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30년, 일본 정치를 꿰뚫다 - 아베의 아름다운 일본은 있는가
이헌모 지음 / 효형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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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와세다 대학에서 수학한 후, 지바현 소재 중앙학원대학의 법학부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이헌모 선생의 ‘도쿄 30년, 일본 정치를 꿰뚫다’를 일독했습니다. 저자는 한국인이면서 도쿄에 30여년 체류중인데, 아마 제목의 도쿄 30년은 이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정치학을 전공하고 법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일본 대학의 한국인 교수가 과연 현재 일본의 아베 정권과 그들의 우경화 그리고 조만간 있을 헌법 개정에 어떠한 분석을 하고 있을지 적지않게 기대했습니다만 전체적인 글의 수준은 원론적인 정도의 평가로 여겨집니다.

현재 아베 총리는 과거 요시다 독트린으로 일본을 전후 부흥에 나서게 한 요시다 시게루 총리의 총리 연임 기록을 넘어서려고 하고 있는데요. 아베는 지난 2016년 불거진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헐값 매각에 이어 카케 학원 수의학부 설립 허가에 청탁과 권력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으로 정권 최대 위기를 겪게 됩니다. 이 시기에 일본의 아베 총리의 자민당 정권이 풍전등화의 위기였으나 북한의 존재와 김정은의 도발로 아베를 비롯한 자민당에게 있어 ‘아주 더할나위 없는 고마운 일’이 되었습니다. 이 점은 저자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점으로 이 아베 총리에게는 ‘적절한 운’이 매번 작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민당 파벌 정치를 박살낸 고이즈미 전 총리의 지원을 받아 차례로 자민당 간사장, 관방장관에 임명된 것은 그의 정치적 후광을 더 강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외조부였던 전범 기시 노부스케의 손자임을 평소에도 자랑스럽게 밝히고 다닌 아베에게 있어서 3.11 대지진으로 인한 민주당의 정치적 무능도 그에게는 큰 운으로 작용한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다만 저자는 일본을 움직이고 있는 철의 트라이앵글 (Iron Triangle) 인 정, 관, 재계의 카르텔과 동일한 일본 관료조직의 전횡을 막기 위해 민주당 정권이 배제한 것에 대해 시기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었다고 보는 점은 사뭇 동의하기 힘들었습니다. 더욱이 간 나오토 총리 시절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관료 들의 항명이라기 보다는 도쿄원전과 원전 마피아에 의한 조직적인 관련 정보 은폐가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총리를 바지 사장으로 만든 것은 도쿄 원전의 작태라고 봐야 하는 것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에 주목한 것은 8장 이후 분량인데요. 이 8장은 아베 정권과 일본 헌법의 개정 시도를 다루고 있고, 10장은 요 근래 몇가지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던 일본의 왜곡된 티파티라고 부를 수 있는 ‘일본회의’에 대해 할애하고 있는데요. 분석의 결과로만 봤을 때는 상당히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민당과 공명의 연합정권이 의석 수의 3분의 2를 달성하고 후에 2020년 도쿄 올림픽 이후 아베 총리가 본격적으로 개헌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과 이를 뒷받침하는 일본회의의 연혁 등은 매우 기본적인 사항이라 봐도 무방했습니다. 다만 여기에 일본회의가 종래의 ‘일본을 지키는 국민 회의’와 ‘일본을 지키는 모임’이 통합해 일왕의 연호에 대한 법제화 각 학교와 공공기관에 있어서 기미가요의 확대, “현행 헌법의 최대 결함인 국가 방위를 소홀히 하고 있는 점이 우려다”는 현 일본회의 회장의 주장으로 봤을 때 아베와 자민당 그리고 일본회의는 일왕이 통치하던 과거 일본제국 시절의 극우 민족주의로 회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점은 매우 우려되는 부분으로 현재 중국이 마찬가지로 민족주의적 목적으로 과거 지위에 대한 회복 열망을 직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시점에서 역외 균형 전략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 정부와 집단 자위권을 명목으로 잠정적 일본의 재무장을 허용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쪽이 아닌가 하는 일말의 가능성입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는 면밀히 주시하고 대응 마련이 필요하지 않나 싶군요.

끝으로 저자는 글 중간에서 요근래 일본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주의적 헤이트 스피치와 혐한에 대해 자신은 일본에 거주하면서 딱히 인종 차별주의적인 시선을 느끼지 못했다. 타국과 타지에 거주하려고 한다면 어느 정도 적응과 노력이 필요하단 취지로 그동안의 소회를 남기고 있는데요. 이미 많은 글들로 혐한 시위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국내에도 퍼지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일본인들에 대한 매우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인종 차별적인 시위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현재 일본의 헤이트 스피치는 실로 우려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국제 사회에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자임하고 있는 국가가 자신들의 국민들이 이성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전적으로 그 책임을 사법부에 일임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 스스로 많은 일본인들에 의한 환대와 지지를 살면서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현재 일본 사회에 발생하고 있는 극우 민족주의와 여기에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아베와 자민당 정권의 행태는 독도 문제와 결부되어서도 제대로 끝내지 않고 있는 과거사 문제에도 일본 정부와 적지 않은 일본인들의 내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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