝히고자 하는 점은 바로 “자본주의 경제의 자유는 국가를 완전히 경제 외부에 세워 두는 데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는 전환의 테제입니다. 이를 주요한 원칙으로 특히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진정한 자본주의가 아니다는 점을 여러 인용과 주장을 통해 밝혀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밀턴 프리드먼의 입을 통해 알고 있는 ‘시장 대 국가’의 대결 구도는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 매우 부족한 인식이며, 특히 “그동안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본주의는 탈규제와 시장 만능주의로 위세를 떨쳐 소수의 이익에만 봉사했다”고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2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처럼 이를 간략하게 ‘경제 봉건주의’라고 그녀는 설명합니다. 이 경제 봉건주의는 그 애덤 스미스 조차도 두려워했던 시장 독점체제와 동일한 시장 지배 체제적 대기업들과 이들의 대부분이 자기 자신의 혈통에게 기업을 되물림시켜, 오래전에 자본주의의 이점이라고 여겨졌던, 많은 시민들의 계층 상승의 기회, 전문 기술직의 마땅한 사회경제적 대우, 자본 수입과 노동 수입의 건전한 균형 등이 앞선 시장 지배권을 갖고 있는 많은 대기업들과 부유층에 의해 꽤 배타적인 상황에 놓여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사실 자본주의에서 자본이 스스로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오늘날 신자유주의를 있게한 산파와도 같은 하이에크가 전반적인 국가들의 권력 상태가 아니라 이 윗줄에 경제적 이해를 관리하고 공유하는 실질적 권한을 갖는 국제단체 내지는 연합의 탄생이 시장근본주의로 불리워도 무방한 이 신자유주의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예측했던 것이 오늘날 현실로 드러났다고 저자는 평가합니다. 과거 자본주의의 여명기에는 평범한 접시닦이도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관념을 넘어 실제로도 그러한 배경과 공감대가 충분했지만 오늘의 상황은 ‘경제적 과두집단의 지배체제’와 더불어 견고하게 유리 천장이 매우 두꺼워졌고 독일을 비롯한 수많은 경제가들의 혼인과 제휴, 그리고 그것들이 세습됨으로써 과연 이것을 달리 경제적 봉건주의라고 부르지 않으면 무엇이라고 해석해야 될지에 그녀와 비슷한 감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전개 과정은 “이미 19세기 3/3분기에 많은 분야의 대기업들이 계약의 자유를 근거로 법적 지위를 갖는 카르텔을 결성”했다는 인식을 독자들에게 강조하며 이를 통해 대기업들의 시장 지배권을 갖는 행태를 ‘강도 귀족’이라 비판합니다. 1920년대의 대공황을 거쳐 이후 거대한 전쟁과 전후 복구 사업을 진행하면서 당시의 시장 전반에 대한 국가 개입의 절실함은 공감대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후 60~70년대를 거쳐 레이건과 대처에 의해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의 잘못된 이식이 마땅히 필요한 규제 조차도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맞이하여 휴지조각이 되었던 것이 이후 금융 산업 전반의 도덕적 해이와 2008년 뉴욕 발 금융위기를 초래했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도 저자는 국가 당국이 금융 시장을 구제하는 것으로 결정나면서 그동안 금융계 고위층들의 무분별한 성과금 제도와 책임을 지지 않고 자신들의 초기 자본은 무조건 손실되어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식의 시장주의 본연의 경제 논리에 반하는 행태가 뿌리깊이 내려왔습니다. 이에 그녀는 “1321년 카탈루냐에서는 파산한 은행가를 참수형에 처하게 한 법이 제정”되었다면서 물론 이 금융가들을 법 이외의 수단으로 극형에 처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법에 의한 처벌이 요구되었으나 미국의 상황은 결코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책에서 논하고 있는 앞으로 미래 자본주의의 이행인 디지털 자본주의와 금융 자본주의에 대해 전자인 혁신의 측면과 후자에는 “금융 부문이 국민경제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이 양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2부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기존의 일반은행과 투자은행의 명확한 구분 뿐만 아니라 ‘공공번영은행’과 소유권 개념의 공익적 측면을 제시하면서 이러한 과정 자체가 사회를 이루고 있는 시민들의 삶 자체를 규정하게 되는 중요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그녀는 밝힙니다. 그동안의 자본주의가 개인의 사익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고 이를 통해 합리성을 실현시켜 사회에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주장되어 왔던 것 자체가 거의 유명무실한 개념임이 밝혀져 왔습니다. 앞으로 전반적인 시장에 규제를 둔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도 “21세기의 경제 봉건주의의 극복이 전제 조건”이며, 포스트 민주주의의 콜린 크라우치도 앞의 저서에서 밝혔듯이 공영 부문을 비롯한 모든 것을 민영화하자는 논리 역시 시장 지배 체제에 있는 대기업들에게는 분명 막대한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며, 이것을 용인해 줬을때 기간의 초기 투자금을 뽑아 내기 위해 대다수의 시민들에게 그 비용 전가를 이러한 경제 봉건주의적 상황에서 국가가 규제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역시 회의적입니다. 바로 민주주의는 이러한 과정에서 크게 훼손될 수 있으며, 수많은 금융 엘리트들이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초기 자본은 무조건 보장해야 되고, 이후 발생한 손실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식의 말도 안되는 욕망을 낳았습니다. 대체로 자연스런 시장 논리에 의해 이익과 손해는 한 사이클인데 이것을 부정하는 것은 실로 시장주의라고 할 수 없는 것이겠죠.

물론 그녀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들이 대부분 옳다고는 볼 수 없었습니다. 일반의 성과금과 같은 제도들은 모두 철회해야 된다는 것에는 저는 다소 동의하기 힘들었고, 화폐 자체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그것을 위한 제안들을 모두 받아들이기도 어려웠습니다. 자본주의 자체가 시장 경제 내의 수많은 경쟁으로 건전하게 도출되는 것도 분명 무시할 수는 없는데 매번 자본주의에서 경쟁을 필요악으로 여기는 것은 또한 너무 일면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자본주의 상황이 오늘날 크게 변질된 것은 분명해 보이고 모순을 개선해 자본주의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에도 지그문트 바우만이 밝힌 대로 인간의 불확실성과 유사한 생각을 피력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우리는 너무 시장의 합리성을 맹신해 왔고, 이것은 본질적으로 소수의 이익에 크게 부합하는 것을 외면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규제가 무조건 나쁜것이라는 인식도 크게 잘못되었다고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다시금 말하는 우리 내면의 고착화 되어 있는 자본과 시장주의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한편의 정돈된 자본주의사를 읽는 것 같은 풍부한 사례들과 설득력 있는 논지는 충분히 읽는 독자들이 공감할 만하다고 받아들여집니다. 끝으로 역자인 장수한씨의 번역은 크게 나무랄데가 없었는데요. 제 추측이 맞는다면 일찍이 대학 입시 때문에 일독했던 동녘출판사의 ‘역사 에세이’이의 저자가 바로 역자가 아닐까 가늠해 보는데요. 그런 의미에서도 이 책이 더욱 반가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가져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자유주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그 체제 안에서 정치는 기업과 자본의 세금을 낮추어 주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폐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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