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 - 왜 보수가 남는 장사인가?
토마스 프랭크 지음, 구세희 외 옮김 / 어마마마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얼마전 국내에 번역 출판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의 저자 토마스 프랭크의 또 다른 미국 보수주의 우파의 본격적인 비판서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을 일독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토마스 프랭크는 시카고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고 언론인으로서 르몽드를 비롯한 잡지와 언론에 활발한 기고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전문 분야는 워싱턴 정치와 티파티를 비롯한 보수 우파에 대한 글을 기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사실상 미국 내의 진보주의 운동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여론을 움직이는 진보 및 좌파 지식인들 중 몇 안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특히 토마스 프랭크는 매우 집요할 정도로 미국 보수주의에 대한 취재를 다녔을 정도로 그 명성이 적지 않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대한 큰 기대를 하고 읽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강고한 공화당 지지 기반인 캔자스 주의 정치 여론 분석과 계급에 반하는 정치적 지지를 다각도로 해석한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를 재차 몇번 읽을 정도로 기억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선 여기 이 글의 큰 해석상의 큰 틀은 과거 첨예한 냉전 시기를 거쳐 매카시즘의 광풍에 편승해 이득을 얻은 보수주의 정치와 레이건 대통령 시기에 보수와 진보간, 미국의 오랜 전통이었던 ‘자유주의적 합의’가 사실상 종말을 고했고 이후 연이은 구소련의 붕괴로 적극적으로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편입하여 오늘날 변화된 보수주의의 금권정치화를 비롯한 시민의 의사에 반하는 행적과 인식에 대해 가차없는 비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우파 로비스트인 ‘아브라모프’를 이러한 우파 금권정치의 상징으로 내세워 그가 레이건주의의 신봉자로서 이력을 시작해 우파 비즈니스를 위해 해왔던 일들을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워싱턴과 미국 정치를 주무르고 있는 이 금권 정치가 ‘기업이 사익을 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차없는 수단을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식의 인식으로 최종적인 심각한 문제, 즉 정치가 시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돈과 사익을 위해 힘쓰게 되는 현재의 미국 국내 정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 일 겁니다. 저자인 토마스 프랭크도 로비스트를 고용하여 의회를 포함한 정치권에 로비를 하는 이해 관계자들이 결국 대의와 시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 민주주의 체제를 더욱 악화시켜 왔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것과 관련해 공화당이나 민주당 할 것 없이 전직 의원이나 정치인들이 1998년과 2008년 사이에 이들중 43%가 로비스트가 되었다는 것은 현실이 어떤지 짐작하고 남음이 있습니다.

제가 저자의 이 책에서 정말 탄식을 금할 수 없었던 부분은 공화당을 비롯한 우파 보수주의자들이 정부는 무조건 실패할 수 밖에 없는데, 바로 이런 인식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기에 모든 민영화와 아웃소싱을 비롯한 작업들이 이해 당사자를 제외하면 대의적으로 실패하고 고통만 안겨줬다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어차피 정부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식의 의미로 대수롭지 않게 끝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조지 W. 부시는 재난안전청과 관련된 인사에 낙하산을 꽂아넣고 당시 W. 부시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의 인명 구조와 피해 복구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않고 후에 1000억달러 이상의 복구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카지노 시설이나 호텔 같은 곳에 돈이 투입되고 생계가 곤란하거나 수입이 낮은 지역 주민의 주택 복구에는 터무니없이 투입이 되지 않은 것은 ‘정부의 상대는 국민이 아니라 기업이다’라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던 저자의 주장의 근거였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이란-콘트라 사건이 터졌던 레이건 행정부 시기에 니카라과 우파 반군 지원을 위해 미국 국내에서 모금된 돈들이 비영리단체의 계좌로 들어가 결국에는 그것을 주도한 공모자들 호주머니에 대부분 들어가는 상황, 다시 말하면 니카라과의 공산주의를 몰아내기 위해 우파 반군을 지원하기 위해 모금한 돈들이 그들이 주장했던 대로 쓰여진게 아니라 자신들의 사적인 계좌로 들어갔고, 이후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은 사례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는데요. 이것과 직접적인 관계자였던 올리버 노스와 그 관련자들에 대한 레이건 대통령 임기 말의 사면권 부여가 콘트라 사건을 정치적 전면에서 지우기 위한 결과로서 이러한 ‘모금 수탈’ 도 수면 아래로 잠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올리버 노스에 대한 자세한 행적도 콘트라 사건 자체가 비즈니스와 같은 것이 아니었나 하는 판단이 들기도 합니다.

구소련이 붕괴되어 냉전 시기가 종식되었고,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말대로 외견상 자유 민주주의의 승리로 여겨진 후, 진보주의와 좌파는 더욱더 정치와 사회 전반에 있어서 영향력을 잃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보수와 우파들이 매번 주장하는대로 진보운동과 좌파들이 해묵은 이념적 태도로 현실 상황과는 괴리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선전을 펼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익 추구’와 이권 개입에 나서서 ‘고결한 보수주의자’, ‘원칙적 보수주의자’를 미국 정치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은 그것이 이상세계의 잡히지도 않는 말놀음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보수주의자들이 국민과 시민들을 위하지 않고 자신들만을 위해 일하는 것은 정치와 체제 자체를 붕괴시키는 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반대편의 진보와 좌파의 건실한 역할 가능성을 떠나서 현재의 미국 보수주의가 ‘정치적 자정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큰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과 포퓰리즘은 그 서막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욱이 베트남 전쟁 상황에서 수많은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주의자들과 그 지지자들을 씨를 말리자고 선전한 이후부터 극단의 보수가 어떤식으로 반대쪽을 제거하려고 할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현재에도 민주당의 정치 자금줄이라 볼 수 있는 미국 노동단체들의 자금지원을 막기 위해 보수 우파들이 끊임없이 노동단체를 백안시하고 악마화 시키는 것은 바로 이런 연유겠죠. 결국 자기들만 살겠다는 건데 이런 상태가 미국 시민들에게 이익이 될지는 얼핏 봐도 자명한 것이겠죠.

책을 다 읽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짧게 설명해 드렸듯이,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애초에 큰 정부를 불신하고 오히려 정부를 축소시켜야 한다는 점을 이념으로 갖고 있는데, 자신들이 참여한 정부가 실패를 하더라도 어차피 정부는 더욱더 축소시키고 원자화 시켜서 모든 것을 민영화 내지는 시장에 맡기는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 판단한다면 자신들의 정부가 행한 것들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것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고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식의 결국 떠미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이러한 제 논점은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된 이후의 시점에서도 유사했고, 현재까지 책임을 갖고 있는 자 그 어느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명백해 보입니다. 또 한 가지는 ‘남아공의 자유시장론자들이 자유 시장체제에서가 아니라 IMF로 인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었으며, 여기 글에서도 나왔듯이 부자들이 자유 시장에 끌리는’ 것처럼 자유 시장을 극렬하게 신봉하는 자들이 대부분 부의 집중에 의한 부정적 부산물에 거의 관심이 없다는 측면의 판단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의 거의 끝부분에 나와있는 사이판의 사례가 앞선 저의 인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토마스 프랭크의 역작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책은 미국의 금권정치와 우파 주식회사의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는 것으로서, 그 의미가 상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 많으며, 우리의 정치와 삶을 위해 진보주의 역시 존중하고, 합의의 정치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우리가 정치를 견제하고 반성시킬 수 있는 시민의 역량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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